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등
KB금융(105560) 경영진이 잇단 금융사고와 내부통제 부실로 인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을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을 경우 관례적으로 현직에서 물러나는 만큼 최악의 경우 회장과 행장 모두 임기 중에 동반 퇴진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당사자의 소명과 외부 정치적 영향력에 따라 징계수위가 조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국 중징계 통보 예정..KB "소명에 최선"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날 오후 카드사태와 도쿄지점 비리와 관련해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최대 문책 경고 수준의 중징계를 사전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사전통보는 일단 세부적인 제재 양형까지는 명기하지 않은채 중징계 또는 경징계로만 분류해 전달된다. 중징계로 사전 통보되면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문책 경고 등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통상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으로 나뉘며 문책경고 이상을 받은 임원은 향후 3∼5년간 금융권에 재취업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현직에서도 물러나는 것이 관례였다.
징계 통보를 기다리고 있는 KB금융은 최종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적극 소명한다는 방침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 해명할 기회를 주는 절차인 만큼 적극 소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명절차 후 징계수위 조정 여부 '촉각'
금융당국은 KB금융의 징계 대상자들에 대한 소명절차를 거친 후 26일 최종 징계수위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소명 여부에 따라 징계수위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게 KB금융이 거는 기대다. 하지만 임 회장과 이 행장은 최근 일련의 금융사고에 대해 직접적인 관리감독자로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다.
임 회장은 카드사 정보유출 책임과 전산시스템 교체 파문 등과 관련한 관리감독 책임을 동시에 지게 됐다.
고객정보 대량유출 사태와 관련 임 회장은 지난해 6월 당시 KB금융 사장으로 고객정보관리인을 맡고 있었다. 카드사 분사에 따른 국민은행 고객 정보 이용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명확한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정보유출 사태가 발생했다.
이건호 행장은 도쿄지점 부당대출 사건으로 제재를 받는다. 이 행장은 도쿄지점 부당대출 사건이 발생한 당시 리스크 담당 부행장을 역임하고 있었다. 행장 취임후 끊임없이 벌어진 내부통제 부실로 인한 사건·사고에 대해서도 포괄적인 책임을 피해가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책임소재 비등.. 결국 정치적 영향력이 관건?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소재는 비등하기 때문에 각자의 외부 정치적 영향력이 징계의 수위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임 회장과 이 행장 모두 현 정부의 낙하산 인사로 지목되는 인물이다.
임 회장은 전형적인 '모피아(옛 재무부 계열 관료집단)' 출신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인 2008년 2월 재경부 제2차관을 마지막으로 공직을 떠난 뒤 금융연구원 초빙 연구위원을 지냈다. 2010년부터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위원으로 이명박 정부와 인연을 맺은 뒤 어윤대 KB금융 회장 시절 사장에 발탁됐다.
하지만 모피아라는 꼬리표는 임 회장에게 득보다는 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관피아 철폐'를 외칠 만큼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 관피아 모피아는 세월호 참사 전후로 금융권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건호 행장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과의 간접적인 인연 덕에 국민은행장에 올라서게 됐다는 설이 취임부터 돌았다. 이 행장 부친은 5·16 군사쿠데타를 주도한 육사 5기 출신으로 쿠데타 성공 직후 부정축재처리위원회 조사단장을 맡기도 했다.
또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씨와의 친분설도 있다. 이 행장과 막역했던 고(故) 차백인 박사가 박지만씨와 가까웠던 게 행장 선임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현 정부와의 친분설을 제외하더라도 이 행장은 금융연구원 출신으로 현 정부의 당국의 지지를 바탕으로 행장에 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 입장에서도 회장과 행장이 모두 중징계를 받고 물러나는 상황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