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질문, 새누리도 '문창극' 사퇴촉구 동참

이재오 "식민지배 하나님 뜻이면 독립운동가 뭐가 되나"
김도읍 "문후보자 총리 된다 해도 국가개조 추진 어려워"

입력 : 2014-06-18 오후 5:02:30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청와대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요청서 제출을 연기한 가운데, 18일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새누리당 의원들 누구도 문 후보자에 대한 방어에 나서지 않아, 당내 변화된 분위기를 반영했다. 야당 의원들도 문 후보자에게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문 후보자 인선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온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이날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첫 질의자로 나서 '일제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문 후보자의 발언과 관련해 "그렇다면 식민지배 때 독립운동을 한 사람은 뭐가 되나"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 70%가 문 후보자가 국무총리로서 자격이 없다고 한다"며 "한 나라의 국무총리로서 국정을 수행해야 하는데, 그런 사관을 갖고 있으면 국정의 모든 것을 그런 사관으로 볼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신앙인으로서, 학자로서, 언론인으로서는 모르지만, 총리로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민들의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대정부 질문 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문창극 후보자 사퇴' 요구를 하며 피켓시위를 진행 중이던 야당 의원들을 방문하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18일 오전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 피켓시위에는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깜짝 방문하기도 했다. ⓒNews1
 
오후 질의에 나선 같은 당 김도읍 의원은 청와대의 '재가 연기' 소식이 들린 후, 당초 준비한 대정부질문지에 없던 문창극 후보자에 대한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김 의원은 "문 후보자는 총리가 되도 오늘 대한민국의 역사적 사명인 국민대통합을 전제로 한 국가개조를 힘 있게 추진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실상 문 후보자가 총리 자격이 없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문 후보자도 본인이 과연 분열된 국론을 융합해서 대한민국 개조를 잘 추진할 수 있을지 잘 판단해달라"고 우회적으로 자진사퇴를 압박했다.
 
사전에 공개된 김 의원의 대정부질문지에는 야당의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말라'는 요구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그는 실제 대정부질문에서 이 같은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아울러 이날 대정부질문에 나섰던 이장우·송영근 의원 등은 문 후보자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하고 있다.ⓒNews1
 
야당 의원들은 이날도 문 후보자에 대한 집중포화를 날렸다.
 
원혜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대한민국 총리가 아니라 일본 총독 후보자를 지명한 것 같은 착각이 든다"고 성토했다. 그는 "청와대 인사위원들이 문 후보자의 '일제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발언에 공감대가 있으니까 그냥 넘어간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김성곤 의원은 박 대통령이 '진보는 악이고 보수는 선'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인의 연정시도를 참고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문 후보자가 낙마하면 이번엔 야당에 총리 추천권을 주는 대연정을 한번 해보라고 제안해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영교 의원은 '세월호 참사'가 이슈에서 밀리게 된 것이 문창극 후보자 문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문창극 후보자가 국민에게 참극을 주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오늘 대통령이 청문요청서를 보내야 하는데 보내지 않았다. 어제와 13일에도 보내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은 21일 귀국해 재가를 검토한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대통령은 지명 철회시키는 것이 자존심 상하고, 문 후보자는 사퇴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며, 대통령에게 문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 건의를 요구하라고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촉구했다.
 
정 총리는 서 의원의 촉구에 "제가 후임 총리 후보자에게 사퇴하라고 하는 게 도리이겠느냐"고 반문하며 "그 문제에 대해선 본인이 여러가지로 판단할 것이라고 본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 총리는 그러면서도 문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본인 의도와는 부분부분 애초 표현과는 조금 다르거나 잘못된 게 있는 것 같다"며 "이 부분에 대해 본인의 진의가 무엇인지 청문회 과정에서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재가 연기' 입장이 나온 이후인 오후 질의응답에서도 "(문 후보자의 발언과 관련해) 일부 오해 내지 반대가 일어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선 본인의 생각이 다르다고 해명하고, 사과도 했기 때문에 그런(청문회) 기회에 충분히 논의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 후보자의 발언과 관련해 "이스라엘 민족의 수난사를 우리나라 수난사에 비유해서 얘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수난 다음에는 하나님이 축복을 주신다는 뜻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생각한다"고 두둔하기도 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한광범 기자
한광범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