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보고펀드가 LG실트론의 기업공개(IPO) 중단 책임과 관련해 LG와 구본무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LG도 배임 강요 및 명예훼손 혐의로 보고펀드를 상대로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보고펀드는 25일 LG실트론의 상장 중단으로 인해 손해를 봤다며 LG와 구 회장, 관련 임원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보고펀드는 소장에서 "2010년 6월 LG와 주주간 계약을 통해 LG실트론의 이사회 결의를 거쳐 상장을 추진했다"며 "이후 구 회장의 지시로 상장 추진이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보고펀드 등 투자자들이 투자금 회수 기회를 놓친 데다 LG실트론의 무리한 계열사 지원으로 경영 상황이 악화돼 상장이 불가능해졌다는 주장이다.
보고펀드가 지목한 계열사는
LG이노텍(011070)이다. 지난 2011년 LG실트론은 6인치 사파이어 웨이퍼 사업에 1140억원을 투자했으나, 2년간 36억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그쳤다. 결국 이 사업에서 손을 뗐다.
보고펀드는 LG실트론이 당시 시장 수요가 충분했던 2인치와 4인치 웨이퍼 사업을 하지 않고 6인치 웨이퍼 사업을 한 것을 두고 계열사인 LG이노텍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LG트윈타워(사진=LG)
LG(003550)는 보고펀드가 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힌 직후 자료를 내고 "보고펀드가 제기한 LG실트론 투자손실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배임 강요 및 명예훼손 소송 등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맞대응했다.
LG는 "보고펀드는 2007년 LG와 사전협의 없이 동부그룹이 보유하고 있던 LG실트론 지분을 경쟁입찰을 통해 인수했다"며 "보고펀드는 이 과정에서 대규모 인수금융을 동원하고 해당 산업에 대한 이해 없이 LG실트론에 과도하게 투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에 따른 어려움을 겪자 손실을 LG가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LG는 "분산투자 및 전문화된 분야에 투자하고 있는 다른 사모펀드와는 달리 변양호 대표 개인의 영향력으로 펀드를 구성해 부실하게 관리하고 운영해 온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특히 "자신들의 투자 손실 보전을 위해 수만명에 달하는 LG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들이 입게 될 피해를 도외시 한 채, LG실트론의 지분을 현재 기업가치보다 현저히 높게 매입해 달라며 LG 경영진의 배임을 지속적으로 강요·압박해 왔다"고 주장했다.
또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 등이 자신들이 보유한 LG실트론 주식을 고가로 매입할 것을 강요하고, 차입금에 대한 이자 지급과 연장 실패 책임을 전가했다"고 말했다.
LG가 LG실트론 기업공개를 반대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적극 부인했다. LG는 "LG실트론이 주주들에게 상장 연기를 제안했고 LG가 회사 의견에 동의했다"면서 "보고펀드 역시 어떠한 반대나 추가적인 의사 표명이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반드시 상장을 해야 한다거나 언제까지 완료해야 한다는 조항도 없었다는 설명이다.
LG는 "LG실트론은 2010년 이사회를 거쳐 기업 공개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고 2012년 10월에는 증권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 승인까지 획득했으나, 보고펀드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기 직전 공모가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일방적으로 상장 철회를 주장해 기업공개를 무산시켰다"고 꼬집었다.
보고펀드가 주장하는 2011년 기업공개 연기는 당시 일본지진, 유럽 재정위기, 미국 신용등급 하락 등 금융시장이 연중 내내 극도로 불안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할 경우 주식시장에서 물량이 소화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소액주에게 피해가 전가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 하에 LG실트론이 주주들에게 상장 연기를 제안했다는 것이다.
사파이어 웨이퍼 사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LG는 "향후 IPO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펀드 측 이사 2인이 참여한 이사회에서 두 차례 보고와 승인을 거쳐 6인치 사업 투자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며 "지난해 사업 중단도 수익성 확보가 어려움에 따라 이사회 논의를 통해 결정된 것"이라고 강조했다.