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사퇴 두고 '불통' 朴 대통령과 문창극 후보자

朴 "재가 결정 아닌 검토" '시그널'에 文 "억울해"

입력 : 2014-06-20 오후 4:37:13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19일 안중근 의사와 안창호 선생을 가장 존경한다며 왜 자신에게 친일·반민족 딱지를 붙이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던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다시 한 번 자진사퇴할 의향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문 후보자는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으로 출근하며 기자들에게 "위안부 문제는 반(反) 윤리적 범죄행위"라면서 "제 본심은 진심으로 사과해라. 배상 문제는 차후의 문제라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라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오늘은 국회 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이니 정홍원 총리님이 질의·응답하는 것을 공부해야 한다"며 "혹시 인사청문회에 가게 돼서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될 테니 보는 것 자체가 공부"라고 말해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문 후보자는 자신의 가방을 기자들에게 들려주면서 "얼마나 무겁나. 이거 다 읽어야 한다. 저를 이해해달라"라고 하는 등 등을 돌린 민심을 만회하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청문회에 임하겠다는 문 후보자의 간절한 바람은 결국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문 후보자의 거취를 둘러싼 현재 상황이 워낙 좋지 않기 때문이다.
 
중앙아시아를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문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서의 국회 제출 재가 여부를 21일 귀국 이후 검토할 방침이다.
 
당초 문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였던 박 대통령은 문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면서 여론이 들끓자 재가 시기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마침내 임명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문 후보자에게 자진사퇴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앞서 안대희 전 대법관이 낙마해 지명 철회가 부담스러운 박 대통령으로서는 문 후보자가 알아서 물러나주길 바라는 눈치다.
 
문제는 박 대통령의 신호를 문 후보자가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 후보자는 외국에 나가있는 박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는데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 참사가 되풀이된 것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지명을 철회해야 할 인사권자가 도리어 내정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가운데, 역사관에 문제를 노출한 내정자는 의도를 간파하지 못한 채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모양새다.
 
문 후보자로 안 되겠다는 판단을 내렸다면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출국 전 문 후보자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줬어야 했고, 문 후보자도 자신의 임명을 반대하는 주변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과 문 후보자 모두가 불통 비판을 받는 이유다.
 
◇20일에도 자진사퇴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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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