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전국 1000여개의 알뜰주유소에 기름을 납품하는 업체들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향후 정유 업계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수 시장 점유율 1위인 SK에너지와 3위인 현대오일뱅크가 나란히 공급사로 선정되면서 정유업체 간 물고 물리는 점유율 경쟁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알뜰주유소 등장 이후 점유율 20%대로 내려앉으며 자존심을 구겼던 SK에너지가 명예 회복을 벼르고 있는 가운데, 현대오일뱅크가 업계 2위인 GS칼텍스를 따돌리며 반전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SK에너지, 알뜰주유소 통해 자존심 회복?
올해 알뜰주유소 공급자 선정 입찰 과정에서 가장 적극적 행보를 보인 곳은 단연 SK에너지다. 당초 업계에서는 1, 2부 시장 입찰에 정유 4사 모두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만 1·2부 시장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입찰에 참가하는 SK에너지의 분위기가 전과는 사뭇 달랐다는 게 관련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SK에너지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1부 시장 입찰에서 기술점수가 미달되면서 정유 4사 가운데 유일하게 우선협상대상자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반면 올해는 1, 2부 시장 입찰에 현대오일뱅크와 나란히 참여하며 알뜰주유소 공급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이 같은 태도 변화는 알뜰주유소 등장에 따른 업체 간 점유율 변동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SK에너지의 내수 시장 점유율은 2012년 1월 33.2%에서 올해 4월 28.9%로 내려앉았고, 업계 2위인 GS칼텍스도 이 기간 25.0%에서 24.1%로 하락했다.
이와 반대로 알뜰주유소 공급권을 따냈던 현대오일뱅크는 22.2%에서 23.1%로, S-Oil은 16.3%에서 18.7%로 점유율을 각각 늘렸다.
알뜰주유소 공급 여부가 점유율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로 떠오르자 초조해진 SK에너지도 입찰에 적극 뛰어든 게 아니냐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시장에서는 알뜰주유소에 본격적인 공급이 이뤄지면 SK에너지의 점유율이 일정 수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알뜰주유소 등장 이후 30%대에 달하던 SK에너지의 내수 시장 점유율이 무너지면서 민감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정유 4사가 공급 조건이나 능력이 비슷한 만큼 SK에너지가 공격적으로 가격을 낮춰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제마진 하락 등 시장 상황 악화 등으로 업체 간 물고 물리는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상황에서 알뜰주유소에 대한 공급권은 어느 때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면서 "SK에너지가 1부 시장 공급에 나설 경우 전체 내수 시장에서 점유율이 다소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오일뱅크 반란 성공하나..GS E&R이 '변수'
2·3위 업체 간 점유율 경쟁도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의 지난 4월 기준 내수 시장 점유율 격차는 1%에 불과한 실정. 2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GS칼텍스가 1부 시장에 적극 관심을 보였으나 고배를 마시며 시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속으로 빠져들었다.
현대오일뱅크도 STX에너지가 GS컨소시엄에 인수되면서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반면 GS는 지난해 말 STX에너지(현 GS E&R)를 인수하며 유통망을 확보한 터라 결과를 예단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국 48개 주유소, 14개 저장탱크를 운영하고, 350개 업체에 석유제품을 판매 중인 GS E&R의 신규 공급업체는 GS칼텍스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경상도와 전라도의 알뜰주유소 유류 공급을 담당해 온 S-Oil은 올해도 내수 시장 만년 4위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S-Oil 측은 기존 폴사인 주유소 사업에 집중하며 내실을 다지겠다는 입장이다. S-Oil 관계자는 "그간 폴사인 주유소를 통한 판매 활성화에 힘써 왔고, 앞으로도 집중해 나갈 것"이라면서 "내수시장 확대 전략은 변함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1부 시장 사업자, 8월 공급 시작 ..삼성토탈, 다음달부터 납품
한국석유공사와 농협중앙회는 23일 알뜰주유소 1부 시장 공급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를 선정하고, 각 사에 결과를 통보했다. 우선협상대상 1순위 업체는 현대오일뱅크로 낙점됐고, 2순위에는 SK에너지가 이름을 올렸다. 이어 S-Oil과 GS칼텍스의 순으로 나타났다.
협상권은 순위에 따라 이뤄지게 되며, 1순위 업체는 공급 권역을 선택할 수 있다. 우선협상을 통해 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각 업체들은 2개 권역으로 나눠 휘발유와 경유, 등유를 1년 동안 공급하게 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현대오일뱅크와 중부권(경기, 강원, 충청)과 남부권(경상, 전라)을 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류 공급은 빠르면 오는 8월1일부터 시작되며, 다음 달까지는 기존 업체들이 담당하게 된다.
앞서 20일 열린 2부 시장 입찰에서는 삼성토탈이 휘발유와 경유 공급사로 선정됐다. 삼성토탈은 다음달부터 1년간 석유공사에 휘발유와 경유를 각각 매월 10만배럴씩 공급하게 된다. 삼성의 막강한 자본력과 브랜드력은 여전히 기존 정유사들에게 위협의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