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머 스페셜 미니앨범을 발표한 걸그룹 걸스데이. (사진=드림티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걸스데이가 돌아왔습니다. 시원한 여름 노래를 담은 썸머 스페셜 미니앨범을 14일 발표했는데요. 인트로를 비롯해 총 4곡이 담긴 앨범입니다.
팬들의 반응이 뜨겁네요.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인 ‘달링’은 각종 온라인 음원 차트 1위 자리에 올랐습니다.
각종 인터넷 게시판의 반응을 살펴보면 이런 걸스데이의 활약에 감격스러워 하는 팬들도 많은 듯하네요. 지난 2010년 데뷔한 걸스데이의 가요계 활동이 순탄치만은 않았기 때문인데요. 올해 데뷔 4년째를 맞은 걸스데이의 데뷔 동기로는 씨스타, 미쓰에이와 같은 인기 걸그룹들이 있습니다. 뛰어난 가창력을 지닌 효린을 앞세운 씨스타와 '국민 첫사랑' 수지를 앞세운 미쓰에이 모두 일찌감치 대중의 주목을 받으면서 인기 걸그룹의 자리에 올라섰죠.
하지만 걸스데이는 그러질 못했습니다. 동기 걸그룹들 만큼의 인기를 얻진 못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기대해'로 대중들의 시선을 끌기 시작한 뒤 올해 초 '썸씽'이 히트한 후에야 인기 걸그룹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습니다. 한때 동기 걸그룹들에 비해 한 발 뒤처져 있는 것으로 평가 받았던 걸스데이가 이젠 신곡을 발표하자마자 각종 음원 차트 1위를 휩쓰는 자리에까지 올랐으니 오랜 기간동안 걸스데이를 응원해온 팬들로선 격세지감을 느낄 법도 합니다.
'썸씽'이 히트한 뒤 걸스데이가 과연 다음엔 어떤 노래를 들고 나올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됐었는데요. 데뷔 후 깜찍하고 발랄한 콘셉트로 승부를 걸었던 걸스데이가 정작 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시작한 것은 섹시 콘셉트의 노래인 '기대해'를 통해서였죠. 그리고 걸스데이는 '썸씽'을 통해 다시 한 번 섹시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이후 걸스데이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가지였습니다. 다시 깜찍 발랄한 콘셉트로 돌아가느냐, 아니면 더 섹시한 노래를 들고 나오느냐.
자, 그럼 걸스데이가 어떤 노래를 들고 나왔는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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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링’은 걸그룹들이 여름이 되면 흔히 선보이곤 하는 전형적인 여름 노래 스타일의 곡입니다. 경쾌한 리듬을 통해 시원한 피서지의 느낌을 표현했습니다. 곡의 분위기를 더 흥겹게 만들어주는 브라스세션이 인상적이네요.
노래를 얼핏 들어선 섹시 콘셉트로 대성공을 거뒀던 걸스데이가 깜찍 발랄한 콘셉트로 다시 변신을 한듯 보입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그렇지 않은데요.
'달링'의 뮤직비디오에서 카메라는 핫팬츠를 입은 멤버들의 몸을 반복적으로 비춰줍니다. 그리고 '기대해'나 '썸씽' 때에 비해 멤버들의 노출은 더 과감해졌습니다. 각종 영화나 광고에서 섹슈얼리티를 강조하기 위해 삽입하곤 하는 섹시한 여주인공의 세차 장면도 이 뮤직비디오에 포함돼 있습니다.
대신 '달링'은 섹슈얼리티를 전면에 내세우진 않습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흥겹고 발랄한 여름 노래 분위기를 따르되 섹슈얼리티의 요소를 부분 부분 삽입하면서 남성팬들의 마음을 자극합니다.
여름이 되면서 섹시 콘셉트의 노래를 내놓는 걸그룹들이 참 많죠. 하지만 그럴 때마다 선정성 논란이 이는 이유는 알맹이 없는 섹시만을 전면에 내세우기 때문인데요. 걸스데이는 상당히 영리한 방식으로 섹슈얼리티를 새 노래에 녹여냈습니다. '섹시'와 '큐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방식으로 섹시 콘셉트의 한계를 극복해냈다고도 볼 수 있는데요. '달링'이 지금처럼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건 한 마디로 전략의 승리입니다.
3번 트랙의 ‘Look at me' 역시 섹슈얼리티를 적절히 녹여낸 노래입니다. 걸스데이가 어떤 성별과 연령대의 팬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는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곡인데요. 걸스데이 멤버들은 어쿠스틱 R & B스타일의 이 노래를 통해 썩 괜찮은 보컬 실력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걸스데이가 실력파 그룹이란 타이틀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이 노래의 진짜 목적은 멤버들의 보컬 실력을 보여주는 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사를 볼까요?
“제발 오빠 오빠 날 사랑해줘. 지금 all day all night 날 니 꺼 라고 해줘. 진심이 담긴 너의 그 모습을 바라지. 청순한 여자든 섹시한 여자든 널 위해서라면 니가 원하는 여자 되어줄게”
유치해보일 수 있는 가사지만, 걸스데이를 좋아하는 '오빠'들을 위한 맞춤형 가사입니다. 걸스데이의 노래들이 영리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걸스데이처럼 예쁜 걸그룹이 “오빠 오빠 날 사랑해줘”라고 노래를 부르는데 사랑하지 않을 남성팬들이 있을까요?
4번 트랙의 ‘Timing'도 노래의 주제면에서 일관성을 보여줍니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꼭 나를 안아줘. 딱 지금 이 순간 널 기다린 시간. 최고의 타이밍이 온 걸 난 알아 yo my boy. 멜로 영화 속 남자주인공 고백처럼, 멋지진 않아도 진심을 담아 다가와서, 내게 ‘사랑해’ 한마디면 돼”
밝고 경쾌한 분위기의 하우스 댄스곡인 'Timing'은 걸스데이의 상큼한 매력를 부각시킨 노래인데요. 이 노래를 부르는 걸스데이는 한없이 사랑스럽고 매력적입니다.
연예인은 대중의 환상을 만족시켜주는 직업이죠. 특히 아이돌들이 그렇습니다. 팬들은 아이돌들을 바라보면서 저마다 꿈을 꾸고, 미래를 상상하죠. 그런 점에서 걸스데이의 이번 앨범을 눈여겨볼 만합니다. 걸그룹이 어떻게 하면 팬들의 환상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앨범이기 때문이죠.
이번 앨범을 통해 걸스데이가 눈에 띄는 음악적 성취나 아티스트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걸스데이가 요즘 왜 그렇게 많은 남성팬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지는 분명히 증명해 보였습니다. 이번 앨범을 계기로 걸스데이를 좋아하게 되는 새로운 남성팬들도 많이 생길 것 같네요,
< 걸스데이 썸머 스페셜 미니앨범 'Summer Party' >
대중성 ★★★★☆
음악성 ★★☆☆☆
실험성 ★★☆☆☆
한줄평: 걸그룹 여름 앨범의 정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