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겪다 1년 만에 끝난 '홍명보호'

입력 : 2014-07-10 오전 11:26:37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축구대표팀의 홍명보(45) 감독이 10일 오전 자진 사퇴를 선언하면서 1년여의 우여곡절 많았던 '홍명보호'가 항해를 멈췄다.
 
홍명보 감독은 1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 1년 정도 시간을 보냈는데 많은 일이 있었다. 그 안에서 많은 실수도 있었다"면서 "제가 성숙하지 못했다. 다시 한 번 죄송하단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부임해 내년 6월까지 계약 기간이 남아있던 홍 감독은 자신을 둘러싼 비판 여론과 브라질월드컵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중도 하차했다.
 
지휘봉을 잡은 지 1년 만에 홍명보 감독은 선수 시절 '아시아의 리베로'라는 극찬과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의 상징적 인물에서 비판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10일 사퇴를 선언한 축구대표팀의 홍명보 감독. ⓒNews1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011년 12월 조광래 감독의 경질을 알렸다. 이를 대신해 최강희(전북) 감독이 월드컵 최종 예선까지만 이끌겠다고 선언하며 조건부로 지휘봉을 잡았다. 
 
카타르, 레바논, 우즈베키스탄까지 이어지는 막판 피 말리는 최종 예선에서 대표팀은 가까스로 2승1무를 거뒀다. 축구 팬들 사이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던 월드컵 출전권이 힘들게 대표팀 손에 들어왔다. 
 
최강희 감독이 약속대로 물러나자 대한축구협회는 홍명보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겼다. 당시 외국인 감독을 포함해 여러 감독의 이름이 오르내렸으나 협회는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다.
 
홍명보호는 시작부터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대표팀을 맡은 직후 홍 감독은 기성용(스완지시티)의 'SNS(소셜네트워크) 사건'을 겪었다. 기성용이 자신의 비밀 SNS 계정에 올린 글이 공개되면서 한국 축구계는 격랑에 휩싸였다.
 
홍명보 감독은 빠르게 SNS 파문을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 기성용은 기자회견에서 축구계와 팬들에게 사과했다. 이후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 선수들에게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 소집 시 정장 차림으로 걸어서 입소할 것을 주문했다. 이때부터 홍 감독은 선수들에게 강한 조직력을 뜻하는 '원팀'을 강조했다. 
 
여론이 잠잠해지고 대표팀의 평가전이 이어지자 조금씩 '박주영 선발'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박주영의 대표팀 합류를 두고 찬성과 반대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홍명보 감독은 "소속팀에서 뛰는 선수를 선발하겠다"는 자신의 원칙을 거스르며 박주영을 지난 3월6일 그리스와 평가전에 불러들였다. 언론과 팬들의 지적에 홍 감독은 "원칙을 깼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대표팀을 은퇴한 '박지성 복귀설'이 홍명보호 사이에서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박지성은 홍명보 감독과 면담 끝에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논란 끝에 홍명보호에 승선했던 박주영. ⓒNews1
 
지난 1월 홍명보호의 전지훈련은 훈련 자체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대표팀은 1월 미국 전지훈련에서 대패를 당했다. 주로 국내에서 뛰는 선수들로 구성된 당시 대표팀은 멕시코(0-4)와 미국(0-2)에게 완패했다. 코스타리카에게 1-0 승리를 따냈으나 초라한 성적을 거두며 '전지훈련 무용론'에 휩싸이기도 했다. 
 
홍명보 감독 또한 당시 "대표팀의 80%는 이미 구성했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 위주로 팀을 개편할 것임을 시사했다. 
 
브라질월드컵 최종 명단 발표 이후에도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과 함께 2012 런던올림픽에 참가했던 선수들이 대거 이름을 올리며 이를 빗댄 '엔트의리'라는 풍자가 떠돌았다. 이는 최종명단인 '엔트리'와 '의리'를 축구 팬들이 합쳐서 만든 비판적인 단어다. 특히 축구협회가 엔트리 발표에 앞서 박주영의 훈련을 도우며 '황제훈련' 논란이 일기도 했다.
 
월드컵을 앞두고도 홍명보호는 큰 지지를 받지 못했다. 잇따라 평가전에서 패한 게 컸다. 지난 5월28일 브라질월드컵 출정식을 겸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튀니지전 0-1 패배 이후 월드컵 최종 평가전인 지난달 10일 가나전 0-4 패배까지 홍명보호는 2연패를 당했다. 월드컵에 앞서 축구팬들의 응원보다는 비판을 더 많이 받았다.
 
결국 월드컵 직전까지도 불안했던 홍명보호는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러시아(1-1), 알제리(2-4), 벨기에(0-1)에게 1무2패를 거두며 1998 프랑스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무승으로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지난달 30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할 당시에는 일부 축구팬들이 단체로 선수들과 홍명보 감독에게 엿을 던지는 등 홍명보호를 향한 분노가 표출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사퇴 의사를 전한 홍명보 감독을 설득해 유임하겠다는 입장을 지난 3일 허정무 부회장을 통해 밝혔다.
 
하지만 '토지 매입'과 '부적절한 회식' 등이 잇따라 불거지며 홍명보 감독은 지난 9일 축구협회 측에 사퇴 의사를 재차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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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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