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에서 만회한 누구나집, 임대료 문제는 '여전'

고분양가에 이은 높은 임대료로 당첨자도 고민
대형 브랜드 민간아파트보다 비싼 건축비.."이해 안 가"

입력 : 2014-06-02 오후 3:21:18
[뉴스토마토 방서후기자] 청약가점과 소득, 주택 유무에 상관없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준공공임대주택 '누구나집'이 고분양가 논란에 이어 높은 임대료 문제로 서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2일 인천도시공사에 따르면 인천 남구 도화지구 4블록에 520가구 규모로 지어지는 '누구나집'은 일반분양을 마치고 잔여가구에 한해 지난 27일부터 이틀동안 임차인 모집에 착수했다.
 
청약 경쟁률은 평균 6.9대 1로 2가구를 제외한 모든 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았던 분양 공급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보였다. 지난 29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계약에서는 공사의 예측대로 100%의 계약률을 달성하며 전월세난에 지친 서민들의 갈증이 얼마나 극에 달했는가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高분양가, 高임대료...서민 주택 맞아?
 
하지만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첨됐음에도 임대료라 비싸 계약을 망설이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았다.
 
전용면적 74㎡ 주택형에 당첨된 한 계약자는 "월 50만원 이상 임대료를 내야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다들 비싸다고 하더라"며 "이마저도 일반 전세처럼 재계약할 때마다 오른다는 생각을 하니 계약을 앞두고 고민이 정말 많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당첨자는 "다른 공공임대아파트보다 임대료가 비싼 것은 예상했지만, 전세금으로 환산하니 2억원에 가까운 금액이라 부담이 확 느껴졌다"고 말했다.
 
'누구나집'의 임대조건은 전용면적 59㎡가 보증금 3700만원에 월 임대료 42만원, 74㎡는 보증금 4400만원에 매달 52만원을 월세로 내야한다. 관리비를 감안하면 적어도 10만원 이상은 더 들어가기 때문에 한 푼이 아쉬운 서민들에겐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누구나집'의 전세전환이율은 다른 공공임대아파트보다 훨씬 낮은 4.5%로, 이를 적용해 전세금으로 환산하면 59㎡가 1억5000만원, 74㎡는 1억8000만원이 나온다.
 
인근에 지난 2월 신규 입주한 민간아파트 전용 59㎡ 전세 시세가 1억6000만원, 지난 2012년 9월 입주단지 84㎡ 전셋값이 1억7000만원 선에 형성된 것을 감안하면 시세보다 결코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 없는 가격이다. 공사는 당초 시세의 80~90% 수준에 임대료를 책정한다고 했지만 막상 공급 시기가 다가오자 시세보다 5% 정도 저렴한 가격이라며 말을 바꾼 바 있다.
 
김천석 오메가리얼티 소장은 "전월세난이 계속되면서 임대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예전과 비교했을 때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더라도 임대아파트라면 청약 접수가 몰리는 현상과 무관치 않다"며 "시세에 육박하더라도 임대료 상한에 제한이 있고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다는 강점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무주택 서민 지원 대신 사업자 수익을 택했다?
 
인천도시공사가 국토교통부에 요청했다는 국민주택기금 지원도 사실상 사업자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주택기금은 정부가 소형주택 건설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해 공급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설치한 기금으로, 저금리 주택건설·구입·전세자금 등으로 대출되고 있다. 공사는 약 1000억원 정도로 추산되는 '누구나집' 사업비 가운데 최대 10% 정도를 국민주택기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국토부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통상 국민주택기금이 투입돼 건설된 아파트를 저렴한 가격에 분양받거나 임차한 사람들이 저리로 주택자금을 대출받아 거주하는 것과는 달리 '누구나집'을 임대주택으로 운용·처분하는 리츠에 출자하는 것을 건의한 것이다. 결국 국토부는 장기투자자로서 사업에 참여해 수익을 얻는 구조인 셈이다.
 
인천도시공사 관계자는 "국민주택기금이 임대주택리츠에 출자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4월 말에 국회를 통과해 이 내용을 가지고 국토부와 협의 중인 것이며, 아직 결정된 바는 없고 올 하반기는 돼야 국토부의 참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출자는 국민주택기금을 투입해 주택을 건설하는 것과는 다른 내용으로, 정부가 재무투자자로 리츠에 참여해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여서 일반적인 기금대출과는 다르다"며 "입주 시점이 되면 시 차원에서 저리대출을 알선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다보니 국민주택기금이 투입돼 건설되는 다른 공공임대아파트는 물론, 대형 브랜드 민간아파트보다도 '누구나집'의 건축비가 더 높은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누구나집'의 건축비는 3.3㎡당 최고 632만원으로 수도권 민간아파트 평균 건축비가 400만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터무니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인근에서 더 높은 택지비를 부담하고 공급된 대형 브랜드 민간아파트보다도 분양가가 결코 저렴하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임대료가 건축비 등을 감안해 산정되는 것을 고려하면 비판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 '누구나집'과 인근 아파트 건축비 비교 (자료=입주자모집공고)
 
◇공급주체별 인천 사업장 건축비 비교 (자료=입주자모집공고)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역이나 단지별 특성에 따라 건축비의 차이가 날 수는 있지만 대부분 브랜드 파워가 있거나 우수한 품질을 가진 자재로 시공을 하는 민간아파트의 건축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며 "공공이 참여한 아파트의 건축비가 그보다 높은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민간아파트의 분양가가 높은 이유도 사실상 건축비보다는 택지비 부담이 크기 때문인데 비슷한 지역에서 택지비를 더 많이 들이고 공급한 민간아파트보다 분양가 저렴하지 않다는 것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공사 관계자는 "애초에 임대아파트가 아닌 분양아파트로 지어졌고, 용적률 등을 고려하면 다른 아파트에 비해 건축비가 비싸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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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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