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대법원이 기존 판례를 뒤집고 이혼할 때 한쪽 배우자가 매월 받는 퇴직연금이 재산분할 대상이고, 미래에 받을 퇴직연금도 부부가 지금 나눠 가질 수 있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는 16일 A씨가 남편을 상대로 낸 이혼과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원심처럼 "퇴직연금은 재산분할대상"이라고 판결하되, 다만 "재산분할 비율이 잘못됐다"며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혼인기간 중의 근무에 대해 배우자의 협력이 인정되면 공무원 퇴직연금수급권 중 그 기간에 해당하는 부분은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이라며 "공무원 퇴직연금수급권도 재산분할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연금수급권자인 배우자의 기대여명을 확정할 수 없는 점이 재산분할대상에서 제외하고 분할 액수와 방법을 정하는 데 '기타사정'으로 참작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무원인 배우자가 퇴직급여를 연금이 아닌 일시금의 형태로 수령한 경우와 비교해 현저히 불공평한 결과가 초래된다"며 "분할 재산이 얼마나 있는지 등에 따라 기타 사정으로 참작할 수 없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공무원 퇴직연금은 수급권자의 여명을 확정할 수 없어 재산분할의 대상이 아니고, 다만 이를 분할액수와 방법을 정하는 데 '기타의 사정'으로 참작하면 족하다'는 1997년 대법원 판례를 완전히 변경한 것이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배우자의 공무원 재직기간이 혼인기간보다 더 길면, 재산분할 비율을 정하는 데 퇴직연금수급권과 일반재산의 가중치를 다르게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퇴직연금 분할 방식은 연금을 받는 배우자가 매월 수령할 퇴직연금 일부를 상대방 배우자에게 정기적으로 지급하면 될 것"이라고 재산분할 방식도 제시했다.
아울러 이날 재판부는 B씨가 남편을 상대로 낸 이혼과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미래의 퇴직금은 재산분할대상이 아니다"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판결도 '이혼 당시 장래의 퇴직금을 청산의 대상이 되는 재산에 포함시킬 수는 없고,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는 데 참작하면 충분하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퇴직급여채권을 재산분할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재산분할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이혼 당시 이미 경제적 가치의 현실적 평가가 가능한 재산인 퇴직급여채권은 재산분할의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그때 퇴직할 경우 수령할 것으로 예상되는 퇴직급여를 분할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혼인생활이 파탄난 부부가 퇴직급여를 수령할 때까지 이혼을 미루도록 강제하는 결과가 예상되는 점과 퇴직하기 전에도 퇴직금을 미리 받을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
A씨는 2008년부터 별거해온 남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내면서 "경찰공무원으로 퇴직한 뒤 매월 받고 있는 연금도 재산분할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또 남편과 맞벌이를 해 온 B씨는 아직 퇴직급여를 받지 않는 상황에서 남편과의 이혼소송을 진행했는데, B씨의 남편이 "앞으로 아내가 받게 될 퇴직금도 나눠가져야 한다"며 재산분할을 청구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사진=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