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방서후기자] "아직까지도 자다가 소리지르면서 깨기를 반복하고 온 몸이 안 아픈데가 없지만 국가유공자로 인정해 준다는 말에 이제야 나라에서 공을 알아주는 가 싶었다. 그런데 어떻게 달라진 건 하나없나. 높은 사람들은 우리를 아쉬울때만 불러서 상주고 잔치를 벌이지 정말로 필요한 도움은 하나 안 준다." (박병오·가명, 월남전 참전)
6월은 현충일이 있는 호국보훈의 달이다. 하지만 나라를 위해 일한 대가는 턱없이 인색하다는 평가다.
주택을 구입하거나 임차하는 데 드는 목돈을 지원하는 대상에 참전유공자는 제외되고, 국가 책임차원에서 보상이 필요한 보훈보상대상자 역시 혜택이 크게 축소돼 논란이 예상된다.
5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국가유공자를 비롯한 5.18민주유공자, 특수임무유공자와 그 수권유족, 참전유공자 본인에게 전용면적 85㎡이하 국민주택(분양 및 임대) 특별공급 물량을 신청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해당 주택을 구입하거나 임차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주는 대상에서 참전유공자는 제외된다.
참전유공자는 6.25전쟁 또는 월남전에 참전하고 전역한 군인 등으로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6.25전쟁 참전유공자는 지난 2008년, 월남전 참전유공자는 2011년에 각각 국가유공자로 승격됐다.
이 법에 따르면 "국가는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 등의 자립과 생활안정을 위해 장기저리로 대부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특히 주택대부의 경우 구입자금은 물론 신축·개량자금, 임차자금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보훈처는 여전히 참전유공자를 '참전유공자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에 적용받는 대상으로 판단해 대부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 법대로라면 참전유공자들은 의료와 양로지원, 국비가 들어간 묘지에의 안장 등 국가유공자 혜택과 동일한 것을 제외하고는 월 17만원의 참전명예수당을 받는 것이 고작이다. 나라를 위해 죽음과 부상을 무릅 쓴 것에 비하면 지나치게 인색한 보상인 셈이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참전유공자의 경우 명예선양을 위해 국가유공자에 포함됐으나 예우 및 지원은 참전유공자 관련법에 따르도록 돼 있어 대부지원이 현재는 불가능"하다며 "참전유공자가 국가유공자로 승격된 지 오래되지 않았고, 참전유공자는 이미 관련 법령에 따라 예우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는 법령과 필요한 예산이 확보돼야 참전유공자도 대부지원을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보훈체계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국가유공자에서 따로 분류된 보훈보상대상자에 대한 혜택 역시 상당부분 축소됐다는 비판이다.
보훈처는 지난 2012년 7월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직접적이 관련이 있는 '국가유공자'와 공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해 국가가 책임차원에서 보상을 해주는 '보훈보상대상자'로 인정기준을 구분하고 있다.
인정기준을 구분함에 따라 국가유공자의 영예를 향상시키고, 국가유공자로 인정하기에 다소 미흡했던 대상 역시 보훈보상대상자로 인정하게 되면서 보훈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예산도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을거란 취지에서다.
보훈처는 국가에 대한 희생과 공헌 정도에 따라 예우와 보상을 실시하고 있고, 이는 보훈급여금과 같은 직접적인 금전지원에서 차이가 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도 대부지원에 관한 내용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주택 구입과 신축, 개량, 임차대부 등 다양한 종류의 대부를 지원해준다는 법 조항과는 달리 보훈처에서는 아파트분양과 임대자금 대부 대상에서 보훈보상대상자를 제외시켰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분양아파트나 임대아파트를 특별공급받아도 보훈처의 저리융자 혜택은 그림의 떡인 것이다.
국가유공자에 대한 주택 대부지원 수준도 야박하기 그지없다. 보훈처에 따르면 지난 2000년 21만7105명이었던 국가유공자는 지난 2012년 기준 35만5933으로 크게 늘었다. 이들 가운데 2000년 1만4809명이었던 무주택자수도 같은기간 10만8720명으로 열 배 가까이 폭증했다. 하지만 월 소득이 100만원 이하인 가구가 약 40%에 달하며, 이는 소득 최하층인 1~2분위의 월 평균 소득인 87만~182만원 범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소득1~2분위는 주거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공급되는 영구임대주택에 우선 입주자격이 주어진다. 하지만 영구임대주택은 최근 공급이 거의 끊기다시피 했으며, 그나마 새로 공급되는 영구임대주택은 과거와 달리 시세 반영 비율이 높아 임대료가 국민임대주택 수준에 달한다.
보훈처는 올해부터 주택 대부지원금액을 최고 6000만원까지 상향조정하고 이율도 2%로 내렸지만 오를대로 오른 집값에는 턱없이 못 미치며, 이들에게 필요한 영구임대 아파트 대부지원금은 그대로 300만원에 멈춰있다. 무주택 유공자수가 늘어나는데도 주택 대부지원 실적이 저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해 기준 주택 대부지원을 받은 유공자는 3671명으로 지난 2007년 5499명에 비해 크게 줄었다.
◇국가유공자 등 대부지원 현황 (자료=국가보훈처)
보훈처 관계자는 "일부의 경우 국가유공자로 인정하기엔 논란이 예상되고 그럼에도 국가를 위해 일한 공을 외면할 수는 없기에 보다 명확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보훈체계를 개편한 것"이라며 "신규 영구임대주택 공급이 거의 없고 보증금이 저렴한 기존 영구임대주택에 오랜 시간 대기하다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영구임대 대부 지원 실적이 미미한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