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정부가 기업의 사내유보금에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최근 10대 그룹 사내유보금이 최근 5년 새 거의 2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올 1분기 말 기준 10대 그룹 사내유보금은 516조원, 유보율은 1734%를 기록했다. 5년 전인 2009년 271조원에 비해 유보금은 245조원 늘었고 유보율은 747%포인트나 높아졌다. 연평균 61조원씩 불어난 셈이다.
16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10대 그룹 81개 상장사(금융사 제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 1분기 말 사내유보금은 515조9000억원으로 5년 전 271조원에 비해 90.3%나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2009년 이후 매년 61조2000억원씩 늘어난 셈이다. 이에 따라 유보율도 986.9%에서 1733.9%로 747%포인트나 높아졌다.
사내유보금은 기업의 당기 이익금 중 세금과 배당 등의 지출을 제외하고 사내에 축적한 이익잉여금에 자본잉여금을 합한 금액이다. 이를 자본금으로 나누면 사내유보율이 된다.
통상 유보율이 높을수록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배당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평가 받는 반면 투자와 배당 등에 소극적이란 지적도 있다. 또 유보금에는 현금 외에 투자로 인한 유형자산과 재고자산 등이 포함돼 있어 곳간에 현금이 쌓여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10대 그룹 중 사내유보금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삼성으로 5년 새 86조9000억원에서 182조4000억원으로 95조4000억원(109.8%)이 증가했다.
이중 삼성전자 유보금이 70조9000억원에서 158조4000억원으로 87조5000억원(123.4%) 늘며 그룹 유보금 증가액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13개 상장사 전체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유보금 비중도 87%에 달했다.
같은 기간 현대자동차그룹은 41조2000억원에서 113조9000억원으로 72조6000억원 늘어나며(176%) 2위를 기록했고, SK(24조1000억원. 70%)와 LG(17조원. 52%)가 뒤를 이었다. 재계 ‘빅4’가 나란히 1~4위에 오른 것이다.
이들 4대 그룹이 10대 그룹 사내유보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8.3%에 달했고, 이중 35.4%가 삼성그룹 몫이었다.
포스코(11조원. 33%)와 롯데(10조3000억원. 63%)가 10조원 이상 유보금을 늘리며 5, 6위에 올랐고, 이어 현대중공업(8조2000억원. 74%), GS(4조9000억원. 72%), 한화(3조4000억원. 90%)가 뒤를 이었다. 한진은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사내유보금이 2조2000억원(-52%) 줄었다.
10대 그룹 81개 상장사 중 사내유보금이 늘어난 곳은 67곳이고, 줄어든 곳은 한진해운, 삼성전기 등 14개사에 불과했다. 1000억원 이상 늘어난 곳이 57개사였고, 1조원 이상 증가한 곳도 26개사에 달했다.
유보율이 가장 높은 그룹은 5162%의 롯데로 2009년에 비해 863%포인트 높아졌다.
삼성이 3976%로 2위였고, 포스코(3698%)와 현대중공업(3282%)이 3,4위를, 현대차(1928%)와 GS(1108%)가 5,6위에 올랐다.
이어 SK 848%, LG 745%, 한화 652% 순으로 높았고, 한진은 163%로 10대 그룹 중 유보율이 가장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