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혁의 스포츠에세이)'극적 16강?'..이미 월드컵은 '끝'

입력 : 2014-06-24 오전 8:40:55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축구대표팀 '홍명보호'의 브라질월드컵 16강 도전이 사실상 끝났다.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간) 알제리에 2-4로 패하며 실망스런 모습을 보였다.
 
대표팀은 오는 27일 벨기에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남겨두고 있지만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벨기에는 이미 H조 최강으로 꼽혔던 팀이다. 냉정하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대다. 러시아와 알제리도 못 이겼는데 벨기에를 꺾을 것이라 내다보는 예측은 거의 없다.
 
◇지난 23일(한국시간)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알제리와 경기에서 패한 축구대표팀 홍명보호. ⓒNews1
 
벨기에의 마크 빌모츠 감독이 주전들을 대거 빼고 대표팀과 경기에 나설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이 또한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
 
홍명보 감독과 대표팀 선수들은 오히려 더욱 어려운 경기를 펼칠지도 모른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는 벨기에 신예들은 더욱 거세게 대표팀을 위협할 수 있다. 잃을 것 없는 거센 공격을 펼쳐 대표팀 선수들을 끊임없이 뒤로 물러서게 할지도 모를 일이다.
 
특히 벨기에는 이미 16강을 확정했다. 이 점은 더욱 무서운 부분이다. 경기에 갈증을 느끼고 있는 선수들이 아무런 부담감 없이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다.
 
대표팀의 김신욱(울산현대)이나 이근호(상주상무)가 선발 투입돼 아무런 부담 없이 경기에 뛴다면 쉽게 이해되는 부분이다. 내일이 없을 것처럼 온 힘을 다해 뛰는 선수들만큼 무서운 것도 없다.
 
지난해 6월 홍명보호 출범부터 여러 잡음이 많았다. "소속팀 경기 출장"을 둘러싼 원칙 논란부터 일부 선수의 황제 훈련 논란을 거쳐 최종명단 선발까지 하루도 매끄러운 날이 없었다.
 
홍명보 감독 또한 혼자 짊어졌을 무거움과 여러 고통 속에 어깨가 무거웠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은 있다. 과연 브라질 입성 후 누차 진행된 비공개 훈련에서 대표팀은 무엇을 했으며 스스로 강조한 "우리 경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는 주장을 위해 홍명보 감독은 어떤 것을 했느냐 하는 점이다.
 
홍명보 감독은 부임 이후 줄곧 고집한 기본 4-2-3-1 포메이션을 고집했다. 이를 바탕으로 일관된 선수기용을 펼쳐왔기에 이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컸다.
 
특히 알제리는 일찌감치 대표팀이 1승을 거둘 수 있는 팀으로 분류됐다. 이런 팀을 상대로 전반을 아예 내준 것은 준비가 허술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0-1도 0-2도 아닌 2-4 패배다. 선수들의 경기력을 떠나 벤치 운영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안톤 두 샤트니에 코치는 과연 무엇을 했는지 그것도 의문이다. 최소한 전력분석이 있었고 알제리와 대표팀 모두 꼭 이겨야만 하는 승부였다면 무언가 색다른 수가 나왔어야 한다.
 
◇대표팀을 이끌고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한 홍명보 감독. ⓒNews1
 
과거 히딩크 감독은 2002월드컵에서 폴란드, 미국,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을 상대할 때 모두 크고 작은 변화를 줬다. 결과를 떠나서 상대를 철저히 분석하고 이를 노리겠다는 수가 보였다.
 
그러나 브라질월드컵에서 대표팀은 러시아와 알제리를 상대로 모두 똑같은 축구를 했다. 다른 점은 김보경(카디프시티)과 김신욱밖에 없었다. 그마저도 사실상 승부가 갈린 마당에 이렇게 해볼까 하는 것밖에 안 됐다. 평가전에서 해야 했을 시험을 '벼랑 끝 승부'에서 했다.
 
안툰 코치의 수를 홍명보 감독이 받아들이지 않았는지 혹은 선수들이 실현을 못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중요한 점은 전력분석, 선수기용, 전술 모든 것이 화합을 이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알제리는 벨기에와 대표팀을 상대로 방패를 꺼냈다가 창도 꺼내보고 했다. 하지만 대표팀은 모든 경기에서 '믿음'이라는 신념 아래 똑같은 카드만 계속 내밀었다. 가위바위보를 하는데 '남자는 주먹'이라고 계속 바위만 내면 질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대표팀은 2012 런던올림픽 선수들이 대거 포함돼 해외에서도 분석하기 편했을 것이다.
 
벨기에를 상대로 대표팀의 실낱같은 16강 가능성이 남아있다. 지금 당장 탈락이란 표현은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 후반전에서 전술 시험을 하는 이런 대표팀의 행보는 기적적인 16강 진출 여부를 떠나 이미 준비가 안 된 모습이다.
 
"책임은 감독이 진다"는 표현에 따라 홍명보 감독이 물러날 수는 있다. 혹은 긴 시간을 보고 다음 2018 러시아월드컵까지 팀을 맡을 수도 있다.
 
그러나 브라질월드컵을 기다려온 팬들의 답답함까지는 아무도 책임질 수 없다. 앞으로 4년 뒤 월드컵까지 대표팀에 대한 갈증은 충성도 높은 팬들의 몫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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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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