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는 7조2000억원 수준의 2분기 영업이익 잠정치를 내놓으며 시장에 충격이 전해진 가운데, 삼성전자와 더불어 국가경제를 이끌어가는 현대차 3인방에 대한 우려도 한층 짙어졌다.
전차(電車)군단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는 되레 이들이 실적 부진에 직면할 경우 산업 전반이 받아들일 충격을 깊게 하는 터라 시장의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들 기업에 수출산업을 내맡기고 있는 왜곡된 경제체질을 극복하지 않는 한 완충작용은 기대키 어렵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의 역주행이 그간의 성장을 견인했던 갤럭시의 배신 때문으로 요약된다면 현대차 3인방의 후퇴는 단연 원화가치 상승이 직격탄이 됐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한층 치열해진 경쟁구도 속에서도 나름 선전을 이어가던 현대차 3인방이 예상치 못한 환율 급변동에 휘청이는 모습이다.
실제 현대차 그룹은 올 평균 원달러 환율을 1050원선으로 설정하고 경영계획을 수립했다. 물론 1원 단위로 대응 시나리오가 갖춰져 있기는 하지만 최근의 급락세는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다. 그러면서 가격 경쟁력도 크게 밀리며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산과의 대결에서 힘겨움을 토로하고 있다.
10일 와이즈리포트가 최근 3개월 간 증권사 추정치를 합한 평균치를 보면 2분기 현대차의 컨센서스는 IFRS 연결기준 매출액 23조4000억원, 영업이익은 2조2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7.7% 크게 뒷걸음질 칠 전망이다.
◇현대차 실적 현황 및 추이.(자료=LIG투자증권)
현대차는 지난해 영업이익 8조3155억원을 기록하며, 3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수익이 감소했다. 환율 변동과 국내공장 가동률 저하, 일회성 리콜 충당금, 인건비 상승 등이 주 요인으로 작용했는데, 이는 올 들어서도 진행형이다. 반면 토요타, 닛산, 혼다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강화된 엔저의 날개를 달고 세계시장을 누비고 있다.
그나마 2세대 제네시스와 LF쏘나타 등 경쟁력 높은 신차 출시를 통해 환율에 따른 실적 부담을 상쇄한다는 방침이지만,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다. 환율 변동성은 커졌고, 브라질월드컵 공식후원에 따른 마케팅 비용도 급증했다.
우선 북미시장의 경우 자동차 경기가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대부분 SUV와 픽업트럭이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중대형 세단에 집중한 현대차로서는 헤쳐나가기 힘든 구조다. 또 미국 현지에서의 급증한 인센티브 비용도 현대차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이현수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지 공장들이 100% 가까운 가동률을 보이고 있으나, 미국지역의 인센티브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2.7% 급증해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쏘나타와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 등 구형 모델의 재고처리를 위해 추가 인센티브가 소요됐다. 이는 곧 가격 경쟁력의 하락을 불렀다.
자동차 본고장인 유럽에서의 성적은 더욱 좋지 않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5월 유럽시장에서 3만5636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판매량이 3.1% 감소했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폭스바겐(9.5%), 푸조·시트로앵(4.2%), 르노(18.3%), 닛산(10.2%) 등이 고속성장을 나타낸 것과 확연히 대비된다.
특히 올해 현대차 노사는 통상임금이라는 초대형 이슈로 날선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파업에 따른 생산량 차질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이미 르노삼성과 한국지엠 노조가 파업을 결의한 터라, 자동차 대장주 격인 현대차 노조로서는 강성 태도로 임단협에 임할 수밖에 없다.
◇기아차 실적 현황 및 추이.(자료=LIG투자증권)
기아차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기아차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2조9000억원, 76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 32.2%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의 급감이 눈에 띈다.
주력 라인업인 K시리즈의 노후화(Aging)로 판매 부진이 깊어지면서 대당 평균판매가격(ASP) 역시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반기 국내 완성차 5사 중 나홀로 역성장을 보일 정도로 내수에서의 부진이 두드러졌고, 이를 수출을 통해 만회하고 있지만 되레 환율 리스크에 발목이 잡혔다.
특히 해외 주요거점마다 현지공장을 통해 국내 생산분의 부족과 환율을 극복하고 있는 현대차와 달리 기아차는 국내공장에 대한 부담이 커 수익성 저하는 한층 뚜렷해졌다는 설명이다. 다만 올 뉴 카니발을 시작으로 하반기 신형 쏘렌토가 출격을 기다리고 있어 오랜 신차 가뭄에 갈증이 돼줄 전망이다.
현대차와 함께 굳건하게 지키던 안방마저 위태롭다. 폭스바겐과 BMW 등 독일차를 중심으로 한 유럽산 자동차가 시장 잠식 속도를 높이면서 현대·기아차의 위상은 추락했다. 하이브리드에 이어 디젤 세단까지 내놓으며 안방 사수에 안간힘을 보이고 있지만 수입차의 거센 도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든든한 공급처로 두고 있는 현대모비스는 2분기 매출액 9조3000억원, 영업이익 8000억원을 거둘 것으로 추정됐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6.8%, 9.7% 증가한 수준으로, 현대차 3인방 가운데 가장 양호한 경영실적이다.
이현수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생산량 증가로 모듈 부문의 매출 성장은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원화 강세로 인한 A/S 사업부문의 외형성장이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3분기 완성차 업체들의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수익성 개선이 급속도로 얼어붙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 3인방의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최근 3개월 동안 무려 7% 가까이 하향 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3개 증권사가 최종적으로 조정한 영업이익 전망치를 보면 현대차가 2조2328억원으로 6.54%, 현대모비스도 7963억원으로 2.83% 하향세를 보였다. 기아차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8726억원으로, 조정 폭(10.13%)이 가장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