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주요국 제조업 경기가 확장세를 이어가자 세계 경제를 둘러싼 불안감이 해소됐다.
경기 둔화 우려에 휩싸였던 중국이 정부정책에 힘입어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유로존이 통화정책 효과로 상승 동력을 얻자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오히려 커졌다.
다만,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이 고용부진으로 주춤한 모습을 보인 가운데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지정학적 불안감이 상존해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유로존, 민간경기 '활짝'..ECB 부양기조 덕분
24일(현지시간) 민간 경제조사기관 마르키트는 유로존의 민간 경기가 완연한 회복세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마르키트에 따르면 유로존의 7월 제조업 PMI 예비치는 51.9로 전월의 51.8과 시장 예상치인 51.7 모두를 웃돈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석달래 최고치다.
지수가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을, 그 이하면 위축을 뜻한다.
긴 연휴가 종료된 가운데 날씨로 인한 생산성 저하 현상이 사라지자 기업 활동이 호전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경제가 살아나면서 유럽을 상대로 한 수출을 늘린 점 또한 제조업 경기를 뒷받침했다.
실제로 중국의 지난 2분기 경제 성장률은 전년 동기대비 7.5% 증가해 시장 전망치인 7.4%를 웃돌았다. 이는 정부의 올해 성장 목표치인 7.5%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수치다.
이런 소식에 독일의 럭셔리 자동차업체 BMW는 중국 현지 생산 모델을 6대로 늘리고 연간 생산 목표치를 30만대에서 40만대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크리스토프 웨일 코메르츠뱅크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지표는 유로존 경제가 올여름 동안 강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감을 키웠다"며 "글로벌 경제가 안정단계로 접어들자 유로존 경기도 탄력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또한 유로존 제조업 부흥을 이끈 동력으로 지목됐다.
블룸버그 전문가들은 앞서 ECB가 단행한 마이너스 예금금리와 기준금리 인하 등 경기부양책으로 기업들이 활기를 되찾았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ECB는 기준금리를 0.25%에서 0.15%로 내리고 시중 은행이 ECB에 예치하는 예금 금리는 0.0%에서 마이너스(-)0.1%로 낮춘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제조업도 유로존처럼 확장 국면을 이어갔다. 마르키트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제조업 PMI 예비치는 56.3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확장 기준인 50선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유럽의 제조업 PMI와 비교해도 월등하게 높은 수준이다.
◇中, 정부 미니부양책 힘입어 제조업 경기 '회복'
중국도 제조업 경기가 18개월래 최고 수준을 나타내며 정상 컨디션을 회복했다.
HSBC에 따르면 중국의 7월 제조업 PMI 예비치는 52.0으로 지난달 확정치인 50.7과 로이터폴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51.0 모두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로써 중국의 제조업 경기는 2개월 연속 확장세를 이어갔다.
부문별로는 신규주문지수가 53.7로 18개월 만에 최고점을 찍었고 생산지수도 16개월래 최고치를 보였다. 고용지수는 경기 확장세를 나타내는 50에 미치진 못했지만, 전달보다 호전됐다.
중국 정부의 미니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한 것이란 평가다.
중국의 제조업 경기는 지난 3월 50선을 하회한 이후 4개월 연속으로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 4월부터 내수를 확대한다는 목적으로 소규모 경기부양책을 연이어 내놓은 덕분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부동산 규제 완화를 비롯해 중소기업과 농업부분에 대한 대출 확대, 인프라 투자 증대 등의 부양책을 시행하고 있다.
취홍빈 HSBC 중국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의 미니 부양책 효과가 실물경제에 반영됐다"며 "중국 정부는 회복세를 이어가기 위해 부양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美·中·유로존, 제조업 경기 '확장'..세계 경제 성장 기대 '높아'
이처럼 유로존과 미국, 중국 제조업이 모두 확장 국면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나자 세계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마크 월 분데스뱅크 이코노미스트는 "중국과 유로존의 제조업 지표는 글로벌 경제가 3분기 들어 살아나기 시작할 것이란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동안 세간의 우려를 샀던 유로존과 중국이 저성장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보란듯이 성장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크리스토프 웨일 코메르츠뱅크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지표는 유로존 경제가 올 여름 동안 강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감을 키웠다"며 "글로벌 경제가 안정단계로 접어들자 유로존 경기도 탄력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가 경착륙 할 것이란 불안감도 이번 제조업 지표로 누그러졌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주요 은행들은 올해 중국의 성장세를 낙관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중국 정부의 경제지원 정책으로 금융시장의 신뢰도가 개선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7.2%에서 7.4%로 상향 조정했다.
씨티은행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7.3%에서 7.5%로 높여 잡았다.
다만 지정학적 불안감이 상존해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가자지구를 둘러싼 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방의 러시아 제재도 강화되는 추세라 글로벌 경제가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각 지역에 내재한 위험 요인으로는 유로존의 경우 미약한 프랑스 경제가 꼽혔고 미국은 고용부진, 중국은 부동산 침체 등이 각각 지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