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 아닌 것을 과잉 진단·치료하면 불필요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안형식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27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37주년·노인장기요양보험 6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토론회에서 '과잉 진단 및 과잉 진료'를 주제로 발표에 나서 이같이 주장했다.
안 교수는 "예를 들어 당뇨의 경우 약 효과가 크지 않고 부작용도 심한데 기준을 확대하면서 50만명이 넘는 신규 환자가 생겨났다"며 "갑상선암 발생률은 지난 1999~2010년 사이 7~8배가 늘었지만, 사망률은 놀랄 정도로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민감한 검사는 과잉 진단을 유발하지만, 사망률 감소에는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저골밀도를 골다공증으로, 경계성 고혈당을 전당뇨병으로 진단하는 등 질병 정의를 확장해 정상을 비정상으로 보는 행위는 제약회사와 의료기기 제조업자, 의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를 충족시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행위별 수가제로 인해 의료 서비스를 많이 하면 할수록 이득이 되는 체계이고, 의료기관이 대부분 민간인 탓에 다른 나라보다 과잉 진단과 치료가 많은 것"이라며 "이와 관련 정부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공과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과잉 진단·진료의 규모를 파악하고 질환 정의와 건강 결과에 대한 연구, 산업계 규제, 국민 설득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제약사·병원·환자 등 이해 당사자는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우므로 정부와 건보공단과 같은 보험자가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전문가들도 이같은 의견에 대체로 동의했다. 신상원 고려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는 "기계 발전이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됐는지는 의문"이라며 "하루에 몇백 명을 진단하고 수십 개 수술을 해야 병원이 돌아가고 명의로 추앙받는 현실 등을 제어하지 못하면 공허한 의료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정현진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실장은 "건보공단은 전국민 건강 자료를 바탕으로 이런 현상을 밝혀내는 것을 지원해야 한다"며 "또한 의료 진단 기술로 병을 정의하기보다 환자의 질환이 어느 지점에 있고 환자 상황을 고려했을 때 어떤 진단과 진료를 해야 한다는 등 고차원적 판단을 하는 의사를 높게 평가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조기 진단과 과잉 진단은 다르다"고 지적하면서 "조기 진단은 병이 갑자기 악화되기 전에 발견할 수 있으므로 환자에게 해로울 것이 없고, 무분별한 과잉 치료가 2차 피해를 양산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27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37주년·노인장기요양보험 6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토론회에서 '과잉 진단 및 과잉 진료'를 주제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사진=김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