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회삿돈 4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이선애 전 태광그룹 전 상무(86)가 3개월의 형집행정지 허가 결정을 받고 9일 석방됐다.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부장 백용하)는 의사, 교수 등으로 구성된 형집행정지 심의위원회가 지난 8일 이씨를 직접 찾아가 건강상태를 살피고 논의한 뒤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씨가 고령이고 고칼륨혈증과 관상동맥협착증, 뇌경색 등을 앓고 있어 급사의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이씨가 CDR 0~5 중 3단계인 중증치매를 앓고 있고 혼자 거동을 할 수 없는 점 등도 고려했다.
검찰관계자는 "형벌은 죗값을 치른다는 의식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정신과 의사 소견으로는 이씨가 죄책감을 못 느낄 정도"라며 "재판에서도 심신상실자는 책임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하기도 하는데 이씨가 그런 상태가 아닌가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여대생 청부살인' 윤길자씨 사건 이후 형집행정지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자 검찰은 특혜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그동안 서류심사로 진행해 온 심의를 이례적으로 수형자를 직접 찾아가 검사하도록 하는 임검(臨檢) 방식으로 진행했다.
앞서 서울구치소는 이씨의 건강상태가 악화되자 지난달 5일 병원으로 후송했고, 10일 이씨에 대한 형집행정지를 요청했다.
이번 심의에는 혈관외과, 정신과 내과 등 전문의 3명과 대학교수 1명, 시민단체 간부 1명 등 외부위원과 검찰관계자 3명이 참여했고 검찰은 이씨가 지정병원에만 머물도록 조치했다.
이호진(52) 전 태광그룹 회장의 모친인 이씨는 회삿돈 400억원을 횡령하고 회사에 975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징역 4년에 벌금 10억원이 확정돼 복역하다가 지난해 3월 건강 등을 이유로 3개월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았다.
이후 3차례 더 형집행정지를 연장받은 이 전 상무에 대해 검찰은 올해 3월 건강상태가 수감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 연장을 불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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