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서울시장을 두고 경쟁 중인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와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두 후보의 안전 등 양 측의 공약과 '박원순 서울시정'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정몽준 후보·박원순 후보는 26일 밤, 서울 여의도 MBC에서 서울시선거방송토론위원회 초청으로 열린 '서울시장 후보자 토론회'에 통합진보당 정태흥 후보와 함께 참석해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네거티브를 안 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는, 박원순 후보도 정책에 대한 날선 질문을 쏟아냈다. 정몽준 후보도 공약과 시정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쟁에 합류했다. 동시에 정몽준 후보는 박원순 후보와 정태흥 후보를 향해 이념 공세를 펼치며, 두 후보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정몽준·박원순 후보는 세월호 참사로 6.4 지방선거 최대 화두로 떠오른 '안전' 문제에서 이견을 드러냈다.
박원순 후보는 '안전시스템 10대 공약'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안전예산 2조원 추가 확보 ▲지하철 노후 차량 전면 교체 ▲골든타임 목표제 시행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꼼꼼하고 깐깐함 박원순이 여러분의 안전을 책임지겠다"고 다짐했다.
정몽준 후보는 '시장 직속 재난안전본부 설치'할 것이라며 "재난안전, 생활안전, 식품안전, 환경안전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하철 종합 관제 시스템 구축'·'지하철 6000개 차량에 공기청정기 설치' 등을 약속했다.
◇새누리당 정몽준(오른쪽부터),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통합진보당 정태흥 후보가 26일 서울 여의도 MBC에서 열린 TV토론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News1
'반값 등록금'에 대한 공방도 이어졌다. 먼저 박원순 후보가 공세에 나섰다. 박 후보는 "반값 등록금 문제는 시대와 국민의 엄중한 요구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 당시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몽준 후보의 최근 '반값 등록금' 관련 발언을 문제 삼으며, "아직도 대학등록금이 싸다고 생각하나. 그리고 사회적 존경심을 훼손한다고 생각하나"고 따져 물었다.
곧장 정 후보는 발끈했다. 그는 "박 후보가 저의 발언을 의도적으로 거두절미하고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박 후보가 서울시립대의 등록금을 줄인 것은 잘했다. 시립대는 이미 (타 대학에 비해)반값 수준의 등록금이었다. 시립대가 정부에서 지원을 받는 만큼, 정부와 상의해서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새누리당이 박원순 후보에 대해 집중 공세를 펴고 있는 '친환경 무상 급식' 감사원 결과를 두고도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정 후보는 "박 후보가 많이 자랑해온 친환경무상급식 식재료에서 잔류농약이 나왔고, 시중가보다 많이 높게 구입했다고 감사원이 발표했다"며 "아이들이 비싼 돈을 주고 농약을 먹은 데 대해 박 후보가 사과해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이에 박 후보는 농약이 잔류된 식자재가 아이들에게 먹인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서울시와 산하단체에서 농약 잔류 검사를 매일 하고 있다"며 "검사 결과에서 농약 잔류돼 전량 폐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감사원의 지적도 행정상의 주의 당부였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치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니까 서울시가 오히려 감사원에 감사요청을 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정몽준(왼쪽),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가 26일 서울 여의도 MBC에서 열린 TV토론에 앞서 물을 마시고 있다. ⓒNews1
정 후보가 제기해온 '홍보인원 190명'에 대해서도 논쟁이 있었다. 정몽준 후보는 "박 후보가 서울시장 재직 시에 홍보인원만 190명을 뒀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후보는 "사실관계를 정확히 하라"며 "제가 어떻게 190명의 홍보비서관을 데리고 있단 밀인가"라고 반박했다,
정 후보는 "대변인실과 홍보기획관실에 직원들이 있다"며 "기자들에게 잘 홍보하기 위해서 있다고 했다"고 재반박했다. 박 후보는 여기에 "서울시는 언론과의 많은 업무가 있다"며 "대변인실과 홍보실은 저를 위한 게 아니라 서울시를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정 후보가 내세운 개발 공약에 대해서도 후보 간 큰 입장차를 보였다.
정몽준 후보는 "용산 개발 사업이 좌초한 이유는 사업 추진 주체의 문제와 추진 방법의 문제"라며 "서울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다.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인데, 이 정도의 우여곡절은 있을 수 있다. 주민들의 뜻을 모아 (재추진)하겠다"고 추진의지를 재확인했다.
반면 박원순 후보는 "이제 우리는 낡은 개발 시대와 결별해야 한다"며 "토목건설로 건설사업을 일으키고, 일자리를 일으키는 시대는 지났다"고 비판했다. 그는 "4대강 사업에 21조원을 쏟아 넣고 우리는 무엇을 얻었나"며 "그런데 정 후보는 아직도 개발 얘기를 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아울러 정몽준 후보가 공약 이행을 위한 50조원 재원 중 40조원을 민간 투자를 통해 확보하겠다고 밝힌 부분에 대한 공방도 진행됐다.
박원순 후보는 "민간자본 의존은 굉장히 위험하다. 이건 공공성에 심각한 침해를 가져올 수 있다"며 "제2의, 제3의 맥쿼리를 배불리고 시민에게 그 빚을 안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맥쿼리는 지하철 9호선 사업과 우면산 터널 등에서 최소운영수입보장(MRG) 계약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챙겨간 바 있다. 박 시장은 계약 갱신을 통해 MRG 기준을 대폭 낮춘 바 있다.
그러나 정몽준 후보는 "(박 후보가) 지하철 9호선 계약(갱신)으로 3조원을 줄였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민간 회사에 원래 15년 운영 보장 기한을 30년으로 늘렸고 위험 부담도 서울시가 더 많이 갖게 됐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전 계약이 정말 문제 있다면) 이명박, 오세훈 전 시장을 배임혐의로 고발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정몽준(오른쪽),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가 26일 서울 여의도 MBC에서 열린 TV토론에 앞서 인사 나누고 있다. ⓒNews1
'색깔론'에 대한 공방도 벌어졌다. 정몽준 후보는 이날 토론회 중간 중간 지속적으로 박원순 후보와 정태흥 진보당 후보에게 이념 공세를 폈다.
정몽준 후보는 서울 녹번동 구 식약청 부지에 위치한 서울혁신파크 분양에 대해 "박 후보가 민주노총 등 수십 개 좌파 단체들을 전부 수의계약으로 입주시키고, 수십억 원의 관리비까지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후보는 "민주노총 뿐 아니라 우파 단체들도 입주해 있다"며 "이것을 결정한 것은 제가 취임하기 이전이다"고 반복했다. 이어 "시장이 되고 난 후 우파나 좌파를 가리지 않고 형평에 맞게 단체들을 예우하고 지원 대책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는 그러나 재차 "제 개인적으로 우리나라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면 우파라고 생각한다"며 "민주노총은 좌파도 아니고 우파도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박 후보는 여기에 "지금 21세기에 그런 이념 공세와 색깔론을 펴는 것을 저는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서울시장 자리는 모든 사람의 시장이 돼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