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하나기자] 파생상품 주문 실수로 파산 위기에 처한 한맥투자증권이 회생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른바 '한맥사태' 반년 만에 미국계 헤지펀드와 이익금 반환 협상을 시작했고, 최근 금융위원회 청문절차에서 인가 취소를 유예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회사를 살리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많지 않다.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가 없어 회생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다만 협상에 진전이 있을 경우 인가 취소를 연기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영개선계획 불승인 이해못해" VS. 당국 "절차상 문제없다"
한맥투자증권은 지난 23일 금융위 청문에서 인가 취소의 부당성을 제시하는 의견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한맥투자증권은 경영개선계획 불승인에 대한 근거를 열람할 권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치근 한맥투자증권 부회장은 "금융위에 한맥투자증권의 경영개선계획을 승인하지 않은 것에 대한 근거의 열람과 복사를 요구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는 명백히 절차상의 법률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금융위는 추후 검토 후 공식적인 답변을 다시 주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 20일 오후 늦게 열람 권리를 요청해 청문에서 준비할 수 없었고, 24일에 요구한 자료를 보냈다"며 "한맥투자증권의 요구에 따라 추가 소명 기회를 더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맥투자증권의 자본확충 관련 확실한 플랜이 있을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며 "현재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있고, 추후 상황은 청문 절차를 마치고 한맥투자증권의 영업정지가 끝나는 7월14일 이후에 판단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김 부회장은 "24일 오후 8시에 경영개선계획 불승인 근거에 대해 요청한 문서를 팩스로 받았다"며 "하지만 조기경영정상화를 위한 자본확충 이행 가능성이 불확실하고 타당성이 없다는 내용이 매우 간단하게 제시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불승인 근거로 한맥투자증권이 자본확충을 위해 제시한 조치가 장기간 소요되고, 승소 여부도 불확실하며 승소 시에도 캐시아 등 해외거래 상대방으로부터 채권 회수가 불확실하다는 내용과 거액의 채권 환수를 전제한 유상증자의 현실성도 없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한맥투자증권은 이행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캐시아와의 협상 등을 진행하고 있는데 당국이 타당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주관적"이라며 "자세하게 어떤 내용들이 오갔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판단해 오늘 금융위에 경영평가위원회의 회의록과 금융위의 회의록을 열람할 권리를 추가 요청했다"고 말했다.
한맥투자증권은 23일 금융위의 청문절차에서 손해배상공동기금에 참여한 16개의 증권사의 탄원서도 제출했다. 내용은 한맥투자증권의 인가취소를 유예해 달라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한맥투자증권은 고객의 예탁 자산을 이미 다 돌려주어 투자자의 피해가 없고 다른 저축은행처럼 공적자금 개입도 없으며, 손해배상공동기금에 참여한 유일한 채권자인 각 증권사들도 한맥투자증권의 인가 취소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맥투자증권을 인가 취소시켜 얻을 공적인 이익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위는 한맥투자증권이 낸 경영개선계획이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해 오는 7월14일까지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금융위는 당초 23일이 마지막 청문으로 예정돼 있었지만, 한맥투자증권의 요청에 따라 추가 소명 기회를 더 줄 예정이다.
◇캐시아와 협상 타진..이익금 반환 성사될까
앞서 한맥투자증권은 착오거래 이익금을 반환하지 않은 미국계 헤지펀드 캐시아캐피탈파트너스 측과 첫 협상을 진행했다. 한맥투자증권 관계자 3명과 캐시아캐피탈의 국내 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의 변호사 3명은 지난 20일 이익금 반환 문제 등을 논의했다.
한맥투자증권에 따르면 캐시아 측은 이익금 얼마를 돌려주어야 하는지와 다른 8개 기관이 이익금의 몇 퍼센트 반납했는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캐시아는 이익금 반환에 대한 확답을 하지 않았다. 추후 2차 협상이 진행될 예정이지만 날짜는 미정이다.
한맥투자증권은 지난해 12월12일 코스피200 옵션 주문 실수로 462억원의 손실을 입고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한국거래소는 증권사들의 손해배상 공동기금으로 손실액을 대신 결제하고 한맥투자증권에 구상권을 청구했다. 이 가운데 국내 8개 증권사들의 이익금 반환으로 일부는 갚았지만 400억원 정도는 미납상태다. 이 가운데 캐시아의 이익금은 360억원 규모를 차지한다.
한맥투자증권 관계자는 "캐시아가 이익금을 전액 반환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고, 2차 협상이 빠른 시일내에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며 "일찍 반납했으면 회사가 파산 위기에 처하지 않았을 수도 있기에 피해보상도 청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맥투자증권은 캐시아와의 협상이 진전이 있을 경우 인가 취소를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캐시아의 이익금이 반환된다면 부채가 낮아져 파산에 이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맥투자증권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한 금융위의 처분 취소 신청과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제2 한맥사태 없어야..당국, 재발방지 대책 마련
한맥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금융당국의 대책도 가시화되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17일 시장 자율성 확대와 거래 안정성을 높이는 '파생상품시장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에 파생상품 결제 불이행 위험을 줄이는 제도 도입도 포함됐다.
현재까지는 주문사고 발생시 회원사가 적립한 공동기금을 투입했지만 앞으로는 거래소가 쌓은 결제 적립금을 우선 투입할 방침이다. 또한 시장가격의 급변을 막기 위해 동적 상·하한가 제도를 도입하고 거래소 직권의 사후구제 제도도 도입할 계획이다.
한편 한맥투자증권은 오는 27일 주주총회를 연다. 파견 관리인을 맞아 여는 첫 주총으로 공식안건은 결산보고서 승인이다. 한맥투자증권 비상대책위원회는 주주들에게 그동안의 상황을 보고하고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사진제공=한맥투자증권 비상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