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사태에 정치권·학계 "금융권 낙하산 이대로 안돼"

국회 의원회관서 낙하산 금지법 논의

입력 : 2014-06-09 오후 5:20:50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9일 오전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금융부문 낙하산 인사 이대로 둘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News1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전산시스템 교체를 놓고 벌어진 KB금융(105560)지주와 국민은행의 내분사태를 계기로 금융권의 낙하산 인사 관행을 뿌리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모피아(옛 재무부 관료 출신)로 대표되는 금융권의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기 위해 정치권과 학계 인사들이 모여 근본적인 원인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는 9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금융 부문 낙하산 인사 이대로 둘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KB사태의 발단은 전산시스템 교체에 대한 지주회장 측과 은행장 측의 찬반 대립이었으나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사태의 이면"이라며 "정부는 KB의 주식을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지만 국민연금관리공단이 KB금융지주의 최대주주라는 점을 이용해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 임명을 좌우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주사 회장의 내부 장악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은행장까지도 외부 출신들이 많다 보니 KB사태와 같이 지주회사 회장과 은행장 간의 갈등도 해소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김기준 의원은 "최근 KB의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논란은 낙하산 인사 문제와 더불어 금융지주사의 권한과 책임에 대한 근본적 문제의식을 다시금 촉발한 사건"이라며 "지주사는 막강한 권한만 행사할 뿐 그에 상응하는 책임은 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인사들의 인사말에 이어 전성인 홍익대 교수, 윤석헌 숭실대 교수, 김상조 한성대 교수, 성낙조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장 등이 참여한 토론이 진행됐다.
 
전성인 교수는 "금융기관 임원이 되기 위해서는 3년 이상 금융분야에서 종사한 이력을 요구해야 한다"며 "금융지주회사에게도 자회사 경영의 감독 책임 및 손해배상 책임을 명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금융기관 임원 중 이사 및 감사 이외의 임원의 불법행위 책임에 대한 대표이사 및 감사의 연대 책임 명시해야 한다"며 "권한과 의무를 명확히 하고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해야한다"고 말했다.
 
윤석헌 교수는 KB 전산사태와 관련해 "행장과 사외이사들 간 논쟁은 '사외이사=거수기'라는 그간의 비판을 불식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면서도 "이는 어디까지나 조직 전체 가치에 긍정적인 도움이 된다는 전제 하에서 인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주회사 회장의 행장 겸직 허용을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금융지주사의 완전 자회사는 사외이사를 없애거나 1~2인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김상조 교수는 "현 최고경영자의 유고 사태 이후에나 부랴부랴 임시기구인 CEO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차기CEO를 선발하는 악순환 반복하고 있다"며 "이것이야말로 낙하산을 부르는 첩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존의 업종별 설립근거법률 또는 신설되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서 이사회의 권한, 책임으로서 최고위임원 승계프로그램 구축에 관해 명시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낙조 금융노조 국민은행지부장은 "현재 KB금융은 지주사 회장이 직접 사외이사 후보자 추천위원회에 관여해 사외이사를 선출하고, 이들 사외이사는 다시 회장과 행장 선정을 위한 회장 후보자 추천위원회나 계열사 대표자 추천위원회에 참여한다"고 지적했다.
 
성 지부장은 "경영승계프로그램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회장과 행장, 사외이사의 선임을 위한 추천 과정에 임직원이 참여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드는 것도 강구해야 한다"며 "임직원들을 대표할 수 있는 우리사주조합 이사회를 구성하고 경영참여 방안을 더욱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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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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