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웨어러블 시대. 스마트폰 성장 한계에 부딪힌 제조사들이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또 한 번의 도약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쏟아지는 제품들에서 뚜렷한 차별화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찍어낸 듯한 비슷한 모양에, 기능까지 닮으면서 획일화에 대한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뚜렷한 차별성이 부재하면서 옥석을 가리기 위한 소비자들의 피로도도 덩달아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이색 아이디어를 접목한 웨어러블 기기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수화 통역부터 애완동물 상태 체크 기능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성장하는 시장..제품 획일화는 아쉬워
스마트폰 성장 한계에 부딪힌 주요 제조사들에게 단연 화두는 다음 먹거리다. 웨어러블 기기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 본 이들 기업들은 앞다퉈 관련 제품을 내놓으며 시장 창출에 안간힘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ABI리서치에 따르면 웨어러블 기기 시장의 규모는 오는 2018년까지 연간 4억8500만대 출하 규모를 보이며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30%에 육박하는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문제는 웨어러블 기기의 제품군이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기어2'(왼쪽)와 소니의 '스마트워치2'(사진=각 사)
현재 시장에 출시된 웨어러블 기기의 대부분은 스마트워치 제품군이다. 특수한 성격을 지닌 의료용 기기를 제외하면 헬스케어용 스마트밴드 정도가 겨우 그 뒤를 잇는 수준이다.
캐나다 컨설팅 업체인 반드리코(Vandrico)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출시됐거나 개발 중인 신체부위별 웨어러블 디바이스 194종 가운데 44%인 85종의 제품이 스마트워치로 집계됐다.
게다가 출시된 제품들도 흡사한 디자인으로 차별성을 찾기 힘들다. 또 일정관리, 심박체크, 음성메모 등의 대동소이한 기능을 갖추면서 매력도는 떨어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시장 선점에 급급한 제조사들이 비슷한 제품들을 쏟아내면서 시장 성장 가능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는 곧 '차별화'라는 숙제를 남겼다.
◇수화 통역에 애완동물 관리..SF영화를 현실로
이 같은 우려 속에 기존의 스마트폰과 연동한 스마트워치나 의료·헬스케어 용도가 아닌 독특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탄생한 웨어러블 기기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타이완 아시아대학교 학생들이 개발한 ‘사인 랭귀지 링’은 수화를 통역한다. 6개의 반지로 구성된 사인 랭귀지 링은 착용자가 표현하는 손 움직임을 감지해 음성으로 변환, 스피커를 통해 전달하고 디스플레이에 문자로 표시한다.
수화통역이라는 획기적인 기능에, 지난해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하며 디자인도 검증되면서 단숨에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펫피트의 애완동물용 웨어러블 기기 '스펫셜'(왼쪽)과 휩스의 반지형 동작제어 장치 '노드'(오른쪽)(사진=각 사)
국내 기업인 펫피트는 지난 2월 '모바일월드콩크레스(MWC) 2014'에서 애완동물용 웨어러블 기기 ‘스펫셜(SPETCIAL)’을 선보였다. 스펫셜은 애완동물의 움직임을 측정해 칼로리 소모량과 이동거리, 수면시간 등을 체크해 애완동물 건강관리 기능을 돕는다.
또 제품과 연동되는 사료 급식기를 통해 애완동물이 섭취한 사료의 종류와 양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펫피트 관계자는 “MWC에서 공개한 제품보다 한층 더 작아진 완성품을 오는 9월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IT전문기업 휩소(Whipsaw)가 개발한 동작 조정장치 ‘노드(Nod)’도 눈에 띈다. 노드는 일종의 컴퓨터 마우스 같은 입력 제어장치로 손가락에 끼고 연동된 전등, 스마트폰, PC, TV 등의 다양한 제품을 가리키거나 손을 움직이는 동작을 통해 해당 장비를 제어할 수 있다.
손가락으로 모니터를 가리켜 직접 손을 대지 않고 키보드를 입력하거나 손동작을 통해 화면을 확대, 축소하는 SF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던 일들이 노드를 통해 구현 가능해졌다. 반지 형태의 제품 특성상 12개의 사이즈로 제작될 예정인 노드는 오는 9월 출시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웨어러블 기기 시장은 떠오르는 블루오션이긴 하지만 아직 기반이 탄탄히 구축된 시장은 아니다”며 “제조사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접목된 제품들이 출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