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퀄컴이 지배하고 있던 롱텀에볼루션(LTE) 통신칩 시장이 춘추전국 시대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특히
삼성전자(005930), 인텔 등이 지난해 자체 개발한 LTE 통신칩이 안정적인 양산 체제에 접어들면서 퀄컴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최근 중저가형 스마트폰용 LTE 모뎀칩 '엑시노스 모뎀 300'을 개발해 자사 제품에 탑재하고 있다. 서로 다른 주파수 대역 2개(10+10MHz)를 하나로 묶어 사용하는 주파수통합(Carrier Aggregation: CA) 기능을 지원하는 삼성 최초의 모뎀칩이다.
올해부터 안정적인 양산에 돌입해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탑재되기 시작한 이 제품은 일반 LTE(75Mbps)보다 두 배 빠른 150Mbps의 다운로드 속도를 낼 수 있다. 경쟁사인 퀄컴의 최신 제품보다는 절반 정도의 속도지만 삼성전자는 점진적으로 칩 성능을 향상시켜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엑시노스 시리즈.(사진=삼성전자)
IT업계 전문가들은 LTE 시대에 접어든 이후 대부분의 통신칩을 퀄컴, 인텔 등에게 공급 받아온 삼성전자가 자체 LTE 칩을 개발했다는 데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 계열의 거의 모든 제조사가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퀄컴에 의존하고 있었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시리즈는 AP와 통신칩을 하나로 통합한 패키지 방식으로 시장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삼성전자, 인텔 등도 AP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만 LTE 통신 기능을 지원하는 통신칩을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실상 퀄컴 이외의 대안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5에 인텔이 개발한 LTE 모뎀칩과 삼성전자가 개발한 엑시노스 AP가 칩셋 형태로 탑재되기 시작하면서 퀄컴에 대한 의존도 낮추기가 본격화됐다. 삼성전자에서 출시된 LTE 스마트폰의 대부분을 퀄컴이 독식해왔던 구도가 깨진 셈이다.
시장점유율로 살펴봐도 LTE 통신칩 부문에서 퀄컴의 시장 지배력이 크게 흔들리는 모양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퀄컴은 지난해 1분기 LTE 통신과 관련한 매출 점유율이 95%에 달했지만 올 1분기에는 91%로 4%포인트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아직까지 전체 베이스밴드 칩 중에서 LTE 지원 모델의 비중이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 인텔이나 마블 테크놀로지 등 후발주자 입장에서도 추가 성장의 여지가 크다. 특히 LTE 시대에 개화 중인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점유율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인텔뿐만 아니라 중국, 대만계 회사들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특히 지난 1분기 인텔을 꺾고 세계 모뎀칩 시장 점유율 3위로 뛰어오른 대만의 미디어텍은 경우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대만 미디어텍은 하반기 중국 LTE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며 올해 LTE용 스마트폰 1500만대에 자사 칩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다. 여기에 오디오 칩셋 제조사인 울프슨이나 모바일 소프트웨어관리(MSM) 업체 레드벤드 등과의 협력 체결 등 자사 제품 생태계 강화에도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