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국내 제약사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비만치료제를 주목하고 있다.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로 비만 관련 질병이 꾸준히 늘고 있는 데다, 미용에 대한 관심과 수요도 급증하면서 시장이 급성장한 데 따른 맞춤형 전략이다.
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 부작용에 대한 위험으로 시부트라민 성분 약품의 판매가 중지되면서 비만치료제 시장이 일순간 위축됐지만, 최근 들어 각 사별로 안전성을 강화하고 적응증을 확대하는 등 비만치료체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
종근당(185750)은 지난 2009년 미국 자프겐(Zafgen)에 고도비만치료제 'CKD-732(성분명 벨로라닙)'를 수출해 공동개발을 시작했다. 이후 2011년 호주에서 임상 1상, 2013년 2a상(초기 임상)을 완료하고, 현재 미국에서 임상 2b상(후기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CKD-732는 임상 1상에서 고도비만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험한 결과, 1개월 평균 4㎏의 체중감량 효과를 보였다. 이는 1개월간 안전하게 체중을 감량할 수 있는 최대 수치로, 어떠한 이상반응도 보이지 않으면서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했다.
지난해 자프겐이 발표한 2a상 시험 결과에서는 CKD-732 0.6㎎, 1.2㎎, 2.4㎎을 각각 주 2회 투여해 12주가 지났을 때 5.5㎏, 6.9㎏, 10.9㎏이 감량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지속적인 체중감량과 함께 공복감 감소, 심대사계 위험 지표인자 향상, 내약성 양호 등의 효능도 관찰됐다.
자프겐은 올 1월 CKD-732의 임상 2a상에서 유전성 비만 질환인 프래더-윌리증후군(PWS)에 대한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PWS는 15번 염색체에 있는 특정 유전자의 기능 이상으로 지속적인 공복감을 유발하고, 적은 칼로리에도 체중이 늘어나 과도한 비만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희귀질환이다.
종근당은 항암제 신약 '캄토벨'과 당뇨병치료제 신약 '듀비에'에서 쌓은 연구개발 노하우를 활용해 이번 비만치료제의 성공을 기대하고 있다. 앞서 CKD-732는 지난해 2월 제14회 대한민국신약개발상 시상식에서 기술수출상을 받기도 했다.
광동제약(009290)은 2분기 들어 세스퀴테르펜 화합물을 이용한 비만치료제 신약 KD101의 임상 1상에 돌입했다. KD101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식욕억제제와 달리 표적기관인 지방조직에 직접 작용해 안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는 2019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앞서 광동제약은 지난 2004년 국내 최초의 펜터민 성분 비만치료제 '아디펙스'를 출시했다. 이 약품은 환자 상태에 따라 분할 투여되는 상황이 많은 것을 고려해 2012년 기존 37.5㎎ 용량의 절반으로 줄인 18.75㎎ 용량으로 선보였다.
광동제약은 '아디펙스' 외에도 '아트라진', '마자놀', '에피온', '슬라임' 등 비만치료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비록 본입찰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비만치료제 강화를 위해
한화케미칼(009830)의 자회사 드림파마의 인수를 고려하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미약품(128940)은 당뇨 환자에게서 비만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에 착안해, 각각의 적응증을 갖는 신개념 바이오신약(LAPS-GLP-1/GCG)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미약품은 지난 4월 독일에서 LAPS-GLP-1/GCG에 대한 글로벌 1상 임상시험 승인을 획득하고, 비만환자와 제2형 당뇨환자 76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LAPS-GLP-1/GCG은 인슐린 분비와 식욕 억제를 돕는 'GLP-1'과 에너지 대사량을 증가시키는 'Glucagon'의 결합체인 'GLP/Glucagon dual agonist 펩타이드'에 한미약품 기반기술인 '랩스커버리(LAPSCOVERY)'를 접목한 바이오신약으로 주 1회 투약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이번 임상을 통해 ▲비만환자의 체중감량 ▲제2형 당뇨환자의 혈당조절 ▲비만을 동반한 제2형 당뇨환자의 혈당조절과 체중감량에 대해 각각 적용할 수 있는 약물로 개발할 계획이며, 임상은 건강한 비만환자와 제2형 당뇨환자로 나눠 실시된다.
1차에서는 건강한 비만환자 40명을 대상으로 LAPS-GLP-1/GCG을 단회 투약해 약물의 안정성을 확인하고, 2차에서는 제2형 당뇨환자 36명을 대상으로 약물을 4주간 주 1회 투약해 혈당강하 효과와 안정성을 평가하게 된다.
강자훈 한미약품 임상팀 이사는 "현재 전 세계 비만인구는 10억명에 육박하고, 비만형 당뇨 역시 전체 당뇨환자의 60% 이상을 차지한다"며 "이번 임상으로 LAPS-GLP-1/GCG가 비만과 당뇨를 동시에 해결하는 글로벌 신약으로 개발될 가능성을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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