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한도 확대`..한은, 8월 금리인하 기정 사실화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 역대 최대로 늘려 사실상 금리 인하 예고
과거 대출 한도 대폭 증액시 어김 없이 금리 인하해

입력 : 2014-07-24 오후 1:53:50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21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조찬회동을 하는 모습.ⓒNews1
[뉴스토마토 이상원·김하늬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향후 기준금리 방향을 사실상 '인하'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역대 금통위는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옛 총액한도대출)를 대폭 증액할 때마다 동시에 금리를 인하하거나 한도증액과 금리인하를 연동해 왔는데, 24일 금통위도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12조원에서 15조원으로 대폭 확대했기 때문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 한은에 대한 금리 인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금리 인하의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것이다.
 
24일 한은 금통위는 성장잠재력 확충 및 경기회복 지원을 위해 금융중개지원대출 총 한도를 15조원으로 3조원 증액하고, 프로그램간 한도도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 15조원은 '역대 최고액'으로 3조원이라는 증액폭도 지난해 4월과 함께 역대 최대폭이다.
 
공교롭게도 역대 최고의 한도증액이 결정된 이날 기획재정부가 41조원 규모의 재정확대 및 금융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41조원에는 한은이 발표한 3조원의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 증액이 포함됐다. 사실상 한은과 기재부가 정책공조를 긴밀히 하고 있는 것이다.
 
더 주목되는 것은 그동안 금융중개지원대출의 한도 증액이 '대폭'으로 진행될 때, 동시에 금리가 인하돼 왔다는 것이다.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도 금통위가 결정하고, 금리도 금통위가 결정한다.
 
(자료=한국은행, 뉴스토마토)
 
한은 자료를 보면 2001년 1월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가 7조6000억원에서 9조6000억원으로 2조원 증액됐고, 다음달 금리는 5.25%에서 5%로 인하됐다. 
 
또 2001년 9월에 금리가 3%에서 2.5%로 인하되자 그해 10월에는 대출한도가 2조원 증액된 11조6000억원으로 결정됐다. 2008년 11월에는 대출한도가 6조5000억원에서 9조원으로 대폭 증액됐고, 곧바로 12월에 금리가 4%에서 3%로 인하됐다.
 
이후에도 대출한도의 대폭 증액과 금리 인하의 등식은 계속됐다.
 
2012년 9월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가 7조5000억원에서 9조원으로 증액됐고, 다음달인 10월 금통위는 금리를 3%에서 2.75%로 인하했다. 그해 7월 3.25%에서 3%로 인하한지 불과 석달만에 다시 금리를 내린 것.
 
가장 흥미로운 것은 지난해 4월과 5월 금통위의 결정이다. 지난해 4월 11일 금통위는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9조원에서 12조원으로 3조원이나 증액했는데, 다음달인 5월 9일 금통위는 2.75%에서 2.5%로 금리를 인하했다.
 
지난해 4월은 정부가 17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한 시점이다. 당시 김중수 한은 총재는 "추경의 효과를 높이기 위함"이라고 금리인하 배경을 전한 바 있다.
 
이번에 정부가 지난해 4월 추경에 버금가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친다고 공표했고, 한은이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대폭 상향조정한 것은 우연의 일치라기에는 그 흐름이 너무나도 동일하다. 8월 금통위의 금리결정의 방향이 사실상 정해졌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통화확장정책은 금리와 대출정책이 같이 움직일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때도 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한은에서 퇴직한 한 관계자는 "일단 통화확장정책의 신호로 볼 수 있고,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리인하의 신호로 봐도 된다"면서 "결국 한은이 돈을 더 풀기로 결정한 것이고, 정부의 경기부양정책에 공조하기로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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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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