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고시안 마련..이통사·제조사 갈등 증폭(종합)

입력 : 2014-07-09 오후 6:03:15
[뉴스토마토 곽보연·김미연기자] 조금 더 저렴한 휴대전화를 구매하기 위해 KTX를 타고 지방 대리점에 가거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밤새 클릭하고, 새벽부터 판매점 앞에 길게 줄을 서는 모습을 앞으로는 보기 힘들 전망이다.
 
오는 10월부터 전국적으로 동일 단말기에 대해서는 동일한 보조금이 적용돼 이용자 차별이 줄고, 소비자들은 이동통신사가 얼마의 보조금을 얹었는지 공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0월1일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일명 단통법)'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고시 세부내용에 대한 제·개정안을 마련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9일 전체회의를 열고 단통법과 그 시행령이 10월1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그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한 고시 제정, 개정안을 정했다.
 
이번에 제·개정되는 고시는 모두 6개로 ▲지원금 상한액 ▲공시·게시 기준(분리공시) ▲긴급중지명령 ▲과징금 부과 세부기준 등 4개 고시가 신설되고, ▲금지행위 업무처리 규정 ▲시정명령 받은 사실의 공표기준 등 2개 고시가 개정될 예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10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에 대한 필요사항을 규정하기 위해 9일 전체회의를 열고 고시안을 마련했다.(사진=곽보연기자)
 
◇보조금 '25~35만원'..15% 범위 내 추가지원금 지급 가능
 
우선 단말기 지원금 상한액에 대해 방통위는 가입자 평균 예상 이익(예상 ARPU), 단말기 판매현황 등을 고려해 지원금 상한액을 25만원 이상 35만원 이하의 범위에서 결정키로 했다.
 
상한액은 상한 범위 내에서 6개월마다 조정할 수 있고, 긴급하게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이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조항을 더했다.
 
새로 제정된 규정에 따르면 이통사는 지원금, 판매가 등의 정보를 최소 7일 이상 변경 없이 유지해야 하며, 대리점과 판매점은 이통사 공시금액의 '15%' 범위 내에서 추가 지원금을 제공할 수 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분리공시'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으나 결론은 내지 못했다. 분리공시란 제조사가 지급하는 '장려금'과 이통사가 지급하는 '보조금', 대리점과 판매점이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마케팅 비용 등으로 구성된 지원금을 따로 구분해 표시하자는 것.
 
이통사와 제조사 간에 치열한 논쟁이 예상되는만큼 방통위는 행정예고 기간 중 이해관계자와 관계부처의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한 법적 검토를 거쳐 도입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통신시장에 과열이 발생하는 경우에 대한 대책도 마련했다. 이른바 '긴급중지명령'이다.
 
장대호 방통위 이용자정책국 통신시장조사과장은 "번호이동 수준과 보조금 수준 등을 보고 시장 과열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 같다"며 "번호이동 수치가 몇 건 이상이면 긴급중지명령이 들어가고, 아니면 안 들어간다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보는 것은 힘들고 다양한 시장상황을 고려해 명령이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긴급중지명령을 통해 사업자의 ▲번호이동 ▲신규가입 ▲기기변경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며 "이를 통해 통신시장 과열에 따른 이용자 피해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고 시장 안정화를 조속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장대호 방통위 이용자정책국 통신시장조사과장이 9일 방통위 전체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곽보연기자)
 
◇이통사 "35만원 보조금 시장과열 야기할 것"..말 아끼는 제조사
 
단통법의 직격타를 받는 이통사와 제조사들은 사안별로 찬반이 나뉘었다.
 
우선 보조금 상한액에 대해 보조금 상한선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해온 이통사는 전반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LG유플러스(032640) 관계자는 "보조금 최대 상한금액이 35만원으로 높아지면서 마케팅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동안 통신3사가 상한을 27만원보다 낮출 것을 요청해왔는데 최대 35만원까지 가능해졌기 때문에 재정부담이 염려된다"고 말했다.
 
KT(030200) 관계자 역시 "상한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35만원까지 올라가면 시장이 더 과열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최저 상한선을 25만원으로 결정할 수 있게 해준 것은 통신사를 배려한 결정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6개월마다 변경이 가능하다고 하니 일단은 업계 의견이 일부 반영됐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6개월 전엔 보조금 상한이 35만원인데 6개월 후엔 25만원으로 정해질 수 있다는 것인데 이건 이용자 차별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내기도 했다.
 
분리공시에 대해 이통사와 팬택은 적극적으로 도입을 요구한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말을 아꼈다.
 
SK텔레콤(017670) 관계자는 "분리공시가 담보돼야만 단통법이 입법 취지에 맞게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며 "향후 이 부분에 현명한 결정이 내려지길 원한다"고 말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분리공시는 요금할인과 연계되기 때문에 중요한 부분"이라며 "자급제폰을 들고 대리점이나 판매점에 갔을 때 요금할인을 받으려면 제조사의 장려금 알아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통망에서 장난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팬택 역시 분리공시를 원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팬택 관계자는 "법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분리공시에 대한 좋은 결정이 내려졌으면 좋겠다"며 "분리공시가 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영업기밀 유출 등을 이유로 분리공시에 반대해왔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말을 아꼈다.
 
삼성전자(005930)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고시안에 대한 해석을 피했고, LG전자(066570) 관계자도 "고시안의 내용이 사업에 미치게 될 영향을 면밀하게 분석해 볼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한편 팬택 관계자는 "시장안정화를 위해 단통법을 충실히 지킬 것이지만 정부에 요청했던 비대칭 규제가 이번 단통법 고시안에 언급되지 않아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7월 중 고시 제·개정안에 대한 행정예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등을 거쳐 10월1일 단통법이 차질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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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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