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연기자] "팬택을 살려주세요. 그래야 우리도 삽니다."
팬택 협력사 협의회가 SK텔레콤에 팬택 지원을 간절히 호소했다.
팬택 협력사 60여개 업체로 구성된 협의회는 이날 서울 을지로 SK T타워 앞에 모여 이통사들이 팬택 회생방안에 적극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다.
협의회는 "7월부터 전직원들이 무급휴가 중이고 매출은 제로(0)이며 기타비용으로 인한 고정비로 다수 업체가 이미 도산 절차에 들어갔다"며 "정부와 채권단, 통신사업자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협력사는 죽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협의회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이미 지난 10일자로 일부 업체가 도산했고 오는 25일이면 더 많은 업체들이 도산 위기에 처하게 된다. 결정을 내지 못한 채 이달을 넘겨버리면 거의 모든 협력사들이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것. 이 관계자는 "팬택이 법정관리로 넘어가면 550개 협력사가 다 거리에 내몰리게 된다"며 "그것만은 막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협의회장인 홍진표 하이케이텔레콤 대표는 집회에서 "1등 기업이자 국가발전 선도 기업인 SK텔레콤의 오늘이 있기까지 팬택의 SKY 브랜드와 VEGA 브랜드의 가교역할이 함께 했다"며 "필요하면 사용하고 필요 없으면 버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어 "언론에선 70~80만대의 베가 아이언2 재고가 쌓여있다고 하지만 정작 단말기 판매점에는 베가 아이언2를 살 수도 볼 수도 없다. 베가의 신기술·신모델은 SK텔레콤과 기타 통신사업자, 팬택 공장에 잠자고 있다"며 "베가 아이언을 팔아 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 14일 협의회는 팬택으로부터 받아야 할 부품대금 10~30%를 탕감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협의회는 "열악한 팬택 협력사들도 어려움을 감수하며 적자손익을 보면서도 오로지 일만 해왔다"며 "대기업들이 수천~수조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환경 속에는 지금 우리와 같은 협력사 있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팬택의 워크아웃 사태는 이렇다할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채권단은 이통 3사가 출자전환에 동참한다는 전제 하에 3000억원의 채무를 출자전환하겠다는 회생계획안을 내놨지만 이통사들은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채권단은 이통 3사의 출자전환 마감시한을 재차 연장하며 회유책을 펼쳤지만 오는 25일 200억원 규모의 팬택 상거래채권 만기일이 도래해 결단을 무기한 미룰 수는 없는 상황.
이에 팬택은 지난 15일 이통사들에게 채무상환을 2016년 7월25일로 2년 유예해달라는 플랜B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채무상환 유예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바가 없고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내용"이라며 "경제적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안에 집회와 같은 감정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협의회 관계자는 "현재 협력업체들은 다른 방법을 생각할 여력이 없을 정도로 절박하고, 생존이 걸려있는 시점"이라며 "SK텔레콤을 비롯한 이통사들이 묵묵부답하는 동안 우리가 살 수 있는 기회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김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