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 새 야구장 관련 지역 6.4지방선거 결과. 양덕2동(마산회원구)는 마산종합운동장의 소재지이며, 산호동(마산합포구)은 마산종합운동장으로 영향을 받는 운동장 연접 블럭의 상권 소재지, 여좌동(진해구)은 옛 육군대학 터 소재지. (정리=이준혁 기자)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열띤 경쟁이 펼쳐지던 6.4 지방선거 일정이 모두 마무리됐다. 당선자가 대부분 결정된 가운데 이제 많은 사람의 관심은 공약의 실천으로 급격히 모이고 있다.
새 야구장 건립 문제로 지역 내부의 큰 갈등이 있는 경남 창원시의 경우 많은 사람의 관심이 야구장에 쏠린다. '새로운 야구장 건설을 지속할 것인가'란 근원적인 질문을 시작으로, '짓는다면 박완수 전임 시장이 발표했던 옛 육군대학 터(진해구 여좌동)에 건설할 것인지', '만약 다른 곳에 지을 경우 육군대학 터에는 어떤 대체시설을 지을 건인지' 등의 관련된 모든 사항을 지역 주민들은 물론 전국의 다수 야구팬도 지켜보는 모습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뉴스토마토>는 창원시의 새 야구장이 어떤 절차를 거쳐 어떤 형태로 지을 것인지 전망해보고자 한다. 다음은 당선자가 후보 시절 내세운 공약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발언 등을 취합해 추정한 내용이다.
◇지방선거 당일인 지난 4일 오후 창원 마산야구장 현장매표소 전경. 현장에서 표를 사려는 사람들로 매표소의 행렬이 길다. (사진=이준혁 기자)
◇선거 공보에서 야구장 관련 문제 거론한 당선인은 소수
후보가 내세운 선거 공약의 가장 확실한 자료는 유권자에게 배포한 선거공보다. 선거공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info.nec.go.kr)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며, 경남도지사·경남도의원·창원시장·창원시의원 등 모든 후보 공보를 접할 수 있다.
창원시 새 야구장 문제와 연관이 될 만한 지역은 세 곳이다. 전임 시장 시절 야구장 입지로 선정된 육군대학부지가 위치한 '진해구 여좌동', 현재 마산야구장이 있는 '마산회원구 양덕2동', 마산야구장 건너편 블럭으로 상권 측면에서 야구장 영향을 직접 받는 지역인 '마산합포구 산호동'이다.
경남도지사·경남도의원·창원시장은 각 지역당 한 명씩만 뽑는다. 다만 창원시의원은 개별 지역마다 2~3명씩(표 참고) 선출한다. 이번 선거를 통해 선출된 세 지역의 총 12명은 후보 시절에 어떤 공약을 지역 유권자들에게 공식 공보로 제시했을까.
공보에 신축 야구장 관련 문제를 명시해 거론한 당선인은 별로 많지 않다. 양덕2동이 있는 경남도의회 관할 제9선거구 당선자 조우성, 여좌동이 있는 경남도의회 관할 제12선거구 당선자 정판용, 양덕2동이 있는 창원시 파선거구 당선자 조영명·이상명(이상 새누리당)뿐이다. 창원 지역의 뜨거운 관심과 달리 막상 당선인 중 야구장 관련 문제를 공보에 거론한 사람의 수는 많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공약을 선거 공보에 내놨을까.
우선 조우성 당선자는 '코리안특급' 박찬호와 촬영한 기념 사진을 우측에 두고 좌측에 'nc구단 야구장 마산유치'라는 항목에서 "100년전 마산에서 시작된 한국야구, NC구단 야구장을 유치함으로 자존심회복과 지역경제의 도약"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뉴스토마토>는 이것이 '9구단 유치전'에서 NC를 유치한 것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가 문의했고, 'nc구단이 쓸 새 야구장의 마산 유치를 뜻한다'는 답신을 받았다.
◇6.4지방선거 경남도의회 제9선거구 당선자 조우성의 선거 공보물 중 창원시 새 야구장 관련 내용. (이미지=조우성 당선자 선거 공보물 캡처)
조우성 당선자와 선거의 구역은 물론 당도 같은 조영명·이상인 당선자도 선거 공보물에 야구장 관련 문제의 입장을 짧게 언급했다.
