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號 경제정책)사내유보금 과세..재계 강력반발

입력 : 2014-07-24 오전 10:42:11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이중과세나 추가과세나, 뭐가 다릅니까. 세수를 늘리기 위한 말장난 아닙니까!"
  
24일 기획재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자기자본 일정 규모 이상의 법인을 대상으로 '기업소득환류세제(가칭)'를 도입한다.
 
명칭은 바뀌었지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내유보금 과세와 같은 맥락이라는 게 경제계의 주장이다. 사내유보금은 벌어들인 이익 중 배당되지 않고 회사에 남아 있는 것으로, 그중 대부분은 재투자돼 토지·건물·설비 등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정부는 기업소득환류세제가 내수 활성화를 위한 방안 중 하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사내유보금을 투자와 임금 증가, 배당 등으로 쓴다고 해도 가계로 유입되는 소득은 미미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기업소득환류세제, 사내유보금과 다른 개념"
 
정부가 도입하려는 기업소득환류세제는 2~3년 내에 활용하지 않는 금액을 ▲투자 ▲임금 증가 ▲배당 등에 쓰면 인센티브를 주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과세하겠다는 게 골자다.
 
과거에 축적된 사내유보에 대한 과세가 아닌, 앞으로 발생하는 기업 이익의 일부분에 대해 과세가 이뤄진다. 문창용 기재부 조세정책관은 지난 23일 기업소득환류세제 도입 배경브리핑에서 "사내유보 과세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그래서 사내유보와는 다른 제도를 고안했다"고 말했다.
 
 (자료=기획재정부)
 
정부는 일각에서 제기된 기업의 투자 위축 가능성을 일축했다. 재정금융지원 확대, 가계소득 증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유도, 투자촉진 세제·금융 인센티브 강화 등 다각적인 내수 활성화 패키지와 병행해서 도입하기 때문에 문제될 것 없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가 사실상 세수 확장을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도 반발했다.
 
문창용 조세정책관은 "과세해서 세수를 증대하려는 목적이 아니고 세수를 제로로 만드는 게 목표"라며 "이 제도를 통해서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선순환 구조로 환류시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사용하지 않고 보관하는 금액에 대해 세금을 과세하는 만큼 투자, 임금 증가, 배당에 적극적인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지급하기 때문에 세수가 늘지 않고 제로(0)가 될 것이라는 논리다.
 
이 제도가 세법개정안과 국회 통과 등의 절차를 거쳐 빠르면 내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보액에 대해 2~3년 등 일정기간 후 과세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세가 실질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2017~2018년이 될 예정이다.
 
정부는 다음달 4일 세법개정안 발표에서 과세 대상 기업 규모, 과세율 등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해 발표한다.
 
◇내수활성화 필요성 공감.."방식 잘못됐다"
 
재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내수 활성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방식이 잘못됐다는 게 공통된 입장이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24일 제주포럼이 열리고 있는 제주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을 갖고 "유보금 과세는 기본취지가 투자 활성화에다 현금이 돌아서 가계까지 이르는 것이라면 공감한다"면서도 "접근하는 수단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이어 "기업이 자신의 판단 하에서 (사내유보금을) 운영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것도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경제5단체장은 지난 22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후 첫 만남을 가진 자리에서도 사내유보금에 대한 우려를 가감 없이 내비쳤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은 "사내 유보금 과세의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며 "사내유보금 과세 문제를 폭넓은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판단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최경환 부총리는 "기업들의 부담이 늘지 않는 방향으로 설계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경제5단체장은 지난 22일 오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조찬 간담회를 갖고 경제 현안을 논의했다.(사진=기획재정부)
  
하지만 경제계에서는 사내유보금 과세로 인한 내수진작 효과보다 기업 투자 위축 등 부작용이 더 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미 세금을 낸 잉여금에 별도 과세하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이는 기업의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인 재무 건전성 유지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사내유보 과세에서 기업소득환류세제로 명칭을 바꾼다고 해도 기업 이익을 세금 형식으로 걷겠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며 "결국 새로운 형태의 유보금 과세와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중과세가 아닌 추가과세라고 설명하고 있다. 문창용 조세정책관은 "법인세를 매기고 거기에 일정 부분 추가 과세하는 것이므로 이중 과세는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법률 검토도 내부적으로 마친 상태이므로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배당 역시 가계 소득 진작과는 거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회사의 경우 해외 배당이 늘면서 그 이득이 고스한히 외국인에게 간다는 것. 무엇보다 기업의 사내유보금을 기반으로 투자와 임금 증가, 배당을 확대한다고 해도 이게 고스란히 내수 진작으로 이어질 확률이 낮다고 경제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국과 일본의 경우에는 배당소득세를 회피하려는 주주들에 대한 징벌적 과세의 목적으로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가계소득 증대와 투자 확대와 같은 경제활성화 방안으로 도입하려 하고 있어 제도의 취지가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경제계의 반발에도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제는 과세 범위와 규모 등에 이목이 쏠린 상태다. 
 
대한상의는 이날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대한 논평을 내고 "사내유보 과세제도 등의 새로운 정책들은 경제계와 긴밀한 협의해 기업경영에 악영향이 없도록 설계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든 과세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 과세 적용 대상과 과세 규모 등 세부적인 내용이 중요한데 기업 입장을 충분히 전해서 정부의 이해도를 높이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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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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