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결국 자진사퇴했다. 지난 10일 "미력이나마 제 마지막 여생을 모아 나라를 위해서 한 번 바쳐볼까 한다"며 총리 지명을 수락한 지 꼭 14일 만이다.
문 후보자는 이날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그간의 논란을 해명하고 서운함을 표하며 "저는 오늘 총리 후보를 자진 사퇴한다"고 밝혔다.
◇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사진=한고은 기자)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 기자회견의 키워드는 크게 3가지로 모아진다.
일단 여론정치에 대한 문 후보자의 문제지적과 서운함 표출이다.
문 후보자는 지난 2주일간 총리 후보자로 지낸 시간을 소회한 뒤 "외람되지만 이 자리를 빌려 감히 몇 말씀드리고자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문 후보자는 "민주주의, 특히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사람이다. 자유 민주주의란 개인의 자유, 인권, 그리고 천부적인 권리는 다수결에 의해서도 훼손될 수 없다는 원칙을 지키는 제도"라고 설명한 뒤 "이를 위해서는 여론에 흔들리지 않는 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여론은 변하기 쉽고 편견과 고정 관념에 의해 지배받기 쉽다"며 "대통령께서 총리 후보를 임명했으면 국회는 법 절차에 따라 청문회를 개최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절차에 따라 총리 후보자가 됐음에도 중간에 불거진 논란으로 정식적인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문 후보자는 자신의 '친일 논란'에 불을 지핀 한 언론의 보도에 대해 "몇 구절을 따내서 그것만 보도하면 그것은 문자적인 사실 보도일 뿐이고 그것이 전체 의미를 왜곡하고 훼손시킨다면 그것은 진실 보도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문 후보자는 아울러 자신의 신앙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제가 평범했던 개인 시절 저의 신앙에 따라 말씀드린 것이 무슨 잘못이 됩니까"라며 '식민지배의 시련은 하나님의 뜻'이라는 취지의 발언에 대해 '종교적 맥락'을 반복해 강조한 것이다.
문 후보자는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을 거론하며 "김 전 대통령님은 옥중서신이라는 책에서 신앙을 고백하며 고난의 의미를 밝히셨다. 저는 그렇게 신앙 고백을 하면 안 되고, 김대중 대통령님은 괜찮은겁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문 후보자는 전날 보훈처의 발표로 확인된 조부의 독립운동 활동 이력을 자세히 설명하며 자신에게 제기된 '친일 역사관 논란'에 적극 해명했다.
문 후보자는 "저는 이 나라 독립을 위해 목숨 바친 분의 손자로서 보훈처가 시간이 걸리더라도 법 절차에 따라 다른 분의 경우와 똑같이 처리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는 문 후보자의 사퇴 이전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명예회복 후 자진사퇴' 시나리오에 부합하는 모습이다.
문 후보자는 약 15분간의 기자회견을 마치며 "저는 박근혜 대통령님을 도와드리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제가 사퇴하는 것이 박 대통령님을 도와드리는 것"이라며 공식적으로 사퇴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