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건설 현장.(사진=원나래기자)
[뉴스토마토 원나래기자] 세월호 참사 등 잇따른 안전사고에 건설업계가 현장 안전 강화에 나섰지만, 건설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건설기능인력 배치 시스템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8일 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건설기능인력의 현장 경험이 건설 생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기능인력은 현장 경험을 활용해 재난과 품질, 안전 제고 등 건설생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왔다.
건설산업의 특성상 생산물이 모두 다르다는 각이성(各異性)과 시공 작업이 실외에서 이뤄진다는 옥외성(屋外性)으로 인해 생산물의 종류에 따라, 또는 온도와 습도, 풍속 등의 기후조건과 자연에 노출된 자재의 상태 등에 따라 다르게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건설기능인력의 현장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는 게 건산연의 설명이다.
또 건설현장에는 원수급자와 하수급자, 근로자 등 다수 생산 주체의 참여가 필수적인 만큼 소통과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총괄할 수 있는 조정자의 역할이 필요하다. 이들 각 주체의 역할을 두루 수행하는 것은 건설기능인력의 현장 경험을 통해서만 체득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 건설 현장의 인력은 단기 근로자 중심으로 변하고 있어 숙련된 건설기능인력이 부족한데다, 현장에서 다양한 역할을 두루 수행한 현장 경험 보유자를 찾기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기능인력 출신의 고숙련 인력으로 출발해 팀·반장, 협력 업체의 현장소장 등 다양한 생산 주체의 역할을 두루 거친 '기능 마스터' 제도를 갖추고 고용하는 업체는 우리나라에서 단 한 곳에 불과했다.
기능 마스터란 건설 현장에서 협력 업체의 시공 지원과 설계 및 시공 방법 검토, 현장 훈련, 작업 관리 등 실제 시공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건설업체 소속의 중간 기술직을 지칭한다.
지난 5월 현재 이 업체에 고용된 기능 마스터는 총 218명이며, 공종별로는 건설 87명(39.9%), 기계 56명(25.7%), 전기 39명(17.9%), 토목 22명(10.1%)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기능 마스터의 평균 연령은 52.0세, 현장 총 경력은 26.7년으로 조사됐다.
건산연은 이론·실기·관리·경력 등이 모두 결합된 기능 마스터는 기술 인력과 기능 인력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그간 쌓아온 현장 경험으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규범 연구위원은 "기능 마스터 제도는 생산 참여자간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 생산성과 안전성을 모두 향상시키는 등 건설생산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독일의 경우 마이스터 제도를 통한 건설기능인력의 현장 활용이 일반화돼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이와 관련한 체계적인 제도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기능 마스터 제도가 도입된 업체에서도 아파트 현장 위주의 사업으로만 국한돼 있어 안타깝다"며 "이 같은 선진화 제도는 건설산업 전반적으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