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동결 말되냐"던 실세, 韓銀도 주물럭?

성장론자 최경환 부총리 내정 후 한은에 영향력 행사할지 주목

입력 : 2014-06-19 오후 6:14:05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대통령 최측근 정치인의 경제부총리 내정 이후 경제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빠르고 다양하게 교차하고 있다.
 
특히 정부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와 중앙은행인 한국은행간의 관계설정과 금리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 행사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커졌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성장중심의 경제철학을 갖고 있는데다 국회의원시절 금리의 방향설정에서 '인하'에 상당한 무게감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부총리 내정직전인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News1
 
19일 국회 영상회의록과 회의록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4월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한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은 박근혜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인 현오석 부총리에게 한국은행의 금리동결행진에 대한 강력한 불만을 표시했다.
 
당시 최 의원은 "한국은행의 금리결정보고서를 보고서 깜짝놀랬다. 경제는 나빠지는데 금리는 동결한다? 이게 말이 되는 얘기냐"고 소리쳤다.
 
최 의원은 이어 "금리문제에 (정부가) 개입하라는 게 아니라 적어도 경제를 보는 인식은 같아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서로 다 아는 분들인데 평소에 대화도 좀 하고 그런 리더십을 해주십사 하고 만든 것이 부총리"라고 금리결정에 있어서 경제부총리의 역할론도 주장했다.
 
당시 기재위가 열리기 나흘 전에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7개월째 금리를 동결하는 결정을 내렸고, 한달 뒤인 2013년 5월 금통위에서는 다수의 동결전망을 깨고 깜짝 인하결정을 내렸다.
 
5월 깜짝 금리인하에 대해 당시 김중수 총재는 "추경이라는 새로운 정부 정책이 나왔다. 정부가 국회와 힘을 합해 경기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데 중앙은행이 동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한은 자체적인 정책적 판단보다는 정부와 국회의 정책적 판단에 동조한 셈이다.
 
추진력이 강한 최 의원의 부총리 내정으로 한동안 사라졌던 정부의 금통위 '열석발언권'이 되살아나거나 단 한번도 행사되지 않은 정부의 '재의요구권'이 행사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행 한은법은 기획재정부의 차관이 금통위에 참석해 발언할 수 있도록 열석발언권을 부여하고 있으며,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통위의 의결이 정부의 경제정책과 상충된다고 판단할 경우 재의를 요구할수도 있도록 하고 있다.
 
재의요구권은 아직까지 단 한번도 행사되지 않았지만 열석발언권은 이명박 정부가 성장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2010년부터 계속해서 행사했었다가 박근혜 정부 들어서인 지난해 3월 금통위부터는 행사를 중단한 상황이다.
 
같은 성장주의자인 최 내정자가 열석발언권을 부활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상황도 8년만에 열석발언권을 부활시킨 이명박 정부 때와 유사하다. 당시 정부는 금융위기 극복과 내수진작을 위해 금리인하를 강조했고 한은은 가계부채 증가와 물가인상을 우려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부는 최근 내수와 투자회복을 위해 결정적인 정책을 내 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인하를 원하고 있지만, 한은은 동결 및 인상의지를 내비추고 있다.
 
이주열 한은총재가 박근혜 정부가 임명한 총재라는 점에서 당시와는 다를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이성태 총재가 독립적 성향을 나타내자 열석발언권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이주열 총재가 최경환 내정자의 임명 이후 친정부적 움직임을 보일 경우 열석발언권 행사는 불필요해진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누가 부총리가 되든 한국은행의 중립성을 지켜져야 한다"면서 "사실 열석발언도 보여주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 실제로는 필요가 없다. 의견을 전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정부 차관이 와서 앉아 있다고 해서 의견을 바꾸는 금통위원이 있다면 정말 자격이 없는 위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최 내정자도 국회에서 한국은행의 독립에 대해 많이 접했을 것이고, 금리를 인하해봐야 경기에 그렇게 도움이 안된다는 것도 알게될 것"이라며 "욕먹어가면서 압력을 행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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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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