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굴러들어올 돌이 벌써부터 박힌돌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얘기다.
아직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조차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한민국 경제정책의 방향이 그의 손에서 결정되고 있다.
부동산 정책은 취임도 하지 않은 그의 생각이 이미 반영되어 변화하고 있고, 각종 규제완화정책도 드라이브가 예고돼 있다. 향후 계획된 경제정책의 큰 틀도 그의 의견을 중심으로 짜여지고 있다.
친박(親박근혜)계 핵심인사인 그의 부총리 발탁 이후 예견된 일이지만 현실은 상상 이상이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매년 6월말 발표해왔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은 최 후보자가 인사청문절차를 통과하고 임명되는 시점을 가정해서 7월 중순 즈음으로 무작정 연기됐다.
이미 하반기가 시작됐지만 하반기 정책방향을 공개하지 못하고 있는 것.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구체적으로 언제 발표하게 될지는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새로 부임하시는 분이 발표하는 것으로 보면된다"면서 "안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후보자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의 결정을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는 최 후보자가 조율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최 후보자를 비롯한 새로운 경제팀의 역할론을 강조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새 경제팀이 출범하면 우리 경제의 일부 부진을 씻어내고 시장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방안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정책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아직 출범 이전인 최경환 경제팀에 힘을 실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새 경제팀의 첫 작품이 될 하반기 경제정책에 경제활력 제고방안과 경제대도약을 위한 정책추진방향을 세밀하게 담아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런 움직임은 새로 임명되는 경제수장이 정책방향을 결정해야 한다는 명분이지만 대외적인 정책발표의 모양새를 위해서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수 있는 국가경제정책 메시지의 전달 시기가 무리하게 늦춰지고 있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인사청문회 일정을 감안하면 7월 중순을 넘겨서야 정식으로 임명된 최경환 부총리의 공식적인 정책발표가 가능하다. 예년에 비해 보름 넘게 정책발표가 늦어지는 셈이다.
특히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는 성장률 전망치를 비롯해 각종 지표의 전망과 투자 및 소비촉진을 위한 대책들이 포함되기 때문에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기재부가 경제정책방향과 함께 준비중인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 역시 최종 정책수립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새 수장의 사인을 받기 위함이다.
아직 박혀있는 돌인 현오석 부총리는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민생경제 회복 강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추진에 박차 ▲리스크 관리 강화 등 3가지 방향에 중점을 두고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 후보자는 이 같은 대원칙적인 동의를 표하면서도 최근 부진한 내수와 투자회복을 위한 고강도 정책을 추가할 가능성이 높다.
최 후보자는 내정 직후 "(박근혜 정부) 국정기조의 맨 위에 경제부흥과 국민행복이 있다"며 "지난 1년 남짓 해오면서 여러가지 대내외여건이 많이 어려웠지만, 그런 기대감을 충족했느냐에 대해서는 전반적인 정책기조를 재점검해서 고칠 것을 고치겠다"고 변화를 예고했다.
부총리 교체를 포함한 개각이 애초에 계획됐던 경제정책방향 수립 직전에 단행된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경제팀이 눈에 보이는 성과를 위해 무리한 정책을 내 놓을 가능성도 있다.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면서 동시에 짧은 기간 안에 경제정책방향도 대폭 손질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 후보자는 "지금까지 새 정부 출범하고 레일 깔고 공약 로드맵 만들며 고생한 건 사실이지만 전반적으로 점검해봐서 바꿀 건 확 바꿔 분위기 쇄신하면서 경제주체들이 '아, 경제 좀 돌아가겠구나' 하는 희망을 빨리 주는 것이 경제팀의 최대 과제 아니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