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국내 신용평가기관들이 최근 돈을 받고 기업의 신용등급을 고평가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신용평가 신뢰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기업에 대한 국내외 신용등급 평가가 제각각 달라 시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국내 100대 주요기업들의 경우, 국내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는 평균 'AA+' 등급을 받았지만 해외에서 받아든 성적표는 5계단이나 아래인 ‘A-’에 그쳤다. 특히 우리나라 대표기업인 포스코, GS칼텍스, 현대자동차 등은 국내와 국제신용평가 간극이 최대 8계단으로, ‘등급 거품‘ 논란마저 낳고 있다.
반면 은행과 공기업은 국내외 평가 간극이 3~4계단으로 민간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았다.
19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가 지난해 매출 기준 국내 100대 기업의 국내외 신용평가 등급(2014년 5월 기준)을 조사한 결과, 국내와 해외에서 모두 신용평가를 받은 33개 기업의 국내 평가 등급은 평균 ‘AA+(조정수치 1.6)’인 반면, 해외에서는 ‘A-(6.8)’를 받아 등급 괴리가 5.2에 달했다.
공기업과 은행을 제외한 18개 민간기업으로 좁혀보면 국내 신평사 평균 등급이 ‘AA+(2.2)’인 반면, 해외에서는 ‘BBB+(8.5)’를 받아 국내외 괴리가 6.3으로 더욱 커졌다.
해외 평가는 무디스, 스탠다드앤푸어스, 피치 등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이 매긴 등급의 평균치를, 국내는 NICE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3사의 등급 평균치를 기준으로 적용했다.
국내외 신용평가 등급 간극이 가장 큰 곳은 포스코로, 국내 신용평가기관의 평가등급은 ‘AA+’였다. 이마저 최근 20년 만에 ‘AAA’등급에서 한 계단 강등된 결과다.
반면 해외 평가 등급 평균 조정수치는 9로, 국내 평가와 무려 8계단 차이가 났다. 국내 평가등급이 해외보다 36%나 높은 셈이다. 포스코는 무디스로부터 Baa2, S&P로부터 BBB+, 피치로부터 BBB의 등급을 각각 받았다.
GS칼텍스 역시 무디스와 S&P로부터 10등급인 Baa3과 BBB-를 받았으나, 국내에서는 2등급인 AA+를 받아 8계단 차이가 났다.
이어 현대차, LG전자, S-Oil, 롯데쇼핑, SK하이닉스, 현대제철 등이 국내에서 많게는 AAA에서 적게는 A+의 등급을 받았지만, 해외에서는 BBB+~Ba2에 그쳐 7계단 간극을 보였다.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KT, SK텔레콤, SK종합화학, 이마트, 포스코건설, SK E&S 등은 국내서 받은 최소 등급이 AA-였으나, 해외에서는 BBB-로 6계단 차이가 났다.
반면 LG화학은 공기업과 은행을 제외한 민간기업으로서는 국내외 간극이 가장 작았다. LG화학은 국내에서 2등급인 AA+를 받았고, 무디스에서 A3, S&P에서 A-의 등급을 받아 간극이 5계단에 그쳤다.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은 국내(AAA)와 해외(AA-~A+) 격차가 3계단에 그쳤다.
국민은행을 비롯해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 외환은행 등 시중은행 역시 국내에서 일제히 AAA를 받았고, 해외에서는 A1에서 A-까지 평균 6등급을 받아 간극이 5계단으로 차이가 작았다.
한국전력공사, 가스공사, 토지주택공사, 도로공사 등 국내서 AAA를 받은 공기업은 해외에서 평균 5등급(AA-~A+)을 받아 4계단 차이가 났다.
100대 기업 중 국내 신용평가 대상은 78개사였으며, 이중 1등급(AAA)을 받은 곳은 20개사로 25.6%에 달했다. 해외에선 1등급을 받은 기업은 전무했고,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4등급으로 가장 높았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국내외 신용평가 간극이 큰 것은 평가 수수료가 국내 신평사의 주 수입원이고, 기업 입김이 평가에 어느 정도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라며 “자율에 맡겨진 신용평가 시장이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 미국이 도입한 등급 감시시스템 등 최소한의 방어책이라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