조영명 당선자는 'nc구단 야구장 마산 유치'라는 항목에서 "침체된 마산경제 활성화와 통합 창원시 전체의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NC구단 야구장을 마산운동장으로 꼭 유치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상인 당선자는 "지역민의 의견을 적극 수렵해 'NC야구단' 연고지 마련과 지역안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짧게 밝혔다.
여좌동이 선거 권역인 당선자 중에선 정판용 경남도의회 제12선거구 당선자만 야구장 문제를 언급했다.
정 당선자는 총 9가지 공약 중에서 '구. 육대부지 활용 방안'이라는 공약을 첫 항목에 놓으며 세부 항목에 '다각적인 여론 수렴', '부지내 국·공립대학교 유치', '여좌동주민센터 신축', '진해중·고 분리 이전 추진', '진해 야구장 건립 추진'의 항목을 내놨다.
기존 상태로 야구장 건립을 추진하되 여론을 폭 넓게 수렴해 다른 대안도 취할 수 있는 뜻으로 해석된다.
◇6.4지방선거 경남도의회 제12선거구 당선자 조우성의 선거 공보물 중 창원시 새 야구장 관련 내용. (이미지=정판용 당선자 선거 공보물 캡처)
◇행정 맡을 각 단위별 당선자 두 명은 야구장 문제에 사실상 침묵
공보로서 공개된 내용은 활자화된 사항이란 점에서 가장 확실한 공약이다.
하지만 후보자(당선자) 본인의 입에서 나와 보도의 형태로 명확히 활자화된 내용도 그들의 공약이란 사실은 똑같다. 그들의 입과 이를 전하는 보도에 많은 이가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다만 '행정'을 하는 홍준표 당선자와 안상수 당선자는 야구장 신축과 관련한 구체적 발언이 없었다. 야구장 신축 문제와 가장 밀접한 당사자인 안 당선자는 NC 구단은 물론 창원 시민들과 전문가가 참석하는 '균형발전위원회'에 맡기겠다고 언급했고 홍 당선자는 아무 발언도 내놓지 않았다.
안 후보 측 선거사무소 관계자는 3일 오후 전화 통화에서 "균형발전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는데 안 후보가 관련내용을 말하면 위원회의 진정한 의미는 사라진다. 안 후보가 공약서나 발언으로 언급한 각 내용이 있는데 위원회에서 반대를 하기는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위원회 위원 구성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위원회'는 지역의 토호 세력이 다수 참여해 거의 대부분 거수기 역할에 불과했다"면서 "현실적으로 소지역 갈등이 상존하는데 위원 구성은 누가봐도 수긍하게 짜겠다. 장담한다"고 말했다.
홍 당선자 또한 그동안 야구장 관련 입장을 전혀 밝히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야구장 신축보다 야구장으로 갈등을 일으킨 박완수 전 시장을 꾸짖는 역할로 야구장이란 요소를 활용했다.
이 밖에 경남도의회 부의장 등을 역임했던 정판용 당선자는 지난 3월22일 <아시아뉴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경남도와 창원시는 일의 경중을 가리고 불요불급한 예산에 대한 균등한 배정을 해야 할 것"이라며 "진해구민과 약속한 구 육군대학 부지 8만5000여평에 대한 새 야구장 조성 여부가 불투명해 시민들의 우려를 사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산종합운동장·마산자유무역지역·고속버스터미널·신세계백화점 등이 모두 가까워 많은 사람이 몰리는 어린교교차로에 홍준표 경남도지사 당선자 당선사례 현수막이 부착됐다. (사진=이준혁 기자)
◇그렇다면 실현 가능성과 각종 변수는 무엇?
'공약(共約)'의 본래 의미는 공적인 정부, 정당, 입후보자 등이 어떤 일에 대해 국민에게 실행하겠다고 약속하는 내용을 뜻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대부분 빈말을 뜻하는 '공약(空約)'으로 통용된다. 결국 실현 가능성이 가장 중요하다.
창원 야구장 신축 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 내부의 주요 변수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익히 알려진 홍 당선자와 안 당선자 간의 오랜 갈등의 관계다. 앞으로 상호 간 협력이 꽤 필요한 두 사람은 지난 2010년 한나라당 대표경선 당시부터 관계가 크게 틀어진 상태로, 이후로 당직 인선 등 각종 현안 때마다 다양한 의견충돌이 잦았다.
