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검찰이 피살된 재력가 송모(67)씨가 생전에 작성한 '뇌물장부'를 훼손한 송씨의 아들을 17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조사하기로 했다.
이날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아무리 유족이라도 증거인멸은 입건해서 철저히 수사하는 게 옳다"면서 "송씨 아들이 증거인멸이라는 인식을 갖고 장부를 훼손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송씨의 아들은 지난 3월 아버지 피살사건이 발생한 직후 경찰에게 뇌물장부 원본을 임의 제출했다가 이를 돌려받았다.
이후 사건이 검찰로 송치돼 장부를 다시 제출하는 과정에서 수정액으로 현직검사를 포함해 고위공무원, 정치인의 금품수수 기록을 지우거나 별지를 찢은 혐의를 받고 있다.
송씨의 아들은 검찰 조사에서 '아버지와의 친분 때문에 보호해주고 싶은 사람들의 이름을 지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은 송씨 아들이 장부에 등장하는 인물들로부터 부탁을 받고 이같은 일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 검찰은 장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현직검사 A씨의 금품수수 혐의액을 뒤늦게 1780만원으로 정정해 '축소 수사' 의혹이 제기된 것에 대해 "검찰로서는 화이트를 칼로 긁어서 보는 것은 증거인멸에 해당되므로 훼손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송씨의 장부에 대해 공범의 진술이나 카카오톡 메시지 등에 비해 중요도는 낮지만 앞으로 진행될 살인교사 및 뇌물수수 사건의 재판에서 증거로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송씨의 살인사건을 수사한 서울 강서경찰서가 정확한 금액을 알 수 있는 훼손 전 사본을 만들어 두고서도 이를 검찰에 제출하지 않아 혼란이 빚어지면서 검찰과 경찰의 해묵은 갈등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지난 15일 송씨의 사무실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뇌물 장부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이 장부는 1991년부터 2006년 6월까지 송씨가 직접 수기로 작성한 130장 분량으로 기존에 확보한 장부 보다 이전에 적힌 기록이다.
검찰이 기존에 확보한 장부는 2006년 7월에서 살해되기 직전인 2014년 3월 1일까지의 기록으로 현직 국회의원 1명의 이름이 확인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송씨 사무실 짐 더미 속에서 경찰이 발견하지 못한 새 장부를 찾아 가족 동의하에 임의제출 받아 압수했다"고 말했다.
현직 검사 뿐만 아니라 고위공무원, 전 서울시장에게 돈이 건네졌다는 의혹이 커지자 서울남부지검은 형사5부에서 수사 중인 송씨의 피살사건과 별도로 뇌물사건을 형사4부에 배당에 본격 수사할 방침이다.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날 경우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검찰은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된 김형식 시의원(44)과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팽모씨(44)를 구속기간 만료 전인 다음주 초 재판에 넘기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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