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도 AIG따라하기?..스톡옵션 논란

윤증현 손실분담원칙 강조..정부 대응 주목

입력 : 2009-03-21 오후 3:15:00
[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구제금융을 받은 미국 AIG가 직원에 대한 거액의 보너스 지급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일부 은행들도 경영진에게 대량의 스톡옵션(주식매수 청구권)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  당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정부가 세계적 금융위기에 대한 선제적 대응책으로 구조조정기금, 금융안정기금등 공적자금과 사실상의 공적자금인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해 수십조원을 금융기관에 수혈할 채비를 갖추는 와중에 우려하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한지주는 지난 17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라응찬 회장 등 모두 107명의 지주사, 자회사 임직원에게 61만4735만주의 스톡옵션을 지급했다.
 
라 회장은 3만5000주를 손에 쥐었으며, 신상훈 지주사 사장은 3만1500주,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2만8000주,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은 1만7600주, 한도희 신한캐피탈 사장은 1만3200주를 받았다.
 
신한지주는 지난해 회장, 사장, 은행장 보수를 30% 삭감했으며 이에 따라 이들은 같은 해 받은 스톡옵션의 30%를 반납했었다.
 
스톡옵션은 회사가 임직원에게 자사 주식을 액면가 또는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살 수 있도록 하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다.
 
권리 행사에 따른 이득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권리를 포기할 수도 있지만, 그간 스톡옵션은 정보기술(IT)업체들과 금융권 임직원이 누릴 수 있는 '대박'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이와 함께 외환은행도 지난 12일 서충석 부행장에게 스톡옵션 15만주를 주는 등 총 49만주를 부여했다.
 
KB금융지주도 오는 27일 주총을 열어 임원보수 한도를 50억원으로 확정할 계획이다.
 
또 이와 별도로 일정한 성과를 달성할 경우 경영진 등에 주는 성과연동주식 3년치(2008년 9월∼2011년 9월) 총 25만 주를 부여할 예정이다.
 
만약 같은 날 주총이 예정돼있는 우리금융과 하나금융마저 임원에 대한 스톡옵션을 지급할 경우 국내 은행들에 대한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더불어 정부의 대응도 관심사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중앙언론사 경제부장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금융 ·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할 경우 외환위기 때 그랬던 것처럼 대주주,일반주주,경영자,채권자 등 이해 당사자들에게 손실을 분담(버든쉐어링)시킬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미국의 경우 하원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정부 구제자금을 받은 기업이 직원들에게 지급한 보너스에 대해서는 최대 90%의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표결 처리하는등 도덕적 해이를 응징하기 위한 초강수 벌칙을 마련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달까지 국민,하나, 우리은행과 농협, 수협등 5개 은행에 사실상의 공적자금인 자본확충펀드(총규모 20조원) 1차분 4조3000억원을 투입하고, 40조원의 구조조정기금을 조성하는 등 60조원 규모의 선제적 구제금융 지원을 서두르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금융안정기금 조성 카드까지 준비한 상태다.
 
뉴스토마토 박성원 기자 wan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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