결국 이번 선거에선 안 당선자가 홍 당선자의 경쟁자인 박완수 전임 창원시장 지지 의사를 공표하며 서로 대척점에 섰고, 홍 당선자는 공천권을 딴 이후 "'반(反) 안상수 연대'를 내걸고 단일화한 후보가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해, 아직까지도 앙금이 남아있음을 드러냈다.
이처럼 홍 당선자와 안 당선자 간의 갈등은 신축구장 건설에는 방해를 끼칠 수도 있다. <뉴스토마토>의 취재 결과 최근 두 사람 간 화해를 했다는 말도 들리긴 하지만, 화해가 사실일지라도 두 당선자 간에 앞으로 각 사안 별 긴밀한 협력이 이뤄질 지 관심이 모아진다.
다음으로 창원시의 광역시 승격 의지다. 안 당선자는 선거운동 당시 창원시를 광역시급 도시로 만들겠다는 발언을 했다. 이는 광역시로 승격시키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중앙 정부의 광역시 승격 억제책에 따라 광역시 승격이 쉽지 않지만 '광역시 승격론'은 꾸준하게 제기됐다. 창원 인구는 이미 100만 명을 넘는다.
창원시는 경남도 도지사가 김두관 씨였던 지난 2011년 '모자이크 프로젝트'를 야구장 건립 예산 200억 원을 도에게 받기로 했다. 지난해 3월22일 18개의 사업 중 17개의 사업에서 지원금이 축소될 때 창원 야구장 건설만은 예산이 한 푼도 안 깎인 채 그대로 유지됐다.
만약 창원시가 '창원광역시'로 승격되면 기존 경남도와의 인연이 끊어져 경남도 도비를 받을 수 없다. 물론 '부자도시'로 불리는 창원시로선 경남도로 넘어가던 광역지자체 세수를 독식하며 자금 융통이 수월할 확률도 있다. 창원시가 이 문제에선 어떤 결정을 할 지, 야구장 신축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마산종합운동장은 정규 경기가 열리는 경우가 매우 희박한 곳으로, 최근 평일 저녁에는 시민들에게 조깅코스로 운동장을 개방 중이다. (사진=이준혁 기자)
더불어 야구계나 NC다이노스 등과의 관계 설정도 중요하다.
특히 안 신임 시장은 창원시에서의 보직은 물론 행정이 아예 최초로, 선거운동 당시 야구장 신축 문제에는 명확한 입장 표명을 꺼렸다. '균형발전위원회'를 창설하고 이 위원회를 통해서 입지를 결정하겠다는 발언만 되풀이했다.
물론 안 당선자 측도 나름 명분은 있다. "안 후보가 공약서나 발언으로 언급한 각 내용을 위원회가 반대하기 어렵기에 언급을 자제한다"는 것이다. 다만 실사용자인 NC는 이미 마산종합운동장을 바란다는 뜻을 공표했다.
안 당선자가 '유보'라면 홍 당선자는 '침묵'이다. 박 전 시장을 향해 "통합시장이 갈등을 해결 못해 시청사를 놓고 싸우고, 야구장 놓고 싸우고, 지역간의 갈등을 증폭시켰다"는 등의 공격을 할 때 외에는 야구장 문제 거론을 꺼렸다.
그렇지만 홍 도지사는 지역 풀뿌리 야구계와의 관계가 좋다. '경남도지사기 생활체육 야구대회'를 창설하고 경남 지역 야구장 현황을 전수조사해 대안을 꾀하려 하는 등의 노력으로 지역 야구계 기대가 크다. 지난 4~5일 창원 지역에서 만난 사회인 야구인과 지역 야구 인사들도 기대가 적잖았다.
벌써 수 년째 끌던 창원시 새 야구장 문제. 최종 결론은 어떻게 날까. 창원시를 이끄는 수장은 바뀌었고, 창원 지역 연고팀 NC는 매우 좋은 성적으로 지역민의 마음을 급속도로 사로잡고 있다. 주변 환경이 급격히 변화된 상황, 지역 주민들은 어떤 형태로든 관련 문제의 명확한 결론이 나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