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팬택 출자전환 '거부'로 기우나

"약 사주려다 병원비 물게될 수도".."잠깐 살리는 것과 지속성장은 다른 얘기"

입력 : 2014-07-03 오전 11:27:08
[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법정관리 기로에 선 팬택의 매출채권 출자전환 요청에 이동통신 3사가 '거부' 방침으로 중심추를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팬택 채권금융기관협의회(채권단)의 팬택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연장 여부 결정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총 4800억원 규모의 매출채권 중 1800억원이 물려있는 이통3사는 공식적인 입장은 여전히 밝히지 않고 있다.
 
시장점유율과 비슷한 5:3:2 구조로 SK텔레콤(017670)은 900억원대, KT(030200) 500억원대, LG유플러스(032640) 400억원대의 팬택 매출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팬택 상암사옥(사진제공=팬택)
 
그렇지만 이통사들은 내부적으로 '출자전환은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아직 이렇다 할 방침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내부적으로는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팬택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이통사 중 누군가는 진작에 인수를 하지 않았겠느냐"고 덧붙이기도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출자전환 이슈는 팬택을 당장 살리고 말고 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잠깐 목숨을 부지하는 것과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 여부는 다른 얘기다. 그래서 고민이 깊다"고 설명했다.
 
이통사들이 팬택의 출자전환 요청을 거부할 경우 팬택은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고, 이통사들은 1800억원 규모의 매출채권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팬택 채권단이 4800억원 규모의 매출채권을 모두 보장해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또 이통사가 보유하고 있는 70만대 수준의 팬택 기기 재고량에 대해서도 문제가 생긴다. 팬택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제값으로 제품을 판매하기 곤란해진다.
 
공식적인 입장으로 여전히 "검토 중"을 되풀이하고 있는 이통사들도 속은 답답하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환자에게 약을 사주려다 완치될 때까지 병원비를 물어주게 되는 꼴이 될 수도 있다"며 "그렇다고 거부하자니 국민 정서상 이미지가 안좋아질 수 있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물려있는 매출채권이 우리 입장에서도 절대 적은 규모가 아니기 때문에 이사회가 소집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통3사는 오늘 중으로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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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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