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르노삼성자동차에 이어 한국지엠 노조까지 파업을 결의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가 뜨거운 ‘하투(夏鬪)’를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기아차 노조 역시 통상임금 이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난항을 겪고 있어 벌써부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9일 한국지엠 노조는 8∼9일 양일간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벌인 결과 재적조합원의 69.3%의 찬성률로 파업을 결정했다.
한국지엠 노조는 올 임단협에서 정기상여금과 휴가비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요구안을 전달했으나, 사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지엠 사장은 지난 7일 임직원에게 전체메일을 보내 파업 만류를 호소하기도 했다.
앞서 르노삼성 노조 역시 지난 2~4일까지 사흘간 조합원 대상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90.7%가 파업을 찬성했다.
르노삼성 노사 양측은 8일부터 11일까지 집중교섭 기간을 갖고 최종 담판에 나서지만, 극적인 타협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노조는 지난 2012년 이후 2년 연속 임금을 동결한 만큼 올해는 기본급을 11만원 정도 인상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여건이 완전히 개선되지 못한 만큼 5~6만원 수준의 인상안을 제시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통상임금 범위 확대를 비롯해 기본급 8.16% 인상, 정년 60세 보장 등을 요구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사측과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오는 16일 경고성 상경투쟁과 동시에 요구안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자리에는 금속노조 확대간부 2000여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하지만, 사측 역시 통상임금에 대한 법적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소송의 결과를 따라 협상할 것이라고 밝혀, 물러설 뜻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원화 가치 상승과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수입차 브랜드의 거센 공세로 경영여건이 극도로 얼어붙은 상황에서 노조의 통상임금 확대 요구까지 받아 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그러면서 노조가 실제로 파업에 돌입할 경우 생산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어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다.
현대차는 지난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총 4번을 제외하곤 어김없이 파업을 단행했다. 지난해까지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은 127만7500여대, 금액은 14조90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 손실을 봤다.
다만, 올해 임금통상이라는 최대 이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업이 현실화 되더라도 과거처럼 장기화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우선 현대차의 경우 이경훈 노조위원장이 중도 실리 성향으로 지난 2009년부터 3년 연속 무파업을 이끌었고, 특히 최근 현대차 노조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여론이 거세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기에 국내 생산 의존도가 급격히 낮아지고 있는데다 원화 가치 상승으로 가격경쟁력이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급감하고 있어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하반기 신차 출시를 통해 분위기 반전에 나설 것으로 기대되지만, 협상이 장기화하면서 파업 사태에 돌입하면 제품을 제때 내놓기 어려워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