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혁의 스포츠에세이)'멀리 보는' 축구대표팀이 돼야

입력 : 2014-07-11 오후 3:59:59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월드컵은 4년마다 열린다. 하지만 근래들어 한국 축구대표팀은 4년을 준비한 적이 없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쓴 거스 히딩크 감독도 사실은 대회 1년 반 정도를 남기고 전격 선임된 감독이었다. 그 이후 쿠엘류, 본프레레 감독 등은 임기를 채우지도 못했다.
 
지난 10일 사퇴한 홍명보 전 감독을 비롯해 히딩크 감독 이후 8명의 지도자 중 딕 아드보카트, 허정무, 최강희 감독 3명만이 임기를 채웠다.
 
홍 전 감독의 브라질월드컵 부진을 놓고 1년밖에 안 된 준비기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홍 전 감독은 사퇴 의사를 밝히는 자리에서 월드컵 최종예선을 거치지 않아 선수 평가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번 월드컵 출전팀 전체를 놓고 봐도 홍 전 감독만큼 부임 기간이 짧았던 감독은 없었다.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고개를 숙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오른쪽 세 번째)과 임원들. ⓒNews1
 
대표팀 감독은 클럽 감독과 다르다. 전 국민적인 기대를 한몸에 받는다.
 
특히 대외적인 '대변인 역할'도 해야 한다. 같은 말이라도 축구계에서 흘러나오는 말과 대표팀 감독 입에서 직접 나오는 얘기는 체감부터 다르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한 번 내뱉으면 주워담기 어렵다.
 
홍명보 전 감독은 이 부분에서 실패했다. 그는 대표 선수 생활을 오래하며 미디어의 속성을 알았을 법도 한데 홍 전 감독은 선발 원칙을 스스로 공개했다가 깨트리는 등 악수를 두고 말았다.
 
이런 게 김호 전 대표팀 감독이 지적한 "선수 생활만 해서 한국 축구를 다 보는 건 아니다"라는 지적과 맞아떨어진다. 만약 다른 경험 많은 지도자였으면 자신을 옭아맬 수 있는 발언과 행동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을 것이다.
 
홍 전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은 위기를 넘기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각종 비판에 속 시원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지난달 26일 벨기에와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을 응원하기 위해 광화문광장에 모여든 붉은악마와 시민들. ⓒNews1
 
감독 공백으로 인해 축구대표팀은 표류하고 있다. 당장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까지 6개월이 남았는데 백지 상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2018 러시아월드컵을 준비하기에는 가장 이른 시간이다. 첫 단추를 끼울 수 있는 시점이다. 내공 있는 진짜 '원팀'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연속성 있는 대표팀 운영이 요구된다.
 
조광래 전 감독은 세밀한 패스 축구를 구사했다. 조 전 감독의 뒤를 이은 최강희 전 감독은 이동국 등 스트라이커를 활용한 공격 축구를 펼쳤다.
 
하지만 홍명보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며 그전까지의 모든 전략과 전술은 과거가 됐다. 일부 선수들의 혼란은 가중됐다. 홍 감독을 비판할 때도 "전술이 없다"는 말이 항상 따라다녔다.
 
이제부터라도 멀리 보고 대표팀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 그래야 축구대표팀의 특색을 갖출 수 있다. 웬만한 흔들림에는 꺾이지 않는 진짜 조직력은 그렇게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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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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