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피 못잡는 연금정책

개인연금 세제혜택 '↓'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70→40%..기초연금, 국민연금과 연계
"공적연금 개선 후 사적연금 보완"

입력 : 2014-07-09 오후 3:00:43
[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정부의 연금 정책이 산으로 가고 있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등 공적연금은 재정 불안을 이유로 혜택 규모를 바꾸면서 이를 대체할 개인연금보험과 같은 사적연금에 대한 세제혜택도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적연금 세제 혜택 축소
 
9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세제 적격 개인연금보험의 수입 보험료 성장률은 전년대비 2.3%에 그쳤다. 지난 2005~2012년 연평균 성장률이 17.6%에 달한 것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이는 지난해부터 연급을 받는 기간을 기존 5년 이상에서 10년 이상으로 연장하고, 올해부터 세제 혜택 방식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꾸는 등 지원이 축소된 탓이라는 분석이다.
 
개인연금보험은 누적 적립금이 작년 9월 기준 217조원에 달해 공·사적연금 전체 적립금의 30%를 차지하는 등 연금을 통한 다층 노후소득 보장체계의 한 축으로 성장했으나 정부 정책 변화로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국민연금만으로는 안정적인 노후생활이 어려우므로 부족한 노후소득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사적연금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이 노후 대비 저축을 할 수 있도록 개인연금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사진=김동훈 기자)
 
◇줄어드는 공적연금 혜택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도 혜택이 줄어들고 있다. 물론 인구 고령화로 연금 수급자가 급증하면 재정 불안 요인이 되므로 공적연금 혜택을 점차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정책 효과를 깊이 고민하지 않은 채 오락가락했다는 점이다.
 
연금을 통한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의 기본인 기초연금을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국민연금 가입자의 가입 유인을 떨어뜨려 결국 공적연금의 노후소득보장 역할을 축소한다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국민연금은 지난 1988년 도입 초기 소득대체율 70%를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지난 1998년 60%로, 지난 2007년에는 40%까지 낮춘 상태다. 저부담 고급여 방식이 이처럼 약화되고 있는 것은 점점 인구 구조의 변화에 대한 깊은 고민보다는 제도 도입 초기 가입자 증가에 더 많은 신경을 쓴 것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아울러 기초연금을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 2만~20만원을 지급하는 정책은 혜택 범위가 넓고 지급액도 적어 저소득층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할 수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노인 모두에게 기초연금 20만원을 지급한다는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의 공약이 눈길을 끌었던 것을 떠올리는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정책 변화이기도 하다.
 
◇어르신들이 서점에서 책을 읽고 있다. (사진=김동훈 기자)
 
◇"공적연금·사적연금 개선해야"
 
전문가들은 기초연금을 저소득층에 집중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인 노인 빈곤 문제를 풀고, 국민연금도 '용돈연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인당 평균 지급액이 36만9000원에 불과하다.
 
OECD도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부는 기초연금을 최저소득 노인층 지원에 집중해 절대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대 지급액이 20만원인 기초연금은 1인 가구 최저생계비인 6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사적연금의 경우 실제 이용자들은 고소득층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2년 기준 보험·신탁·펀드 등 적격 개인연금은 소득이 8000만원 이상인 사람의 가입률이 66.2%에 달하지만, 2000만원 이하는 1.2%, 4000만원 이하도 11.6%에 그친다. 저소득층은 공적연금은 물론 사적연금에서도 소외된 셈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초연금은 저소득층에 선택과 집중하고 국민연금은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며  "독일 리스터연금과 같이 공적인 사적연금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리스터연금은 정부가 보험료 보조금과 세제 지원이 이루어지는 개인연금이다. 이와 함께 퇴직연금은 양질의 일자리를 바탕으로 혜택을 얻을 수 있으므로 고용 정책과 연계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익명을 요구한 연금 전문가는 "정부가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사적연금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하반기에 내놓으려고 하는데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금융감독원·금융위원회 등 연금 관련 부처·기구가 나눠져 있는데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이견이 많다"며 "다만, 공적연금을 튼튼히 한 뒤 사적연금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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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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