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 직후 기뻐하는 코스타리카 선수들. (사진=로이터통신)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거침없이 질주하는 코스트리카의 행보에 이탈리아마저 무너졌다. 당초 코스타리카는 이번 대회 D조 '최약체'로 평가됐지만 자력으로 가장 먼저 16강으로 진출하면서 이번 대회에서 최고의 이변으로 떠올랐다.
코스타리카는 21일 새벽(한국시간) 브라질 헤시피의 아레나 페르남부쿠서 열린 브라질월드컵 D조 2차전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전반 44분 터진 브라이언 루이스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이로써 지난 15일 진행된 우루과이전을 '3-1'로 이긴 데 이어 이탈리아까지 잡은 코스타리카는 2승을 통해 승점 6점을 확보하며 스스로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지난 1990년 열린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24년 만이다. 코스타리카는 당시에도 스코틀랜드와 브라질, 스웨덴 등의 강호가 즐비한 가운데 16강의 진출해 이변으로 평가됐다.
21일 현재 코스타리카가 승점 6점을 얻어 1위며, 우루과이와 이탈리아(이상 1승 1패)가 승점 3점을 얻어 2·3위다. 잉글랜드(2패)가 승점 0점으로 4위다. 코스타리카의 선전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다.
◇코스타리카의 포워드 조엘 캠벨(Joel Campbell)이 이탈리아의 포워드 로렌조 인시녜와 공을 두고 다투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떨어지는 '이름값', 그렇지만 이변의 주인공이 되다
코스타리카는 다른 팀들처럼 세계적인 스타 플레이어도 없고 유럽을 포함한 축구 빅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은 조직도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코스타리카를 D조에서 잉글랜드와 이탈리아는 물론 우루과이보다 약체 팀으로 평가한 이유다.
이날 이탈리아는 전방의 마리오 발로텔리를 원톱 필두로 다니엘레 데 로시와 안드레아 피를로, 티아고 모타가 공격과 중원을 맡았다. 양쪽 측면에는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와 안토니오 칸드레바 등이 나섰다. 조르지오 키엘리니, 안드레아 바르찰리, 마테오 다르미안, 이그나치오 아바테가 수비를 책임졌다. 이날 골키퍼 장갑은 지안루이지 부폰이 끼었다.
이에 맞서는 코스타리카는 최근 상승세인 조엘 캠벨을 최전방에 배치됐다. 이어서 브라이언 루이스-셀소 보르게스-옐친 테헤다-리스티안 볼라뇨스가 미드필더로서 선발 출전했다. 크리스티안 감보아-오스카 두아르테-히안카를로 곤살레스-마이클 우마냐-주니어 디아스가 수비 라인에 섰다. 케일러 나바스가 최후방을 지키며, 상대 골의 차단 역할을 맡았다.
확실히 코스타리카는 '이름값'에서 이탈리아보다 상당히 떨어졌다. 최약체로 예상할만 했다. 하지만 코스타리카는 완벽한 전술과 이 전술을 뒷받침할 끈끈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연이어 이기면서 이변의 주인공이자 환희를 먼저 맛본 팀이 됐다.
◇코스타리카 미드필더인 조셰 쿠베로(Jose Cubero)가 코스타리카의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두터운 코스타리카의 수비벽, 이탈리아는 뚫지 못했다.
앞선 1차전에서 이긴 경험이 있는 두 팀은 초반엔 탐색전에 돌입했다. 조심스러운 경기 운영이 이어진 가운데 경기 주도권을 잡은 쪽은 이탈리아. 이탈리아는 코스타리카를 몰아세웠고, 코스타리카는 두터운 수비를 바탕으로 실점을 하지 않는데 주력했다.
이탈리아는 중원에 밀집된 코스타리카의 선수들을 피해가기 위해 발로텔리를 통해 롱패스에 주력했다. 하지만 전반 27분 모다의 슈팅과 전반 31분 진행된 발로텔리의 골키퍼와의 일대일 득점 찬스는 끝내 수포로 돌아갔다.
오히려 전반 7분과 전반 16분의 코스타리카의 코너킥으로 이탈리아는 실점 위협의 순간을 넘겨야 했다. 전반 36분 볼라뇨스의 중거리 슈팅과 전반 42분 두아르테의 백헤딩 공격은 이탈리아 선수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상대적으로 궁지에 몰린 팀은 코스타리카였다. 다만 선취골을 뽑은 팀도 이탈리아가 아닌 코스타리카였다. 전반 44분 디아스가 왼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린 것을 쇄도하던 루이스가 절묘하게 머리에 맞추며 득점으로 연결한 것이다.
골이 급했던 이탈리아는 후반 들어 미드필더인 모타를 빼고, 공격수인 안토니오 카사노를 투입했다. 이어서 인시녜와 체르치도 교체로 넣었다. '밀집'된 코스타리카 수비를 뚫어보기 위한 이탈리아의 필사적인 노력의 일환이다.
그렇지만 이탈리아는 코스타리카 수비진의 끈끈한 수비에 막히며 별다른 성과물을 만들지 못했다. 오히려 패스 미스와 체력 저하가 눈에 띄며 집중력이 저하된 모습도 보여졌다. 코스타리카 선수들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이탈리아와 달리 코스타리카는 강한 수비를 토대로 역습을 시도하며, 안정적으로 1-0의 리드 상황에서 남은 시간을 보냈다. 1점차 리드를 지키면서 승리를 이뤄내려 하는 전술이다. 끝내 코스타리카는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릴 때까지, 실점이 없었다.
결국 코스타리카는 D조에서 가장 먼저 16강에 선착했다. 이탈리아는 우루과이를 상대로 마지막 3차전에서 16강행을 확정지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