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얼어붙었던 가계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 지난해 줄곧 1%대 이하에 머물던 소비지출 증가율이 작년 4분기 3%대를 회복하더니 1분기에는 4%대까지 올라갔다. 지난 2012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처분가능한 소득이 늘고 경기회복세에 따른 소비심리 호조 등으로 소비지출이 전반적으로 늘었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014년 1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가구당 월평균 가계지출은 349만4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5% 증가했다. 가계지출 중 실질적으로 쓴 소비지출은 1년 전보다 4.4% 증가한 265만4000원으로 집계됐다.
(자료=통계청)
소비지출은 지난 2012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비지출 증가율을 보면 지난 2012년 2분기 3.6%를 기록한 이후 ▲2012년 3분기 1.0% ▲2012년 4분기 1.4% ▲2013년 1분기 -1.0% ▲2013년 2분기 0.7% ▲2013년 3분기 1.1% 등으로 줄곧 1%대 안팎에 머물렀다가 ▲2013년 4분기 3.0%로 깜짝 회복해 올해 1분기 4%대까지 기록했다.
소비지출에서 물가상승분을 뺀 실질소비도 3.2% 증가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처분가능소득이 늘고 경기회복 모멘텀 지속에 따른 소비심리 호조 등으로 소비지출이 전반적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1분기 소비지출은 자동차 구입이 늘면서 교통비가 크게 증가했다. 실제 국산승용차 내수판매 실적을 보면 올 1월 전년동월대비 4.1% 증가율를 기록한 후 2월엔 9.6%까지 뛰었다. 이에 따라 1분기 교통비 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2% 늘었다.
여행 등 여가생활과 관련된 오락·문화(7.6%), 음식(외식비)·숙박(6.1%) 등의 지출도 늘어 전체 소비지출 증가를 이끌었다.
반면에 겨울철 기온상승으로 주거용 연로비가 감소(-6.6%)하면서 주거·수도 등의 지출은 줄었다. 정부의 교복가격 안정 노력 등에 따라 교복비가 크게 줄면서 의류비(-1.2%)도 감소했다.
처분 가능한 소득 중 얼마만큼 소비했는지를 보여주는 평균소비성향은 74.5%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포인트 줄었다. 하지만 전분기(73.0%)보다는 증가해 소비심리가 회복되는 모습이다.
세금이나 연금, 보험, 이자비용 등으로 나가는 비소비지출은 1분기 월평균 84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증가했다. 상용직 중심의 고용호조 등으로 인해 근로소득세 등 경상조세가 늘고 연금, 사회보험료 지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다만 금리 하락으로 이자 비용은 줄었다.
가계 소득도 늘었다. 1분기 월평균 소득은 440만3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 증가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득 증가율도 2012년 3분기 이후 최고 수준인 3.9%를 기록, 제자리걸음 수준에서 벗어났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들어 하락했던 명목소득 증가율이 크게 반등하고 물가안정 등으로 실질소득 증가율도 2012년 3분기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자료=통계청)
1분기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56만3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저축능력을 보여주는 가계 흑자액은 90만9000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7.3% 늘었다. 흑자율도 25.5%로 전년동기대비 0.5%포인트 상승했다.
소득 분위별로 보면 전 분위의 소득이 증가한 가운데 특히 2~3분위 소득(6.1%)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지출도 전분위에서 증가했으며 소득과 마찬가지로 2~3분위에서 빠르게 증가했다. 적자가구 비중도 4~5분위를 제외하고 하락했다.
소득분배 지표들도 전체적으로 개선됐다. 지니계수는 2006년 이후 최저수준(0.302)을 기록했고, 중산층 비중도 최근 10년 내 최고 수준을 보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완만한 경기회복세에 따라 일자리 창출을 통해 가계 소득 증대가 소비지출 확대로 점차 연결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하면서 "7월 기초연금 도입·시행과 10월 예정인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맞춤형 급여체계 개편 등으로 향후 추가적인 소득분배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