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납품업체들로부터 방송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상습적으로 뒷돈을 상납 받은 신헌 전 대표(60) 등 롯데홈쇼핑 전·현직 임직원들이 무더기로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부장 서영민)는 신 전 대표를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공범 이모씨(51·방송지원 본부장) 등을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신 전 대표 등에게 상납금을 전달한 롯데홈쇼핑 고객지원부분장 김모씨(49)를 포함한 전·현직 임원 6명도 업무상횡령 등 혐의로 이날 함께 구속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신 전 대표는 이씨와 공모해 2008년 5월~2010년 7월 사이 인테리어 업체에 허위공사비를 지급한 뒤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비자금 3억원을 조성했으며, 이 가운데 2억2500여만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다.
또 이씨와 김씨 등 전·현직 임원 6명은 허위 공사비를 지급하는 수법으로 비자금 6억5000만원을 조성해 그중 일부를 신 전 대표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 전 대표는 이 외에도 2007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백화점 입·퇴점이나 홈쇼핑 론칭 등 편의제공 명목으로 거래업체 3곳으로부터 총 1억3000여만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도 받고 있다.
검찰은 2008년 12월부터 2011년 4월까지 납품업체 27곳을 관리하며 수수료 명목으로 30억원을 받아 그 중 5억7000여만원 상당을 롯데홈쇼핑 직원에게 론칭, 방송편성 등 편의제공 명목으로 지급한 브로커 1명도 구속기소했다.
리베이트를 수수한 영업전략팀장 등 전·현직 구매담당자(MD) 3명은 납품업체로부터 총 9700여만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벤더업체 대표 등 7명은 배임증재 및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롯데홈쇼핑 직원에게 각각 1500만원~4300만원 상당의 금품을 건넨 영세납품업체 대표 등 6명은 배임증재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검찰은 자본력이나 인지도가 낮은 중소 납품업체는 절대 다수인데 반해 국내에 허가된 홈쇼핑 채널은 6개에 불과해 갑을 관계를 이용한 구조적 비리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관계자는 "납품업체가 어렵게 상품을 론칭했다고 해도 소위 황금시간대를 배정받지 못하거나 일정 방송 횟수를 확보하지 못하면 재고물량을 소진할 수 없게 되는 선입고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 검찰 관계자는 "중소기업 경쟁력 향상과 소비자의 이익을 위해 도입된 TV홈쇼핑 시스템이 홈쇼핑 임직원들의 갑을관계를 이용한 사리사욕을 채우는 도구로 사실상 악용되고 있는 것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리베이트 수수금액 12억6000만원 상당의 추징보전 청구를 완료했으며, 나머지 3억7000여만원에 대해서도 리베이트를 수수한 임원의 가족 명의 부동산, 계좌까지 추적해 범죄수익을 전액 박탈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