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자녀 "안돼요" 동거·이혼 "돼요"..가족 가치관 바뀐다

미혼남녀 '결혼 부정' 늘고 기혼은 '이혼 긍정' 늘어
"직장·수입 탓에 결혼 가치관 약화"..정책 지원 필요

입력 : 2014-07-03 오후 4:11:03
[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1. 임모 씨(35세)는 딸이 있으나 얼마 전 남편과 이혼했다. 딸을 키우는데 쓰는 돈보다 재테크가 중요하다는 남편과의 의견 충돌이 싫었다. 괜히 딸에게 화를 내는 남편을 보면 아직도 다투는 부모가 떠올랐다. 임 씨의 어머니도 "넌 멀쩡한 직업도 있으니 나처럼 살지마"라며 이혼을 말리지 않았다. 이제 딸은 임 씨가 혼자 키운다.    
 
#2. 박모 씨(32세)는 결혼식을 치르고 2년이 지났지만 임신을 꺼리고 있다. 박 씨는 직장에서 6년가량 일했고 조만간 승진 기회가 있다. 아이를 가지면 경력이 단절될까 두려운 것이다. 부모와 멀리 떨어져 살기 때문에 아이를 돌볼 사람을 구하는 것은 비용 부담이 크다. 남편도 임신을 크게 원하진 않는다. 더군다나 부부 모두 일에 지쳐 평일이든 주말이든 각자 잠에 빠져들기 바쁘다.
 
한국 사회의 결혼 가치관이 확 바뀌고 있다. 결혼과 자녀 출산은 꺼리고, 동거와 이혼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3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한국인의 가족 가치관과 사회정책 방향' 보고서를 보면 미혼자는 결혼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나타났고, 기혼자는 이혼에 대한 긍정적 의견이 과거보다 강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2012년 실시한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실태조사와 전국 결혼 및 출산 동향 조사를 토대로 작성됐다.
 
◇결혼 '부정'..이혼 '긍정'
 
이에 따르면 기혼 남성의 결혼에 대한 긍정적 의견은 지난 2009년 71.9%, 지난 2012년 71.7%로 유사했고, 여성은 같은 기간 60.6%에서 61.3%로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기혼 여성이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19.1%에 불과해 지난 2009년 28.5%에서 크게 떨어졌다.
 
특히 결혼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미혼자가 늘고 있다. 미혼 남성은 결혼을 긍정하는 의견이 같은 기간 69.8%에서 67.5%로 감소했고, 여성도 63.2%에서 56.7%로 줄어들었다.
 
이혼에 대한 긍정적 의견은 지난 2009년보다 많아졌다. 기혼 남성이 이혼을 긍정한다는 의견은 이 기간 14.9%에서 20.3%로 늘었고, 여성도 20.5%에서 28.4%로 증가했다.
 
자녀가 있으면 이혼할 수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기혼 남성이 70.2%, 여성은 60.3%, 미혼 남성도 56.9%로 다소 높은 수준이었다.
 
이와 달리 미혼 여성은 자녀가 있어도 이혼할 수 있다는 의견이 61.9%에 달했다.
 
(자료=한국보건사회연구원)
 
◇혼전동거 'OK'.."자녀? 안 가져도 돼"
 
결혼을 전제로 한 혼전 동거에 대한 반대율은 기혼 남성이 66.8%였고, 여성도 64.0%로 다소 높은 수준이었다. 반면, 미혼 남성의 60.1%, 여성의 50.2%는 이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아울러 자녀를 반드시 가져야 한다는 의견에 찬성하는 비율은 기혼 남성이 53.5%로 가장 높았으나, 미혼 여성은 31.2%로 가장 낮았다. 남녀가 답한 이상적인 자녀 수 평균은 기혼남성은 2.25명, 여성의 경우 2.47명으로 미혼 남녀(남성 2.02명, 여성 2.01명)보다 많았다.
 
김승권 보사연 지역사회보장발전연구 센터장은 "결혼에 대한 긍정적 의견은 앞으로 더 약화할 것으로 전망돼 가족 형성과 출산율 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혼에 대한 긍정적 의견도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돼 해체 가족 증가와 가족 불안정의 원인이 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한국인의 결혼 가치관이 약화하고 있는 이유로 ▲직장을 구하지 못하거나 안정된 직장을 가지기 어려워서 ▲결혼 생활을 유지할 정도로 수입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아서 ▲집 장만 등 결혼 비용 등을 제시하면서 "결혼은 사적 영역이지만, 개인이 결혼을 원함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요인에 의해 결혼을 못하는 경우 강력한 사회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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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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