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넥슨, 엔씨소프트, 징가, 액티비전블리자드, 일렉트로닉아츠 등 국내외 대형 온라인게임사들의 주가가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성장 한계에 봉착했다는 인식의 확산에 투자자들이 외면하는 것이다.
1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 일본법인은 4282억엔(현재 환율기준 4조1000억원) 수준의 시가총액을 형성하고 있다. 2011년 5530억엔(당시 환율기준 8조1700억원) 규모로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것과 비교했을 때 상당폭 떨어진 수치다. 국내 최대 게임 상장사인
엔씨소프트(036570)의 시가총액도 3조9000억원 정도다.
이러한 흐름은 해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011년 전세계 게임시장에 ‘SNG 열풍’을 일으키며 뜨거운 기대 속에 상장한 징가의 현 주가는 공모가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그나마 미국 양대 온라인게임사라 할 수 있는 액티비전블리자드와 일렉트로닉아츠는 사정이 좀 낫다. 모바일사업과 차기작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꽤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도 각각 15조원과 11조원 수준에 그친다.
◇ 주요 온라인게임사 및 인터넷회사 기업가치 (자료=뉴스토마토DB)
한 벤처투자자는 “비교잣대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평가가 다를 수는 있지만 등장시기가 비슷한 다른 인터넷산업과 비교했을 때 온라인게임 분야는 확실히 저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주요 인터넷기업들의 시가총액을 보면 구글 380조원, 페이스북 170조원, 아마존 150조원, 야후 38조원이다. 심지어 택시앱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우버조차 최근 17조원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투자를 이끌어냈다.
이처럼 대형 온라인게임사들이 홀대 받는 것은 매출 문제가 아니다. 당장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경우 매년 호실적을 거두고 있으며 영업이익률만 하더라도 30~40%에 육박한다. 아울러 수천억원 규모의 현금을 쌓아놓고 있는 상태다.
이들이 저평가된 이유는 더 이상 전세계 온라인게임시장이 극적으로 크기 힘들다는 예측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평균 시장성장률을 8%로 봤다.
◇ 최대 인기 온라인게임 '리그오브레전드' (사진=라이엇게임즈)
아울러 유통플랫폼이 콘솔, 온라인, 모바일 등으로 나눠졌다는 것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콘솔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닌텐도, 세가가, 모바일에서는 겅호, 킹닷컴이 위세를 떨치고 있다. 온라인게임사들은 이종 플랫폼에 여러 차례 진출을 시도했으나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혁신 부재에 대한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구글이 위치기반서비스(LBS), 모바일, 사물인터넷, 무인자동차, 빅데이터 등 최신 IT트렌드를 만들어내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데 반해 온라인게임사는 여전히 컴퓨터 모니터 안에 갇혀있다는 주장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게임산업이 현재 위기를 넘어 한번 더 성장을 하려면 이종산업과의 융합의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