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권오준은 특급 구원투수였다

입력 : 2014-05-22 오후 4:57:27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이 정도일 줄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샌님'이란 평가도 있었다.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은 학자에 가까웠다. 그런 그가 연일 돌직구를 날리고 있다. 목적은 하나. 포스코를 포스코답게 만들겠다는 것.
 
그의 의지는 손에 쥔 칼에 여지없이 담겼다. 쳐낼 건 과감히 쳐냈다. 철강 본연의 경쟁력과 거리가 있다면 사업이든, 조직이든 가리지 않는다. 놀랄 만큼 빠른 속도다. 깊이도 있다. 그러면서 포스코는 철강 명가로서의 면모를 되찾고 있다. 특급 구원투수 권오준의 힘이다.
 
권 회장이 단독 후보자로 내정됐을 때만 해도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았다. '기술' 한우물만 파던 그가 위기에 빠진 포스코를 구원할지를 놓고 기대보다는 걱정이 많았다. 포스코 내부의 주류도 아니었고, 청와대라는 든든한 배경도 없었다. 되레 내부 이해관계에 휘말려 제대로 된 힘 한 번 못 쓸 수 있다는 걱정이 흘러나왔다.
 
기우였다. "빚 진게 없다"는 사석에서의 말이 과감한 쇄신을 예고했다. 취임 이전 내부 핵심 인력을 모아 '혁신 포스코 1.0 추진반'을 꾸렸다. 쇄신 방향과 깊이가 설정됐다. 동시에 포스코의 중장기 전략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과제 등이 선정됐다.
 
곧 이어 '가치경영실'이 신설됐다. 기조실의 부활이었다. 권 회장의 의지가 그대로 실행에 옮겨졌다. 포스코는 내부 개혁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였다. 그룹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으면서 쇄신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기획재무, 성장투자, 탄소강 사업, 철강마케팅 등 4개 부문 단독 대표이사 체제에서 회장 일원화로 중앙 집권화됐다.
 
3월 권 회장 취임과 동시에 인력과 조직개편이 단행했다. 기존 6개 조직 부문을 4개 본부로 축소하고, 마케팅과 생산 분야 외의 기획, 구매 등과 같은 지원업무를 담당하는 경영임원의 수를 절반 이상 줄였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이었다. 전임자인 정준양 회장의 색깔 지우기 뜻도 보였다. 전문임원 제도를 도입, 조직 분위기를 성과 위주로 전환시켰다.
 
권 회장이 취임 이전부터 다듬어왔던 포스코 개편안은 지난 19일 포스코 기업설명회에서 베일을 벗었다. 이날 권 회장이 직접 설명에 나섰다. 쇄신 의지를 대외에 직접 밝힘으로써 의지를 다짐 받고, 시장의 우려를 덜기 위함이었다. 소통의 의지도 담겼다.
 
이날 권 회장은 내실 있는 성장을 통해 철강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2016년까지 현금창출능력(EBITDA) 8조5000억원, 신용등급 'A'등급 회복을 목표로 내세웠다. 초심으로 돌아가 본업인 철강의 경쟁력 제고와 함께 다시 한 번 비상하겠다는 의지였다.
 
권 회장이 제8대 회장으로 취임한 2014년은 포스코에게 기로다. '잃어버린 5년'을 어떻게 회복하느냐에 따라 그룹의 명운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전히 포스코를 둘러싼 경영환경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재무구조는 시장의 우려를 받을 정도로 악화상태다.
 
지난해는 전 세계 연간 2%대의 저성장이 지속되며 철강 수요는 감소한 반면 중국발 철강 공급 과잉으로 인해 5억톤이 넘는 철강재가 넘쳐나는 등 철강업의 침체가 심각했다.포스코로서는 지난 5년간 철강사업에 21조원 이상을 투자했음에도 2007년 15%가 넘었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4.8%로 급감했고, 같은 기간 주가는  57만대에서 32원대로 추락했다.
 
사업다각화를 이유로 무리하게 계열사를 늘리면서 재무건전성은 한층 악화됐다. 부채비율은 2008년 65.2%에서 지난해 84.3%로 늘었고, 이에 따라 포스코의 국제 신용등급(무디스)은 지난해 11월 'Baa2'로 떨어졌다. 한때 워런 버핏이 "믿어지지 않는 놀라운 철강회사"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회사가 B급 철강사로 내려앉은 것이다.
 
철강업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지금, 국내 철강업계 맏형인 포스코에 거는 시장의 기대가 크다. 모두 경쟁관계에 놓여 있지만 맏형이 우뚝 서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권오준 회장이 포스코의 '잃어버린 5년'을 어떻게 되찾을지 관심이 높은 이유다.
 
샌님에서 특급 구원투수로 변화한 그 앞에 여전히 위태로운 포스코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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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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