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인천공장 매각, 가격 놓고 진통

포스코, 인수 사실상 결정..문제는 가격

입력 : 2014-05-26 오후 4:32:10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동부제철 인천공장 및 동부당진발전 패키지 매각작업이 인수자 측과 매도자 측의 가격 차이로 진통을 겪고 있다.
 
기업 간 거래에서 인수자는 좀 더 싸게, 매도자는 좀 더 비싸게 팔기 위한 갈등은 당연한 일이지만, 일반 기업 간 거래와 달리 중간에 산업은행이 끼면서 셈법이 더욱 복잡해졌다.
 
업계에서는 포스코의 인천공장 패키지 인수가 사실상 결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포스코도 재무구조 개선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 만큼 최대한 가격을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포스코는 지난 3월 권오준 회장 취임 이전부터 꾸준히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최악의 경우 산은의 인천공장 패키지 인수를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이 있는 데다, 포스코를 제외하면 국내에서는 이를 인수할 기업 또한 마땅치 않기에 칼자루는 포스코가 쥐었다는 평가다.
 
동부그룹 측은 그간 해외 철강사들을 포함한 경쟁 입찰 방식을 요구해왔지만 정부가 국내 시장 잠식 등을 우려해 해외 매각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현재로서는 국내 기업이 인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이와 관련해 권오준 회장은 지난 19일 포스코 기업설명회에서 인천공장 패키지 인수 여부에 대해 “현재 포스코의 최우선 과제는 재무건전성 확보”라며 “이달 말까지 실사를 완료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저는 포스코 회장인 동시에 철강협회 회장”이라면서 “우리나라 철강업이 장기적으로 건전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논의를 잘 해서 결정하겠다”고 의미 심장한 말을 남겼다. 시장에서는 한국 철강산업의 보호와 발전이라는 대의적인 명분을 위해 포스코가 인수하겠다는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였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지난 19일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포스코 신 경영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포스코)
 
산은도 동부그룹 자구계획안의 핵심 매물인 인천공장 패키지를 하루 빨리 처리해 부담을 덜고 싶어하는 눈치다. 현재 동부그룹을 비롯해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하는 기업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데다 6월 지방선거 또한 눈앞에 두고 있어 이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이 같은 점을 십분 활용해 최대한 가격을 낮춰 인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초 포스코가 예고한 일정대로라면 이번 주 내에 실사작업을 마무리하고 인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앞서 산은은 포스코가 동부제철 인천공장에 대해 총 인수금액의 20∼30%를 부담하면 공장 경영권과 동부발전당진의 우선인수협상권을 갖도록 하는 방식의 패키지 인수를 제안한 바 있다.
 
산은과 포스코는 인천공장 패키지의 인수가격으로 최대 1조원대의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포스코가 부담할 금액은 3000억원 가량이다. 하지만 동부그룹이 이 같은 금액에 동의할 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매도자인 동부그룹 측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적어도 1조5000억원 이상은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룹 전체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놓은 알짜 매물인 데다, 최대한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 동부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비싼 값에 매각하는 것이 유리하다.
 
당초 동부그룹이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매물로 내놨을 때 시장에서는 인천공장의 매각대금만 약 1조원 정도로 전망한 바 있다. 인천공장의 경우 토지와 건물 및 설비를 합한 장부가액만 약 7000억원으로 평가됐고, 여기에 컬러강판 국내 1위의 영업권에 대한 가치 등을 포함시켜 1조원 정도로 가격이 매겨졌다.
 
동부발전당진은 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민간석탄발전사업자로 선정, 올 하반기 중 발전소 착공이 예상된다는 점 등이 반영돼 4000억원 정도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알짜 수익을 장기간 담보하는 동부의 핵심 사업장으로, 포스코 또한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와 함께 인천공장이 매물로 시장에 나왔을 때부터 바오산철강을 비롯해 수도강철, 안산강철 등 주요 중국 철강사들이 지속적으로 인수 의사를 밝혔던 점을 감안하면 동부그룹 입장에서는 1조원이라는 가격이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결국 산은의 뜻대로 매각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그동안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의 경쟁 입찰 방식을 요구했던 동부그룹이 지난달 산은의 운영자금 지원을 앞두고 경쟁 입찰 방식을 철회하고 매각 방식을 채권단에 일임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산업은행에 제출했던 일 등으로 미뤄볼 때 산은의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산은은 김준기 회장의 사재 출연 요구에 이어 최근에는 김준기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까지 모두 내려놓고 구조조정을 이행하라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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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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