(분석)일본, 22개월째 무역 적자..수출 개선은 '요원'

4월 무역적자 8089억엔..예상보다 부진
소비세 인상에 수입 줄어
수출 급증으로 인한 무역적자 감소는 난망

입력 : 2014-05-21 오후 4:21:46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일본이 22개월 연속 무역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1979년 이후 가장 긴 적자다.
 
적자 규모가 크게 감소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었지만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앞으로의 상황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특히 일본 경제 회복의 중심에 놓여있는 수출의 개선이 여전히 요원하다.
 
엔화 가치 하락이 수출 증가로 직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엔저 기조의 약화는 수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결국 시장의 관심은 일본은행(BOJ)의 추가 부양 여부에 모아진다. 
 
◇수입 둔화에 무역 적자폭 줄어..소비세 인상 영향
 
21일 일본 재무성은 4월의 무역수지가 8089억엔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사전 전망치 6460억엔 적자보다는 좋지 않았지만 직전월의 1조4460억엔 적자에서는 크게 개선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도 7.8% 감소했다. 무역적자가 전년 동기대비 위축세를 보인 것은 2012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이달의 무역 수지 개선은 주로 수입 증가율의 둔화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 기간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전 전망치 0.8% 증가는 상회했지만 직전월의 18.1%에서는 대폭 꺾였다. 16개월만의 최저치이기도 하다. 전달과 비교해서는 9.9%나 급감했다.
 
지난달 1일 발효된 소비세 인상으로 선수요가 3월의 지표에 다수 반영됐던 영향이다. 지난달 의류와 잡화 수입은 전년 동기대비 6.5% 줄었고 자동차 수입은 1.1% 증가하는데 그쳤다.
 
원전 폐쇄 후 급증했던 화석 연료 수입도 세율 인상 여파에 6.0% 감소했다. 석유와 액화석유가스(LPG)가 각각 11.2%, 19.0% 줄었다. 액화천연가스(LNG)만이 11.0%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수출은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5.1% 증가했다. 사전 전망치 4.8% 증가와 전달의 1.8% 증가를 모두 웃돌았다.
 
품목별로는 전체의 15%를 차지하는 자동차 수출이 5.1%, 19.7%를 차지하는 기계가 10.8% 늘었다.
 
지역별로는 대(對)중수출이 7.8%, 대유럽연합(EU) 수출이 12.7% 증가했다. 미국으로의 수출은 1.9% 느는데 그쳤다.
 
미나미 타케시 노린추킨 리서치센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수출이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모멘텀은 부족한 상태"라며 "미국으로의 수출이 특히 취약했다"고 진단했다.
 
◇"수출 회복 빠르지 않을 것"..엔저 효과 미약
 
이날의 무역 지표에 대해 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수출 회복세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달의 수출 증가율이 급락세를 보였던 전달보다는 개선됐지만 이전 수준에는 여전히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엔화 가치 하락이 수출 증가보다는 수입 가격 상승에 더 민감하게 작용했고 경제 회복에도 제한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작년 하반기 두 자리수대 성장세를 유지하던 수출 증가율이 올들어 계속해서 10% 미만에 머무르는 점도 우려를 키웠다. 
 
미국 국채 금리의 예상 밖 하락에 따른 달러 약세로 엔저 기조가 약해져 수출 증대 효과를 기대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이유다. 
 
보리스 스콜스버그 BK자산운용 매니징디렉터는 "일본 정부와 BOJ는 엔화 약세를 유도해 수출을 개선시키길 희망한다"며 "지금의 수준으로는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달러·엔 환율이 105엔대에 이를 때까지 최소 100조엔 이상의 경기 부양책을 사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출의 양적 규모가 크게 늘지 않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지난해 일본의 수출 규모는 3년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전인 2007년의 정점에서 뚜렷한 개선세가 보이지 않는다.
 
4월의 수출 규모가 전년 동기대비 2% 증가하며 두 달만의 증가세를 나타냈다는 사실이 긍정적일 뿐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엔저에도 일본의 수출이 현저히 개선되지 않은 이유로 해외 생산 비중의 확대를 들었다.
 
엔화가 강세를 이어가던 시절 동남아 등지로 생산 기지를 이전한 탓에 엔화 환율의 영향이 제한적이란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일본 수출에 대한 낙관론은 힘을 잃었다. 
 
골드만삭스는 "일본의 무역 적자가 장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경제 회복과 함께 상황이 나아지겠지만 수출 개선이 빠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케 요시키 다이이치생명 리서치센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수출이 강하게 회복이 돼야만 실질적인 무역 적자 개선이 나타날 수 있다"며 "아직까지 이 같은 정황은 나타나지 않고있다"고 진단했다.
 
◇BOJ 추가 부양책에 '시선집중'.."7월이나 10월 쯤"
 
결국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는 곳은 BOJ의 추가 부양책 사용 여부다.
 
소비세 인상의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고 지속적인 경제 회복을 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보다 강력한 행동이 필요할 것이란 기대에서다.
 
미나미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회복되는 점은 대외 수요를 자극해 수출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글로벌 경제의 동반 회복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일본은행BOJ의 추가 부양 가능성은 더 커진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BOJ가 단기간 내에 추가 부양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일본 경제에 대해 BOJ가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BOJ는 5월의 통화정책회의 후 발표한 성명에서 "일본 경제가 완만하게 회복하고 있다"는 종전의 경기 판단을 이어갔다.
 
기업의 자본 지출에 대해서는 "설비 투자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반등이 나타나고 있다"는 앞선 평가를 상향 조정했다.
 
비스누 바라탄 미즈호은행 이코노미스트는 "BOJ는 시장의 추이를 지켜보려는 관망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성급한 행동은 정책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만수르 모히 우딘 UBS투자은행 수석투자전략가는 "BOJ는 추가 행동에 나서기 전 소비세 인상의 효과를 점검하려 할 것"이라며 "대략적인 지표를 확인할 수 있는 7월이나 경제 전망을 제시하는 10월이 추가 부양 시기로 유력하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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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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