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세무조사, 견물생심 차단하는 전면적 변화 필요

입력 : 2014-06-20 오후 3:41:30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또 뇌물이다. 지난 19일 서울지방법원은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뇌물을 받은 국세청 공무원 2명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또 다른 3명에게는 집행유예와 함께 받은 뇌물을 토해 놓으라는 벌금이 부과됐다.
 
이들은 모두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 소속으로 자신이 세무조사를 진행하던 업체로부터 각각 수천만원씩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특히 실형을 선고받은 두사람은 업체로부터 적극적으로 뇌물을 요구한 사실이 재판과정에서 입증됐다. 마지못해 받은 뇌물도 엄벌에 처해야할진데 대 놓고 세금을 깎아줄테니 뇌물을 내 놓으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한푼의 세금에도 벌벌 떠는 납세자 국민의 입장에선 까무러칠 일이다.
 
그러나 자극에 자주 노출되면 무감각해진다고 했던가.
 
안타깝게도 이러한 기가 막힌 세무공무원의 뇌물사건도 그 잦은 빈도 덕분에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도 새삼 느끼는 것 하나는 바로 국세청의 징세권이 세정현장에서 얼마나 권력화 돼 있는가 하는 것이다. 또한 세무조사가 얼마나 국세공무원 자의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환경인지도 알수 있게 한다.
 
그동안 국세청의 세무비리의 역사를 보면 고위직과 하위직을 막론하고 세무조사와 연결된 비리가 대부분이다.
 
국세청장과 차장, 지방국세청장, 조사국장 등 고위직 세무관료들이 세무조사 대상인 기업에게서 수천에서 수억원의 뇌물을 수수했다가 쇠고랑을 차게 되는 암흑의 역사가 수도 없이 반복됐다. 역대 국세청장 중 8명이 구속되거나 검찰수사를 받았을 정도다.
 
가장 최근에도 CJ그룹 세무조사 무마로비와 관련해 전직 및 현직 국세청 고위관료가 연루돼 검찰조사를 받고 있거나 실형에 처해졌다.
 
상대적으로 사회적인 이슈가 되지 못했을 뿐 고위직이 아닌 하위직에서의 뇌물사건도 적지 않았다. 매년 수차례 전국의 일선 세무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뇌물수수비리가 터져 구속수감되거나 재판을 받았다.
 
19일 법정에서 망신을 톡톡히 당한 세무공무원들도 4급, 5급, 6급의 중하위직이다.
 
이쯤되면 세무조사는 국세청 비리의 원흉이라고 할수 있지만 수십년이 흘러도 개선되지는 않고 비슷한 비리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국세청은 스스로 고위직과 기업인과의 사적인 만남을 금지한다거나 민간이 참여하는 세무조사 감독위원회를 만드는 등의 자구책도 펼쳐왔지만 대부분 실효성 없는 대책들임이 증명된 셈이다.
 
그동안의 국세청 개혁방안이 모두 스스로 마련한 셀프개혁이라는 점은 이런 도돌이표 대책의 원인이다.
 
스스로에게 냉철한 잣대로 변화를 주지 못하니 핵심을 놓칠 수 밖에 없다. 국세청이 기업인과의 사적인 만남금지를 뭔가 대단한 대책인양 전면에 내 놓는 것만 봐도 그간의 자구책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이었는지 알수 있다.
 
전국의 세무공무원은 2만명이 넘는다. 지금의 상태로는 앞으로 또 전국 어느 법원에서든뇌물을 수수한 세무공무원이 재판에 서게될 것이다. 당연히 아직 수면 아래에 있는 뇌물사건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것만 빼고 다 바꾼다는 생각은 안된다. 말로만 뼈를 깎는 개혁은 소용 없다. 그냥 모조리 바꿔야 한다. 견물생심 사심의 개입의 여지를 원천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적인 세무조사 개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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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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