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가전업계에 한 제품에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는 ‘퓨전 가전’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주요 가전 제조사들은 얼음 정수기능이나 탄산수 제조 기능이 탑재된 냉장고, CCTV가 달린 에어컨 등을 잇달아 출시했다. 전자제품의 기존 관념을 깬 신선한 융복합이라는 평가과 동시에 국내 중소·중견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도 뒤따른다.
삼성전자(005930)는 지난 3월 탄산수 제조 기능을 갖춘 프리미엄 냉장고 셰프 컬렉션을 출시했다. 셰프 컬렉션은 출시 100일만에 판매량 5000대를 돌파하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탄산수 제조 기능이 탑재된 상위 2개 모델이 전체 판매량의 약 90% 를 차지했다.
LG전자(066570) 역시 지난달 30일 얼음 정수기와 냉장고를 결합한 신제품 ‘디오스 얼음 정수기 냉장고’를 출시하며 퓨전 가전의 흐름을 이어갔다. LG전자는 이미 지난 9월 정수기 냉장고를 선보이며 ‘월 2000대 판매’라는 성적을 거뒀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정수기능을 대표로하는 퓨전 냉장고를 앞세워 서로 제품 경쟁에 나서면서
코웨이(021240),
위닉스(044340) 등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된 정수기 시장에 잠재적 위험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오랜기간 착실하게 지난해 국내 정수기 보급률을 57.3%까지 올려 논 업체들 입장에선 대기업의 퓨전제품이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게 달가울 리 없다.
이에 정수기 업체들도 특화된 제품을 선보이며 대응에 나섰다. 청호나이스는 지난 2일 정수기에서 이탈리아 커피 전문기업 ‘에스프레소 이탈리아’의 캡슐커피를 즐길 수 있는 커피 정수기 ‘휘카페’를 출시했다. 정수기시장 1위인 코웨이도 올 3분기 중으로 탄산수 정수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LG전자 에어컨에는 폐쇄회로(CC)TV 기능이 탑재됐다. 지난해 말 출시된 LG ‘휘센 손연재스페셜2’에는 업계 최초로 에어컨 앞부분에 달린 카메라로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마이홈뷰’ 기능이 탑재됐다.
이를 통해 외출 중에도 촬영된 집 내부를 스마트폰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어린아이나 반려동물 등을 두고 외출하는 경우나 보안상의 이유로 별도 CCTV 없이 외출 시에도 집안을 살펴볼 수 있다.
LG의 마이홈뷰 기능은 CCTV 업체에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옥션에 따르면 최근 1인 가정의 증가와 보안 이슈의 부각 등으로 인해 올해 초 가정용 CCTV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에 비해 50%가량 늘어났다. 점진적으로 성장하던 가정용 CCTV 시장이 에어컨에 달린 CCTV 기능에 의해 주춤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CCTV를 사려는 사람보다 에어컨을 사려는 사람이 훨씬 많은데 CCTV기능이 탑재된 에어컨이 있다면 굳이 CCTV 단품을 사려고 하겠냐”며 “복합적인 기능이 탑재된 제품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는데 작은 규모로 제품을 제작하는 입장에선 꼭 반길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이 최근 다양한 퓨전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퓨전 요소 중 한 가지 업종에 집중하던 중소기업기업 입장에선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며 “시장 흐름에 살아남기 위해 해당 분야에 특화된 제품을 내놓기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탄산수 제조 기능을 탑재한 삼성 프리미엄 냉장고 '셰프컬렉션'(왼쪽)과 CCTV와 유사한 '마이홈뷰' 기능을 갖춘 LG 에어컨 '휘센 손연재 스페셜2'(오른쪽)(사진=각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