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하나기자] 한맥투자증권 주주들이 주주총회에서 재무제표 승인안을 부결시켰다. 법적 소송이 진행 중인 착오거래 손실액을 확정된 부채로 인식해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한맥투자증권 (사진=최하나 기자)
27일 한맥투자증권은 여의도 본사에서 제24기 재무제표 승인 안건에 대한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주주들 전원(315만3709주)이 2013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 재무제표 승인안에 반대했다.
당초 주주총회는 오전 10시부터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10시40분쯤 시작됐다. 한맥투자증권 주주들과 관리인 등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작된 주총은 정회와 속회를 반복했다.
한맥투자증권은 지난해 12월12일 파생상품 주문 실수로 463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후 금융위원회 명령에 의거해 지난 1월15일로 임원의 직무집행정지와 임원의 직무를 대행할 관리인 2명이 선임됐다.
관리인 책임하에 작성된 한맥투자증권의 2013회계연도 재무제표에는 파생상품시장 착오거래 손실액 463억원 가운데 결제미납금액인 402억원이 부채로 포함돼 있다.
외부감사인인 신한회계법인은 이 재무제표에 대한 의견 표명을 하지 않았다. 감사보고서는 "한맥투자증권이 파생상품 착오거래 발생으로 부실 금융기관 지정과 영업정지 조치 등의 영향으로 부채가 자산을 초과했고, 금융위의 경영개선계획 불승인 등으로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의문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앞으로의 존속여부가 향후 금융위의 추가조치 내용, 착오거래 관련 손실금액의 회수 실적과 거래소의 구상권 청구 소송의 결과 등에 좌우되는데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고, 불확실성의 최종 결과를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감사 증거도 확보할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주총에서 한맥투자증권 주주들은 파생상품 주문 실수 손실액을 부채로 인식한 결산보고서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교진 한맥투자증권 부사장은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과 금융투자업 규정에 따르면 금융사의 자산과 부채는 실질가치로 평가하고, 우발 채무는 부채로 인식하지 않는다"며 "착오거래 손실액에 대해 거래소가 청구한 구상권에 대한 법적 다툼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우발 채무를 부채로 인식해 확정된 것처럼 재무제표에 기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관리인은 "인수받은 내용에 대해 작성한 것이며, 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재무제표에 반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무제표 작성 책임을 묻는 공방도 이어졌다.
한맥투자증권 임원진은 현재 직무집행 정지 상태기에 재무제표 작성 책임이 관리인에게 있다고 주장하며 관리인의 확답을 원했다. 강 부사장은 "소송이 진행중인 손실액 부분을 부채로 잡은 재무제표를 경영진이 작성했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거듭되는 재무제표 작성 책임에 대한 질문에 관리인은 즉답을 피했다. 책임 공방에 주총 진행이 더뎌지자 재무제표 안건 표결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해 주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한맥투자증권의 한 주주는 "절차적인 단계와 설명 없이 안건을 상정하고 확정하라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주주도 "이번 결산 재무제표 승인 안건은 매우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는 것"이라며 "이것으로 파산이 날 경우 재산상의 손실을 누가 책임질 수 있냐"고 반문했다.
공방이 계속되자 11시43분경 관리인은 관리인 책임하에 재무제표가 작성된 것이 맞다고 답했다. 이에 한맥투자증권 임원들은 재무제표가 관리인 책임하에 작성됐다는 내용을 재무제표에 넣을 것을 요구했다.
이후 주주들 전체의 반대로 결산보고서 승인안은 부결됐고, 주총이 마무리됐다.
◇한맥투자증권 주주총회 종료 후(사진제공=한맥투자증권 비상대책위원회)
주총이 끝난 후, 한맥투자증권 임원들은 주주들에게 최근의 진행상황을 전했다.
김치근 한맥투자증권 부회장은 "금융감독원에서 26일 저녁 8시에 미국계 헤지펀드 캐시아캐피탈로부터 손실액을 반환받기 위한 법무법인의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요청했고, 한맥투자증권은 9시에 이를 보냈다"며 "협상 진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캐시아의 이익금은 한맥투자증권의 착오거래 손실금 463억원 가운데 78%인 360억원에 달한다.
한맥투자증권은 지난 23일과 26일 금융위 청문에서 인가취소 처분의 부당성에 대해 피력했다. 21개 증권사들의 한맥투자증권의 인가 취소 조치 유예를 바라는 탄원서도 제출했다.
한편, 한맥투자증권에 대한 최종 결론은 다음달 2일 금융위 정례회의를 거쳐 1차 영업정지기간이 끝나는 시점인 14일 이후에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