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방서후기자] 주택시장 침체의 전유물이었던 '벌떼분양'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벌떼분양은 수십명 이상의 분양 대행사 영업사원이 무차별적으로 수요자를 모집해 건당 수수료를 챙기는 판매 방식으로, 주로 미분양 물량 해소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건설사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이용해 왔다.
하지만 최근 송도나 마곡 등 인기지역에서도 분양 초기부터 벌떼분양을 시작하는 것은 물론, 브랜드 파워가 있는 대형 건설사마저 영업사원에게 돌아가는 수수료를 인상하면서까지 열을 올리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청약 당시 순위내 마감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던 '송도국제도시 호반베르디움'은 지난 8일부터 벌떼분양에 들어갔다. 영업사원은 판촉에 쓰일 전단지와 현수막, 벌금까지 전부 지원받는 것은 물론, 계약 1건을 성사시킬 때마다 80만~100만원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해당 분양팀원들은 현재 631가구에 달하는 전용면적 63㎡ 물량을 이달 안에 모두 팔겠다는 각오다.
지난 4월 마곡지구에 공급돼 두 달도 되지 않아 완판 기록을 세운 한 오피스텔 역시 벌떼분양의 힘이 컸다. 마곡지구에서는 다소 후발주자로 공급된 까닭에 아예 처음부터 대대적으로 분양 사원을 고용해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건당 수수료도 400만원으로 웬만한 아파트보다 높은 수준을 제공했다.
해당 오피스텔 현장 관계자는 "마곡지구는 길어도 두 달이면 분양이 완료되는 곳이라 대행사들 간 경쟁이 치열해 빨리 성과를 내고 다른 사업장으로 옮겨가는 전략을 쓰고 있다"며 "이번 사업장은 너무 끝물에 분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어 조직분양이 진행된 것 같다"고 귀띔했다.
대형 건설사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10월 공급 이후 미분양이 남아있던 '인천 SK 스카이뷰' 현장은 분양 방식을 바꾼 뒤 지난해 12월 200건 이상의 계약을 달성하며 목표치를 웃도는 성적을 냈다.
이밖에 초기 미분양 물량이 많았던 가재울 뉴타운3구역 '래미안e편한세상' 역시 조직분양 투입 후 빠르게 분양이 완료됐고, GS건설(006360)·현대산업(012630)개발 등 대형 건설사가 시공을 맡은 4구역 'DMC파크뷰자이'도 조직분양 3주차에 80건 이상 계약이 이뤄졌다.
이렇듯 공급자 입장에서는 벌떼분양이 물량 해소에 효자 노릇을 톡톡이 하고 있지만, 수요자에겐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 인적정보를 활용하는 MGM방식으로 진행되다보니 휴대폰 문자나 전화를 통한 홍보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과거에 견본주택에 한 번 들렀을 뿐, 본인의 개인정보를 활용해도 된다는 동의를 하지 않았음에도 자신의 전화번호가 업자들 사이에 공공연하게 공유된다. 이에 따라 전혀 생각지도 않던 분양 현장으로부터 투자를 권유하는 연락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분양 대행사 관계자는 "견본주택에 한 번이라도 전화를 걸었다면 DB로 구축해 다음에 투입되는 사업장에 가져가 지속적인 마케팅을 한다"고 밝혔다.
수수료에 눈이 먼 일부 상담원들의 영업 행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어떻게든 계약을 성사시켜야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과장광고가 만연하고, 이는 입주 후 사기분양 시비로까지 번지기도 한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리서치팀장은 "기존에는 미분양이 되도 바로 벌떼분양을 시작하지는 않고 팔다 팔다 안 팔릴 때 조직이 투입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미분양 기미가 보이면 바로 시작되는 것 같다"며 "건설사 입장에서는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분양가 할인 등의 혜택을 수요자에게 주는 것 보다는 분양 상담원에게 수수료를 주면서 떼분양을 하는 것이 기존 계약자와의 분쟁을 방지하고 투자금 대비 효율이 뛰어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상담원들이 들려주는 정보가 분양가를 깎아주는 등 수요자에게 직접적으로 와닿는 정보가 아니라 그들이 수수료를 받기 위해 어떻게든 계약을 성사시키려고 다소 과장된 광고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갑자기 전단이나 현수막이 많이 생겨나거나 표기된 연락처가 개인 휴대폰 번호면 조직분양이 시작됐다고 보면 될 것"이라며 "기존 분양 조건이 변경될 때에도 투입이 되는데 만약 분양가 할인 등의 혜택이 적용된다면 중도금 대출 한도를 유지하기 위해 계약서를 이중으로 작성하는 경우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